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들어선지 3 달이 되어 갑니다.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새 정부에 대하여서도 무엇인가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고 과거의 정부가 미쳐 보살피지 못한 구석을 보살펴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는 예전의 정부보다 잘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지난 3 달을 돌아보면 우리가 가졌던 기대들이 조금씩 궤도를 어긋나는 느낌도 듭니다. 사드(THAAD) 배치, 탈원전, 장관 임명 청문회 등 정치적인 성향이 강한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많은 결정들이 군사작전 하듯 이루어지고 있어 보는 이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이라던가 일자리 창출, 재계 총수들과의 간담회 등에서 보여온 경직된 사고는 앞으로의 경제에 끼칠 영향을 염려하게 됩니다.
한자 4자 성어 가운데 ‘직언극간’ (直言極諫)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자로 곧을 직, 말씀 언, 다할 극, 간언할 간으로 구성된 말입니다. 그 뜻을 사전에서 찾아 보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기탄없이 말하며, 끝까지 버티어 간함’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근대에 이르러 중국에서 직언극간이 몹시도 아쉬웠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소위 마오쩌둥(毛澤東)의 참새 박멸 작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관련 기사: 마오쩌둥_참새박멸작전)
1958년의 일이라고 합니다. 참새 떼들의 극성으로 농부들이 땀 흘려 지은 곡식을 참새들에게 빼앗긴다는 것입니다. 농부들의 탄원서를 받아 든 마오쩌둥은 참새를 박멸하라는 엄중한 명령을 내립니다. 정부에서는 참새 섬멸 본부까지 설치하고 디-데이(D-day)를 정하여 일시에 모든 참새를 잡았습니다. 실제로 모든 참새를 다 잡을 수야 없었겠지만 전국의 행정력과 노동자, 농민, 군인, 학생, 공무원을 동원하여 엄청난 숫자의 참새를 죽였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참새 박멸 작전의 결과 수억 마리의 참새가 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중국 정부와 마오쩌둥은 더 이상 참새에게 곡식을 빼앗기지 않으니 풍년이 들 것이라 기대하였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더욱 수확량이 줄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참새가 사라지자 메뚜기 등 곡식을 먹는 해충들이 창궐하였던 것입니다. 중국의 메뚜기 떼는 노벨상에 빛나는 펄 벅 (Pearl S. Buck)의 소설 ‘대지' (大地, The Good Earth)에도 묘사되었듯이 모든 곡식을 빼앗아 가서 농부들을 기근에 빠뜨리게 만드는 무서운 해충입니다. 바로 그 메뚜기 떼들이 중국 전국을 휩쓸면서 수 년 동안 흉작과 기근이 이어지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메뚜기 떼가 크게 창궐한 이유는 바로 천적인 참새가 줄어들면서 자연의 생태계가 무너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참새를 소탕하면 생길 일들을 예측하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오쩌둥의 거대한 권력 앞에 무력하게 굴복하여야 하는 지성인들의 나약함이 중국인에게 큰 재앙을 가져오는 결과를 막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는 최저임금의 문제도 누군가가 직언극간하여야 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나 고용주들은 대체로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취약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높은 임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어 최저 임금만을 지급하며 근근이 사업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 사업가에게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라고 욱박지르면 그 사업가는 십중팔구 손해를 보게 되거나 종국에는 사업을 접게 될 것입니다. 최저 임금을 높이는 것을 군사작전처럼 몰아 부칠 것이 아니라, 최저 임금 밖에는 지급하지 못하는 사업체의 사업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사업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이 시간은 더 걸리더라도 옳은 방향일 것입니다. 그러한 고민과 연구는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의 일입니다. 지난 해 가을 KDI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최저임금제도라는 것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KDI, 최저임금제는 비효율적정책수단)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저임금제에 대한 비판은커녕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에 대한 비판마저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언론에서 어렵사리 보도하는 최저임금제 관련 기사는 최저임금으로 인한 여파로 일부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해외 공장으로 이전한다는 기사 정도입니다. (관련기사: 최저임금인상 직격탄)
그런가 하면 그에 반기를 드는 날카로운 비판 기사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관련기사: 섬유업계의 불편한 진실) 이 기사의 내용이 잘못된 것은 아닐지라도 섬유업계의 전반적인 어려움에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이 어려움을 더하였다는 사실까지 부인하려는 것은 아닌가 우려됩니다. 그런가 하면 한 술 더 떠서 이미 공장의 해외 이전을 계획해 놓고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이 빌미를 준 양 왜곡하고 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hani.co.kr_이미 계획_최저임금탓) 지난 가을KDI가 지적한 것과 같은 최저 임금에 대한 비판은 찾아 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 직언극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언감생심 분위기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말을 들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5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정부의 비정규직 철폐 정책에 대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내자 거의 융단폭격을 당하듯 정부와 관계기관, 여당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야만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정부 3단경고_놀란 경총) 다른 한 편으로는 표면적으로는 대통령이 재계 총수를 불러 양복 상의를 벗고 맥주잔을 돌리며 허심탄회(?)하게 재계의 의견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사회 분위기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재계의 총수들이 감히 대통령 앞에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직언으로 불필요한 어려움을 자초하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관련기사: mk.co.kr_할 말 못한 재계 총수들)
지난 5월에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총이라는 집단의 입을 통하여 의견 표명을 하였다가 된서리를 맞은 재계 총수들입니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재계 총수들을 모아 놓고 부담 없이 할 말을 하라고 한들 어느 누가 나서서 감히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겠습니까? 직언극간은 어쩌다 한 번 얼굴을 마주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을 정기적으로 만나거나 혹은 자신이 마음 먹으면 언제고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하여야 합니다.
어찌 보면 재계 총수들이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그들이 비록 돈은 많이 가지고 있을지언정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정권을 잡은 자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만약 재계의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정치권에서는 ‘지난 번 대통령이 어려움이 있으면 말하라고 할 때에는 아무 말도 안 하더니…’ 라는 비난을 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재계 총수들은 압니다. 그들의 경험과 눈치에 따르면 집권자들이 ‘뭐든지 내게 이야기하라’ 는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저급한 표현을 빌면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뜻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저 그들을 향한 비난과 불이익을 모면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최저임금이 상승하게 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계층은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소규모 점포, 기업 등입니다. 그들의 위상이라는 것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보다는 낫겠지만 경제활동의 사슬에서는 가장 아랫 쪽에 가깝습니다. 어찌 보면 최저임금 근로자의 바로 윗 계층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흔히 하는 우스갯 소리로 열차의 맨 뒷 칸이 사고의 위험이 높으니 맨 뒷 칸을 없애자는 식의 논리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생활이 나아지기 보다는 바로 윗 계층이 어려워 질 것입니다. 그에 따라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이상의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밝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밝은 소식들이 기대됩니다. 그렇지 못한 소식들이 들려 올 때면 누군가가 직언극간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만…. 그 또한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운 날씨에 답답한 소리만 한 듯하여 저도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다음 주에는 좀 더 즐거운 이야기로 찾아 뵙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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