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반 유행하였던 팝송 가운데 Wishin' and Hopin' (Wishing and hoping 을 운율에 맞추어 ~n 으로 발음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뜻은 wishing and hoping 과 같습니다.) 이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노래 듣기: youtube/wishin' n hopin') 훗날 You don't have to say you love me 라는 노래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영국 가수 Dusty Springfield 가 부른 노래입니다. (실제로는 Dionne Warwick 이 Dusty Springfield 보다 한 해 먼저 이 노래- Wishin' and Hpin' 을 취입하였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이번에 이 글을 쓰면서 저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Wishin' and hopin' and thinkin' and prayin' Plannin' and dreamin' each night of his charms That won't get you into his arms
So if you're lookin' to find love you can share All you gotta do is Hold him and kiss him and love him And show him that you care
이라고 시작합니다. 이를 번역하면;
바라고 희망하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계획하고 꿈꾸면서 그의 매력에 매일 빠지지만, 그렇게 하여서는 당신이 그의 팔에 안길 수 없답니다.
그와 함께 나눌 사랑을 기대한다면 당신이 하여야 할 것은 그를 안고 입 맞추고 그를 사랑하며 당신이 그를 얼마나 아끼는지 보여 주어야 합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바라고 희망한다고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는 의미의 충고입니다. 이러한 충고는 연애에만 통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 활동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 여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뉴욕지역에 있는 증권회사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한국 정부가 뉴욕에서 IR (Investor Relations: 투자 설명회)을 개최하였습니다. 한국 영사관, 한국은행 사무소,한국 금융기관, 기타 한국 정부 유관 기관 등이 총 동원되어 IR 참석인원을 독려하였습니다. 제게도 연락이 와서 IR 에 꼭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참석하였습니다.정부의 IR은 이미 한국에 투자를 하였거나 혹은 앞으로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있는 예비 투자자를 상대로 한국의 투자환경, 사업성, 경제 전망 등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뉴욕 시내에 있는 일류 호텔 New York Palace Hotel (*주: 현재는 한국의 롯데 그룹이 이 호텔을 인수하여 Lotte New York Palace Hotel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한미 FTA 가 한창 뜨거운 이슈로 떠올라 있었을 때입니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FTA 협상이 막 시작하였을 때입니다. 그리고 개성공단이 조성되기 시작하여 일부 초기 입주 기업들이 시험 가동에 들어가 시제품을 생산해 내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측의 질문은 자연스럽게 한미 FTA에 따른 한국 경제의 전망과 개성공단이 한국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정부측의 답변은 천편일률적으로 한미 FTA에 따른 경제 효과는 전망이 밝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개성공단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임금, 물류 분야에서의 이점뿐 아니라 숙달되고 문화적으로 같은 언어를 쓰는 노동력을 제공 받아 경제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뿐 아니라 개성공단이 앞으로 한 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 날 투자자측에서는 제기하였던 질문들은 대체로 3 가지였습니다;
1. 과거의 경험에 따르면 FTA는 거의 제로 섬 게임 (zero sum game)이 가까워서 한미 FTA 결과가 한국측에 이로우면 미국측에는 불리한 면이 생기게 마련이다. 한국에게 이로운 긍정적인 면은 어떤 것이 있고 그 댓가로 미국에게 한국이 양보하여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에 따라 산업 분야에 따라서는 향후 전망이 엇갈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2.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은 역외가공에 따른 원산지 증명에서 'Made in Korea' 인가. 그렇다면 한미 FTA의 결과 한국제품으로 인정 받아 관세 혜택이 따르겠지만 이를 인정 받지 못하면 개성공단 제품은 미국 수출에서 FTA에 따른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른 대책이 있는가?
3. 북한은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상업적인 계약을 이행하는 데에 매우미숙한 면을 보여 왔다.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서 북한측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개성공단의 안전성, 지속성, 궁극적으로는 존속 여부가 문제가 된다면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인가? 그리고 방코 델타 아시아 (Banco Delta Asia. *주: 2005년 미국에 의해 북한의 비밀계좌를 유지해 온 것에 대한 보복으로 금융제재를 받은 마카오 소재 은행.) 금융 제재 이후 북한과 금융 거래가 불가능한데 북한 노동자의 임금은 어떤 방법으로 송금하고 지불할 것인가?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답변하기 거북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부측의 답변은 이미 배포된 설명 자료에 기재된 내용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청와대 비서진 가운데 한 사람이 따라와서 많은 질문에 답하였습니다. 그의 대답은;
1. 한미 FTA는 어느 한 쪽에만 일방적으로 이로울 수는 없겠지만 한국측이 특별히 경제적으로 부담이 갈 만한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과 미국은 서로 윈-윈 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한미 FTA를 통해 이득을 본다고 하여도 미국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초래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2. 현재는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의 역외가공을 미국측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정부가 전향적으로 (*주: 당시 통역은 '전향적으로'라는 단어를 'prospectively'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생각을 바꿀 것으로 희망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3. 북한측에게도 개성공단은 매우 중요하다. 외부로 통하는 창문 역할을 하고, 경제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단이 된다. 따라서 북한측이 쉽사리 개성공단의 존속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미국 달러화 현찰로 현금 수송 트럭에 싣고 개성공단으로 직접 가지고 가서 지급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이었습니다.
한국 정부측의 답변이 거의 같은 이야기로 계속되자 투자자 가운데 한 사람이 발언권을 얻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국정부의 희망사항을 듣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확인 가능한 현실(fact)과 가능성 높고 예측할 수 있는 (most likely and foreseeable) 씨나리오를 이야기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 정부가 답변하는 '이러이러하게 되기를 바란다', 또는 '미국 정부가 생각을 바꾸리라 기대한다', '북한은 약속을 지킬 것이다' 라는 말은 한국정부가 간절히 바라는 것일 뿐 그렇게 된다는 보장도 없고 어떻게 하여서 한국정부가 그렇게 상황을 이끌어갈 것인지 설명이 없다. 한국정부의 시각과 경제 운용 능력이 이 정도라면 머지 않아 한국 경제에 재앙이 닥칠 수 있고 한국에 투자를 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정부의 대책과 전략을 알고 싶다.
한국사람으로서 그의 말을 듣는 것이 거북하였으나 상당 부분 그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해 시간이 흐른 다음 그의 말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 현실로 다가오기도 하였습니다. 한미 FTA에서는 개성 공단의 역외 가공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를 고치기 위하여 개성공단 철수 직전까지 협상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기사: /biz.chosun.com_2013/3/13_개성공단 원산지증명) 그리고 북한은 개성공단과 관련된 여러 가지 약속을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였고 종국에는 우리 기업들이 철수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한 가지 그 날 투자자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 트럭으로 현금을 수송하는- 임금 지급 방법은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리 큰 문제 없이 개성공단이 문을 닫을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당시에 우리나라 정부측에서 경제 전반에 관한 IR까지 시행하였으나, 이는 투자자들에게 '희망사항'을 열거하고 말았습니다. 투자자들에게는 설득력있는 경제 운용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당시 어느 투자자가 일갈한 말이 생각 납니다. "Wishing and hoping cannot be a strategy." (바람과 희망사항은 결코 전략이 될 수 없다.) 전략이란 희망사항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전략이지, 상황이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전략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특히 한국 정부가 바라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을 'prospective'라고 하는 것은 한국 정부와 생각이 다른 미국 정부는 마치 비현실적(unrealistic)이고 비전문가답다는(unprofessional) 평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 들 입장에서는 듣기에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그 날 그 자리에서의 제 느낌은 조금은 서글프고 우울한 것이었습니다. 한국 정부에서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투자자들을 모아 놓고 한국 정부의 장밋빛 경제 전망을 설명하고 많은 투자를 유치하려는 것이 IR의 목적이고 의도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IR 행사가 진행되면서 한국 정부 의도와는 달리 투자자들은 비판적이다 못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설명회의 진행이 초반부터 꼬이기 시작하다보니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각종 자료, 숫자, 전망 등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습니다.설명회를 마치고 식사를 하면서 자유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그 때에서야 저는 배부된 자료를 훑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 나름대로 비판적인 시각으로 각종 숫자와 전망, 경제운용 프로젝션 등을 살펴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힌국 정부가 준비하고 배포한 각종 자료들은 제 눈에도 희망사항들의 나열로 보였습니다. 어떤 방향과 전략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운용하겠다는 중간과정에 대한 설명은 빈약하고 5년 또는 10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우리나라 경제는 이만큼 달라져 있고, 이만큼 성장해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상들뿐이었습니다.
경제 예측 자료들은 시간이 지나면 계획과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왜 예측과 현실이 달라졌는지에 대하여서는 설명이 가능하여야 합니다. 계획을 작성할 때에 사용한 예상 씨나리오와 운용 전략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실제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결과의 차이가 어떠했는지 비교가 가능합니다. 단순히 경제가 순조롭게 성장하고 협상 파트너가 전향적으로 생각을 바꿀 것이라는 희망사항은 경제 운용 전략이 아닙니다. 희망사항은 전략이 될 수 없습니다.
"Wishing and hoping cannot be a strategy."
Wishin' and Hopin'은 그저 지나간 팝송의 제목일뿐입니다.
경제 운용 전략이 단순히 희망사항들의 나열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제는 보다 주도면밀하고 짜임새 있는 전략을 수립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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