‘나이 든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때는 지나간 이야기를 하고,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때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이야기 한다’ 는 말이 있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추억을 되새기면서 살고, 젊은이들은 미래를 꿈꾸면서 산다는 이야기와 일맥 상통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젊었을 때에 힘깨나 써 보지 않은 사람 없고, 소시(少時) 적에 잘 나가지 않았던 사람 없다고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른들께서 하시던 말씀 가운데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 치고 북쪽 고향에서 어렵고 가난하게 살았던 사람 없고, 남북이 갈라지지만 않았더라면 월남한 사람들은 북쪽 고향에서 떵떵거리고 살았을 사람뿐’이라고도 하였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부풀려 이야기하는 것이야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입니다. 그리고 지나간 시간은 아쉽고 그립게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나이가 들어가면 이러한 상념은 더욱 진해집니다. 그러다 보니 별로 바쁜 일도 없고, 이렇다 하게 할 일이 많은 것도 아닌 나이 든 사람들이 모이면 자신들이 기억하는 즐거웠던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하며 현실의 답답함, 무료함을 달래 보려고 합니다.
그 반면 젊은이들은 아직까지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취를 이루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앞으로 그 들의 앞에 펼쳐질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느끼게 합니다.그러니 그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을는지 이야기하고 자신의 꿈과 희망을 키워갑니다. 이들에게는 미래가 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미래를 꾸려 나갈지 계획하고 실천합니다. 그리고 이런 계획이 길게는 자신들의 은퇴 계획으로까지 이어집니다.미래를 계획하고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젊은이들의 얼굴은 밝고 힘에 넘쳐 보입니다. 그 반면 나이 든 사람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지나간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나이든 사람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인생을 다 살았다는 듯이 모든 것을 포기한 것과 같은 표정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늘어진 어깨를 더욱 축 늘어뜨리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나신 지 1년 반이 되어 갑니다만, 호서대학의 설립자이신 고(故) 강석규 박사님께서 95세 때 쓰셨던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라는 글이 한 때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켰었습니다. (관련 글: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 그 분의 글에 따르면 65세에 세상을 다 산 듯이 은퇴하였고 그 이후 30년을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다’고 말씀하십니다.
저의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 가운데 혹시라도 지금 나이가 65세를 넘기신 분 가운데 강석규 박사님의 말씀대로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리는’ 삶을 살고 계시는 분은 안 계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언젠가 국내 통신사 광고에 나이 지긋한 어른이 허연 수염을 더부룩하게 기른 채 강의실에 들어오자 젊은 학생들이 그를 교수님으로 착각하고 모두 자기 자리에 앉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나이 든 사람은 조용히 학생들 옆에 자리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교수님이 아니라 늦깎이 학생이었고 그 때에 나온 내레이션이 바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였습니다. 나이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지금 세상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은퇴한 분들에게는 한 때는 다 자신이 잘하는 일,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잘 하는 일, 자신 있는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고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신 있고, 잘 할 수 있는 재능을 나이가 들었다고 썩히고 버려 두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잘 하는 일, 자신 있는 일들을 하는 데에 장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일의 종류에 따라 세상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장애가 되고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는 다양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어려움과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일을 하려고 하면 바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나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지나간 경험만을 후배들에게 알려주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요즈음 나이 든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당구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가까운 친지들과 어울려 당구를 즐기는 것도 물론 좋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요즈음 같이 대학, 또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시즌이면 새로이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젊은 청소년들의 취미 활동을 도와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주변의 친척,친지의 아이들에게 당구의 기본을 가르쳐 주고, 그들과 대화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잊고 있던 당구의 기본 원리를 다시 한 번 복습하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단, 이러한 강습을 무료로 봉사하는 것입니다. 청소년 당구 강습을 준비하느라 공부하고 청소년들에게 당구를 가르치는 것은 시간도 잘 보낼 수 있고 보람도 있을 것입니다.
혹시 자신이 과거에 회계, 재무, 인사 분야 등의 관리를 하였던 사람이고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다면 그런 지식과 경험을 이제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에게 멘토링을 하는 것은 멘티- 젊은이들- 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멘토 스스로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 번 공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저도 몇몇 젊은이들을 위한 멘토링을 하였습니다. 멘티와의 대화는 항상 즐겁고 희망에 찹니다. 그들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고 계획해 보는 것은 멘토에게도 희망과 꿈을 갖게 만듭니다. 멘티도 자신의 생각을 인생 선배와 함께 의논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도움을 받게 됩니다.
나이 든 은퇴자들이 할 일 없이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강석규 박사님의 수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95세 또는 그 이상 오래 살 수 있고,그 때 가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다고 후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강석규 박사님은 103세에 돌아가셨습니다.) 더 늦기 전에 무엇인가 할 일을 찾고 보람 있는 일을 찾아 보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자신의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보고, 재능 기부 봉사를 할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를 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아직 은퇴를 하지 않은 상대적으로 젊은 독자분들도 앞으로 지금 하는 일로부터 은퇴한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계획해 둘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누구에게나 잘 하는 일, 잘 아는 분야는 있게 마련입니다. 바로 그러한 것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해 보시기 바랍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하였습니다만, 이러한 일을 하면서 돈을 목적으로, 또는 대가를 기대하면 새로운 어려움, 또 다른 스트레스를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은퇴 후의 삶은 은퇴 전에 준비하여야 합니다. 은퇴한 다음의 재무관리는 은퇴 자산의 범위 안에서 규모 있게, 알뜰하게 아껴서 하여야 합니다. 은퇴 후에 다시 무엇인가 돈을 벌고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자칫 그나마 남아 있는 은퇴 자산을 축낼 가능성도 있고 주변 사람들의 측은지심만을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은퇴 후의 생활은 은퇴 전에 준비하고 계획하여야 합니다. 이미 은퇴를 한 다음에는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스스로 보람 있는 일을 찾아 보실 것을 권합니다. 은퇴 후의 생활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는 씀씀이로 허세를 부리는 것도, 새로운 수입을 찾아 주변을 기웃거리는 것도 보기에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보람을 찾다 보면 때로는 운 좋게 뜻하지 않던 수입이 따라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행운이 이 글의 독자분들께도 찾아 오게 되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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