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쯤 전부터 인터넷에 올라온 글 가운데 위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쓴 편지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내용은 대강 다음과 같습니다;
몇 자 적어본다.
건강검진에서 위암으로 판정 받은 지 2 주일이 지나간다. 내 삶에 부모님 두 분 하늘나라 보내고 젤 맘 아팠고 병중에서도 젤 힘들다는 암 병에 걸렸으니 맘이 아프다. 처음 며칠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두려움, 공포감 등등 누구한테 털어 놓고 얘기할 곳 없이 인생살이가 너무 외롭구나 쓸쓸하고
서울대 병원 암 센터에서 여러 가지 특수검사 2 주일 동안 다 끝내고 수술만 남았구나. 불행 중 다행으로 바로 특진의사 진료할 수 있어서 빠르게 진행 됐고 수술은 7/31자였는데 사정 얘기해서 앞 당겨졌고.
국민건강보험에 중증 암환자 산정특례자로 등록해서 향후 5년 동안 암 병에 치료할 수 있다.
남들이나 식구들한테 태연한 모습 보이려고 하지만 힘들구나.
낼 병원 예약이니 병원 갔다가 며칠간 바람 쏘이러 여행 다녀와서 마음 가다듬고 수술하련다.
개복수술, 내시경 수술, 항암치료 등 모두가 아직 결정은 안 되어 있고.
수술 전에 병원 가면 알겠지.
6. 26. 새벽에
이 글을 쓴 이는 나이가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처음 위암을 진단 받고 약 2 주일 동안 가족에게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고 혼자서 병원에 다녔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8년 전 미국에서 암 진단을 받았고, 그 때 마침 가족들은 모두 서울에 와 있었습니다. 저 혼자 정밀진단을 받으러 다녀야 했습니다. 미국의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달리 각 진단 클리닉을 찾아 다니며 의사가 지정하는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검진 종류에 따라 금식을 하고 배고픔을 참으며 병원 주소를 들고 찾아 가서 검진을 받습니다. 이럴 때면 하필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공연히 사람 마음을 편치 않게 만듭니다.
이제는 모두 지나간 일들이 되어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당시에는 혼자서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 다니느라 심란하기도 하였으나 행여 병원 약속 시간에 늦을까, 또는 병원 위치를 잘 못 찾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였습니다.
위의 글을 쓴 사람도 자신의 병을 의사에게서 듣고 자기 아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자신의 병을 의사로부터 직접 가장 먼저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여러 검사를 마친 다음 의사와 단 둘이 마주 앉아 약 30분 가량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뿐 아니라 제 또래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장면은 다릅니다. 예전에는 의사가 환자의 보호자들과 마주 앉아 환자가 없는 상태에서 환자의 병을 먼저 알려 주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 본인에게는 병명을 제대로 알려 주지 않기도 하였습니다. 특히나 환자의 나이가 많거나, 또는 환자의 상태가 치명적인 경우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요즈음에는 달라졌습니다. 환자 자신에게 가장 먼저 상황을 알려 줍니다. 혹시라도 상태가 위중하다면 그러한 사실을 알려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마지막 정리를 할 것을 충고하기도 합니다.
정상적인 사회일수록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어느 누구도 주변에 아는 사람 한 사람 없이 혼자서 살아 온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가족, 친척, 친지, 선배, 후배, 동료 등 수많은 관계로 얽혀진 주변의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이들과 모두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이들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먼저 만나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꼭 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자기 인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마음 가다듬고 준비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아무리 연세가 높으신 분이라 할지라도 세상을 떠나면서 아쉬움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음을 자신은 모르고 주변의 가족이나 의사만 알고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첨부 그림은 제가 미국에서 일할 때에 private banking 비즈니스를 설명하는 브로슈어에서 카피해 온 것입니다.
이 그림이 설명하는 것은 프라이빗 뱅킹의 기능에 관한 것입니다. 여섯 가지 기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맨 밑에 있는 ‘Estate & Inheritance’ 가 있습니다. 이는 유산 상속을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람직하기로는 미리미리 유산 상속에 대비하여 재산을 정비해 놓을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일찍 유산 상속을 준비해 놓으면 재산 증식에 소극적이 되어 수익성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유산 상속에 대한 준비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방법과 대안을 법으로 규정하여 놓아 제도적으로 절세를 가능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따라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유산 상속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속세에 대하여서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상속세의 절세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속을 맞이하는 것보다는 계획된 상속이 조금이라도 세금의 충격을 줄이고 보다 원만한 상속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중병을 발견하게 되면 가족에게 감성에 넘치는 글을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 보며 감회에 젖은 글을 쓰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와 함께 자신에게 마지막 남은 시간 동안 유산을 어떻게 상속할 것인가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33살에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이 아버지에게 남긴 문자 메시지가 있습니다. (관련 글: 33살 청춘의 마지막 부탁)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아프고 나서 이 시간이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많이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가족들과 더 사랑하고 갈 시간으로 만들어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우리 가족 너무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성적이고 가족들과의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마지막 시간을 보낸 33살의 이 여성도 지극히 사무적인 말도 남겼습니다. 자신의 친구 이름 셋을 알려 주면서 이 친구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면 모든 친구들에게 연락이 될 것이라고, 또 페이스 북에 락을 걸지 않았으니 이를 통해 소식 전해 달라고도 합니다. 그리고는 드롭 박스에 있는 사진을 보면서 자신을 추억해 달라고 합니다. 그 대신 노트북에 있는 사진은 지워 달라고…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순간을 조금이라도 미리 짐작하게 된다면 감성적인 준비뿐 아니라 이성적인 준비도 하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나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라면 보다 이성적인 준비를 해 두실 것을 권합니다.
추신: 불현듯 34년 전에 돌아가신 저의 선친 생각이 납니다. 갑작스런 뇌졸증으로 쓰러지셔서 말씀을 못하시게 되시고 3년을 병상에 계시다가 제대로 마지막 유언조차 못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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