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국내 일간지에 실린 기사 가운데 ‘한국인, 노후준비 부족…죽기 전 마지막 8.5년 불행하게 살다 갈 수도’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chosun.com/2017/10/10_마지막 8.5년)
기사에 따르면;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행복수명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단순히 건강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도 고려하여 계산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행복수명이 생물학적인 기대수면보다 짧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행복수명이 끝난 이후 기대수명까지는 불행하게(?)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행복수명이 기대수명보다 많이 짧은 이유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없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노후준비가 불충분한 경향이 있다는 정도의 설명이 있습니다.
이 기사를 읽기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노후 준비가 부족함을 느낍니다. 제가 지금까지 써 온 금요일 모닝커피 300여 회 가운데 약 15회 정도의 글에서도 노후 대책, 노후 연금, 노후 대비, 은퇴 등의 주제로 노후 준비를 이야기하였습니다. 노후에 경제적으로 어렵게 되면 생활이 많이 불편할 것입니다. 나이가 든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여러 가지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주변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불편을 초래로 하는 일도 많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건강문제도 경제적으로 부담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얼마 전 가깝게 지내는 친구 H와 식사를 하였습니다. H는 사업에 성공하여 많은 돈을 벌었고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의 부인이 4년 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미 15년 전에 위암을 발견하고 수술을 2 차례나 하였고, 항암 치료에 호스피스 도움을 받아 가면서 여러 해 동안 병 뒷바라지를 하느라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H에게는 결혼 생활 30여 년 가운데 힘들지 않았던 시간은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초기에는 부친의 회사일 을 도왔으나 부친이 세상을 떠나고 회사가 부도가 났습니다. 새로이 사업을 시작하여 10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경제적으로 심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을 만 할 때에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업이 조금씩 궤도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부인의 위암이 발견되었습니다. 수술을 2 차례 하고, 또 항암 치료에 들어가면서 그는 부인 병 수발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제가 H에게 물었습니다. 결혼 생활 30여 년을 돌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H의 대답은 뜻 밖이었습니다. ‘무척 행복했어. 특히나 애들 키우면서 건강하고 번듯하게 자라주는 것 보면 얼마나 가슴이 뿌듯하였던지 몰라. 부인이 아플 때, 힘들 때에는 조금 덜 행복하긴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정말로 행복했어. 그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난 부인이 고마워.’
H는 지금도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간단한 요기를 하고 사무실로 나갑니다. 사무실에서 일을 보고 오후에는 주로 헬스 클럽에서 운동을 하며 건강을 돌보고, 저녁에는 가까운 친구들과 만나거나 아들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제 친구 H는 앞의 기사에 나온 우리나라 행복수명 74.6세에는 아직 다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으로 봐서는 H가 행복수명 74.6세를 넘어 산다고 하여도 그의 생활이 그리 불행해지리라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가 불행해지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이유는 첫째 그의 긍정적인 생각을 들 수 있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보기에도 힘들었을 시간을 그는 행복한 결혼 생활 가운데 일부 덜 행복한 시간 정도로 여겼습니다. 힘들었던 시간도 불행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지만 조금 힘이 들고 가장 행복했던 시간보다 조금 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는 인생 전체가 행복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불행하다는 생각보다는 아직도 행복한데 다만 가장 행복했던 때만큼은 아닌 정도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음씨가 스스로 불행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로는 H는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H가 설사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못하다고 하더라도 그는 결코 불행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H가 평소에 자주 하던 이야기 가운데 '사람은 분수(分數)를 지켜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분수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 보면;1.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2. 자기 신분에 맞는 한도.3. 사람으로서 일정하게 이를 수 있는 한계.4. <수학> 정수 a를 0이 아닌 정수 b로 나눈 몫을 a/b로 표시한 것.
여기에서 4번의 경우는 뜻도 다를 뿐 아니라 읽는 방법도 다릅니다. 1~3번은 [분ː수]와 같이 앞의 '분'을 길게 읽고 뒤의 수를'수'라고 발음합니다. 그 반면 4번의 경우는 [분쑤]라고 말합니다. 앞의 '분'은 짧게 말하고, 뒤의 수는 '쑤'라고 발음합니다.
H가 이야기한 분수는 2~3번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4번에 해당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분수를 지킨다는 것은 자신의 경제적인 능력에 맞추어 생활하는 것입니다. 불필요하게 허세를 부리거나 과도한 씀씀이는 스스로의 경제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자신의 분수를 아는 것입니다.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4번쩨 의미의 분수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자신의 일생에 맞추어 적절히 나누어서 쓸 줄 아는 지혜입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재산을 기대생명- 예를 들어 100세 혹은 110세-에 맞추어 매년 적정 금액을 사용하도록 나누어 놓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앞으로 남아 있는 기대생명의 햇수로 나누어 놓은 분수(分數; 분쑤)로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는 것입니다. H는 곧잘 자신이 머지 않아 사업을 접고 은퇴하면 가진 것을 100세까지 쓸 수 있도록 정리하여 매년 그 해에 쓸 만큼만 소비하면서 살겠다고 합니다.
이런 자세는 모든 은퇴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방법입니다. 그 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소비생활 수준에 젖어서, 또는 남들이 보는 눈을 의식하여서, 또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계획 없이 무절제한 소비생활을 하여서는 곤란합니다.
앞의 기사에 나온 우리나라의 행복수명 평균은 74.6세입니다. 그 반면 기대수명은 83.1세입니다. 둘 사이의 시간적 갭(gap)은 곧 행복하지 못한 말년의 시간이라고 이 기사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갭을 줄이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행복수명을 연장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행복수명을 누릴 수 있는 경제력을 키우던가 아니면 행복수명이 길어질 수 있도록 가지고 있는 경제력을 좀 더 긴 시간동안 활용하여야 합니다.
이미 은퇴한 사람이 자신의 경제력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경제력을 아껴 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자신이 사용할 경제력을 좀 더 아끼고 절약하여 자신의 행복수명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경제력을 냉정하게 평가하여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고 단호하게 자신의 생활을 자신의 경제력에 맞추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은퇴자들은 자신의 건강상태와 가족력 등을 감안하여 자신의 예상 수명을 넉넉하게 계획하고 남은 여생 동안 자신이 보유한 재산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계획하여야 할 것입니다. 젊은 시기에는 노후대비 재산을 축적하는 방법, 그리고 은퇴 후에는 주어진 재산으로 남은 여생 동안 잘 관리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계획하여야 합니다.
지난 해 이 맘 때쯤 이와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6. 9. 30. 참조) 그 때 썼던 내용을 다시 한 번 옮겨 봅니다;
"주어진 은퇴 자산이 넉넉지 않으면 부족한 상황에서 생활 규모를 줄이고 절약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허황되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새로운 투자를 시도하는 일은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은퇴자들의 지혜로운 재산관리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보다는 남은 여생을 보내면서 주어진 은퇴 자산을 아끼고 절약하여 살아가는 것입니다."
스스로 보유하고 있는 경제력을 냉정히 평가하고 그에 따라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계획을 잘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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