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가을야구- 2017. 11. 3.

jaykim1953 2017. 11. 3. 09:51


가을이 깊어 가면서 각종 스포츠 행사도 일 년을 마무리해 갑니다. 지난 월요일 10 30일 저녁 서울의 잠실 야구장에서는 금년도 프로야구 경기를 마무리 짓는 한국 시리즈 5차전이 열렸습니다. 7 4선승으로 이루어지는 한국 시리즈는 싱겁게도 이날 5차전에서 기아 타이거즈가 4 1패로 이기면서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의 포스트 시즌 야구 경기는 흔히 가을 야구라고 불립니다. 조금은 운치 있는 이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국 시리즈에 오른 팀들의 특징에 따라‘~매치라고 이름을 짓습니다. 금년에 한국 시리즈에 오른 팀은 기아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즈였습니다. 단군신화의 곰과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호랑이팀 기아 타이거즈와 곰팀 두산 베어즈의 다툼이라 하여 금년의 한국 시리즈는 단군 매치라고 불렀습니다.


미국의 프로야구는 철저하게 프랜차이즈 도시를 앞세웁니다. 일본의 프로야구는 본거지 도시보다는 스폰서 기업- ()기업의 이름을 앞세웁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사례와 많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각 팀의 이름 앞에 모기업의 이름, 또는 스폰서 기업의 이름을 먼저 씁니다.


모기업의 이름들은 삼성, 롯데, 한화, LG, KT, NC, SK, 넥센 등입니다. 올해 한국 시리즈를 치른 두 팀의 모기업은 기아와 두산입니다. 그런데 기아 타이거즈는 언론에서 항상 영문으로 KIA라고 표기합니다. 아마도 기아자동차의 로고에 쓰여 있는 영문을 살리려고 의도적으로 구단에서 이름을 KIA라고 쓰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 기아 로고 참조)




그런데 영어로 KIA라고 모두 대문자를 써 놓으면 이는 조금 좋지 않은 의미로 보이기도 합니다. KIA Killed in Action 의 약자입니다. 즉 전사자(戰死者)를 일컫는 말입니다. 군사 작전에서 실종된 사람은 MIA (Missing in Action, 失踪者)라고 하고 전사자를 KIA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름이 영문 이니셜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이미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관련기사: 경향신문1997/6/6_ 선경 SK) 그리고 기업의 로고에 영문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도 훨씬 전부터 시작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회사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할 때에는 모든 글자를 영문 알파벳 대문자로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 만큼 눈에 띄게 중요함을 나타내고 싶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영문 이름 표기를 몇 가지 살펴 보겠습니다.


철도사업을 하는 코레일의 영문 이름을 KORAIL이라고 씁니다.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한 삼성전자도 회사 이름을 영문으로 쓸 때에는 SAMSUNG이라고 모두 대문자를 사용합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기업들의 이름을 보면,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 포드의 경우 Ford, 보험회사 프루덴셜의 경우 Prudential, 씨티은행은 Citi와 같이 첫 글자만 대문자로 쓰고 그 다음부터는 모두 소문자를 사용합니다. 모두 대문자를 사용하는 경우는 IBM-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AIG- American International Group 과 같이 여러 단어로 이루어진 이름의 머리 글자(initial)로 약자를 사용할 때에만 모두 대문자를 사용합니다. 심지어는 National BiscuitCompany라는 말의 약어로 만들어진 이름인Nabisco 조차도 첫 글자만 대문자를 사용할 뿐 뒤에 이어지는 글자는 모두 소문자를 사용합니다.


미국의 로스 앤젤레스 (LA)에 가면 한인은행 가운데 뱅크 오브 호프’ (Bank of Hope)가 있습니다. 이 은행의 영문 이름을 쓸 때에는 Bank of Hope 라고 씁니다. 대문자를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합니다. 198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미국측 투자자 (Bank of America)와 합작은행으로 설립되었던 한미은행의 영문 이름은 KorAm Bank 였습니다. K A 만을 대문자로 썼습니다. 그런데 우리은행의 영문 이름은 WOORI BANK 라고 씁니다. 그리고 신한은행의 영문 이름은SHINHAN BANK입니다. 그런가 하면KEB 하나은행은 KEB Hana Bank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KEB 하나은행의 영문 표기가 바람직해 보입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비행기 외부에 커다랗게 ‘UNITED’ 또는 ‘DELTA’와 같이 대문자로 항공사 이름을 써놓은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 이름과의 차이점은 DELTA 델타라고 읽고, UNITED 유나이티드라고 읽습니다. 그런 반면 기아를 영문으로 KIA라고 써 놓으면 이를 키아라고 읽기 보다는 케이 아이 에이라고 읽기 십상입니다. 특히나 KIA라고 쓰인 것을 처음으로 본 사람이라면 이를키아라고 읽어 주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케이 아이 에이라고 읽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큽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기업 브랜드도 많이 알려져 있어서 ‘SAMSUNG’이라고 모두 대문자로 써 놓아도 이를 쌤썽이라고 읽어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미국에서 자동차 광고 본 사람이라면 KIA 키아라고 읽을 수 있습니다. 대문자를 사용하는 것이 결코 잘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얼마나 잘 알려져 있느냐 하는 마케팅의 문제일 것입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기업의 경우에는 대문자로 기업명을 써놓을 경우 이름을 제대로 발음해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제가 미국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한국의 교보생명에서 오신 분이 제 사무실을 찾아와서 제 동료 직원들과 인사를 하였습니다. 손님들이 가고 난 후 제 동료 한 사람이 제게 와서 물었습니다.


“What does the K-Y-O-B-O stand for?”

(케이-와이---오 가 뭐지?)


이 동료의 질문은 KYOBO가 모두 대문자로 쓰여 있으니 이니셜이라고 생각하고 각 글자가 어떤 단어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물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Kyobo라고 썼더라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도 쿄보’ (또는 카이오보’) 라고 읽을 것입니다.


외국에 기업 명칭이 많이 노출되는 기업은 이름이 불릴 기회가 많을 것입니다. 그에 따라 기업 이름을 기억하는 소비자도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름을 대문자로 쓰건 혹은 소문자로 쓰건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어권 소비자들에게 자주 드러나지 않는 기업의 이름을 모두 대문자로 쓰게 되면 자칫 머릿글자들(initial)을 따서 만든 약어인 줄 오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케팅을 담당으로 하는 사람들 가운데 브랜딩(branding)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여 과언 대문자를 쓰는 것이 기업명칭을 알리는 데에 더 유리할 것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아의 로고 가운데 마지막 에이(A) 자의 수평 획을 빼고 쓰는 것은 KIA 라는 이름을 케이 아이 에이라고 읽지 않고 키아라고 읽도록 만드는 단초 (clue)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나라의 말이 다른 나라 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엉뚱한 오해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7. 9. 15. 참조)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이러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