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한류스타- 2017. 7. 14.

jaykim1953 2017. 7. 14. 10:23


지난 주 수요일 아침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제 전화기의 카카오 톡에 메시지가 도착하였다는 알람이 울렸습니다. 무슨 급한 내용이길래 이른 아침부터 메시지를 보내는가 싶어서 얼른 전화기를 열어 메시지를 확인하였습니다. 그 내용은;

[오전 7:29] 송중기-송혜교 10 31일 결혼…"조심스러웠다" : http://m.news.nate.com/view/20170705n03707

이런 것이었습니다.

저처럼 구시대 사람들에게는 혼기가 꽉 차다 못해 노처녀, 노총각 연예인 두 사람이 결혼한다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하면서 혀를 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의 여러 사람들 반응은 꽤 뜨겁습니다. 우선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여성 팬들은 송중기의 결혼에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그렇다고 그가 결혼도 못하고 평생 총각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저 그가 어느 한 여자의 남편이 된다는 사실에 일종의 박탈감 또는 상실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소위 한류 스타들이 일으키는 팬 심 (fan )의 열기는 가히 광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류 스타들이 해외에 나가면 어떻게들 알고 나왔는지 공항에서부터 팬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홍콩 공항부터 시내까지) 그뿐 아니라 이들의 연간 수입은 백억 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기사: 1 수입)

송중기의 팬임을 자처하는 한 여성이 인터넷에 남긴 글입니다;

남자 한 명 안 사귀고 갖다 바친 내 20대는 어찌할 거냐? 너 혼자 결혼하면 다야? 혼자 잘 살겠다는 거야? 남겨진 우리는? (관련 글: 때문에 갖다 바친 내 20)

사실 송중기는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 알지도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만 이 여성은 송중기 한 사람만 바라보며 남자 한 명 사귀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그의 글에 그렇게 씌어 있습니다.) 그랬는데 송중기가 결혼한다고 하니 그럼 나는?’ 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글에 보면 한 가지 재미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 여자분은 자신의 글 말미에 슬며시 남겨진 우리는?’ 이라고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자신만이 아닌 다른 동료들의 지원을 기대하는 표현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한류 스타들을 마치 자신의 연인으로 착각하고 흠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연예인을 자신의 연인으로 착각하는 정도는 애교로 보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을 경영하는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착각이 있습니다.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두 가지 현상이 1) 성공 함정 (成功陷穽, success trap) 2) 확증 편향 (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 입니다. 이 두 가지는 많은 성공적인 기업들을 몰락의 수렁으로 떨어트렸습니다. 한 가지씩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성공 함정은 기업을 일으켜 성공한 1 세대 창업주에게서 가장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특징입니다. ‘나는 이런 방법으로 성공했다.’ 라는 자신감에서 똑 같은 방법을 반복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각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야 함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건만 성공한 창업주는 너희가 무엇을 안다고 그러느냐? 너희들 가운데 나만큼 성공한 사람이 있는가? 나는 내 방법으로 이렇게 성공하였다.’ 라는 확신을 갖습니다. 이런 창업주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자신이 과거에 하였던 방법을 반복하면서 실패를 거듭하게 됩니다. 처음 한 두 번 실패를 할 때에는 단지 운이 없거나 밑에 직원들이 잘 따라주지 않아서 실패하였을 뿐 자신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실패가 계속 이어지고 기업이 망하게 되면 그 때서야 자신의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속으로는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겉으로는 자신의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습니다.

한 때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 가맹점수 1위를 달리던 기업이 망하게 되었고 대주주가 바뀌었습니다. 그 커피 전문점은 커피 이외에 3 개의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였습니다. 제과, 파스타, 일식 등 주로 외식업 분야에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였고 커피 전문점의 프랜차이즈 확산과 똑 같은 방식으로 밀어 부쳤습니다. 처음 제과점이 실패하자 두 번째로 파스타 브랜드를 개발하여 제과점의 실패를 만회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패하자 이 두 가지 브랜드를 스핀 오프(spin off, 사업부 매각)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 두 브랜드를 매입하려는 곳이 없어 창업주 개인이 인수하였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브랜드- 일식당-를 새로이 도입하여 두 번의 실패를 단 칼에 만회하려고 하였으나 이 또한 실패하였습니다. 손실 규모가 더 커진 세 번째 브랜드도 또 다시 스핀 오프하려 했으나 원매자(願買者)가 없었습니다. 결국 창업자 자신이 또 다시 이마저 인수하였습니다. 인수 자금이 부족한 그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도 하고,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지분은 줄어들고, 회사의 경영권은 사모 펀드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가 인수한 3 개의 브랜드로부터 계속되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여 도산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전형적인 성공 함정의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확증 편향은 정치가들에게서도 흔히 보이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객관적인 판단으로는 대통령 선거에 전혀 승산이 없는데도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확증 편향을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실제 사례를 살펴 보겠습니다. 10여년 전에 국내 의료진 가운데 장기이식(臟器移植) 분야의 권위자 의사가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의사가 태국에 병원을 지었습니다. 태국에는 오토바이 사고가 많고 그로 인한 뇌사상태의 환자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던 것입니다. 장기이식을 하려면 일단 장기를 제공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장기 제공은 뇌사상태의 환자로부터 받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뇌사상태의 환자가 많은 태국과 같은 나라가 장기이식 병원의 최적지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자신의 돈과 해외에서 차입한 수백만 달러를 들여 병원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공들여 지은 병원은 2년이 안 되어 문을 닫아야만 했습니다. 그 의사로부터 병원을 인수한 사람은 그 후에 건물을 호텔로 개조하여 사업을 잘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병원이 문을 닫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컬 하게도 장기 기증자가 없어서였습니다. 태국은 불교 국가로서 윤회설을 믿고, 윤회설에 따르면 온전한 몸을 가지고 이 세상을 떠나야 다음에 이 세상에 돌아 올 때에 온전한 상태로 온다는 것입니다.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장기를 절대로 기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음에 이 세상에서 다시 태어날 때에 자신이 기증한 장기가 없이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일 것입니다.

이 병원의 창립자는 처음 병원 문을 열고 3 개월이 채 지나지도 않아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습니다. 장기 기증이 거의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2년이나 병원 문을 닫지 않고 어떻게든 병원을 유지하려고 하였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가지고 내린 의사결정을 확신한 것입니다. 자신의 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요소들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심결에 무시하고 묵살하였습니다. 그렇게 2년을 버틴 결과 그는 빈 손으로 태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류 스타를 자신의 연인인양 착각하는 것은 애교로 보아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방법에 집착하는 성공 함정이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의지하려 하는 확증 편향은 기업을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성공한 기업가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행여 자신이 성공 함정이나 확증 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늘 경각심을 늦추지 않기를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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