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사람 나름- 2018. 4. 27.

jaykim1953 2018. 4. 28. 23:22

지난 주에는 저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실수로 금요일 모닝커피가 목요일 오전에 발송되었습니다. 목요일 오전에 미리 글을 써놓고 검토를 하던 도중에 실수로 발송 버튼을 눌러 메일이 발송되고 말았습니다. 어찌 보면 어처구니 없고, 있을 수 없는 실수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실수로 이메일을 발송하고 난 후에 독자 한 분이 제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를 목요일 아침에 보낸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 저의 단순한 실수였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자 껄껄 웃으시며 그 동안 금요일 모닝커피에서 제가 저 스스로를 이야기할 때에는 마치 완전무결하고 오류가 없는 듯이 묘사하였는데 제가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더니…’ 라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그분의 말을 듣고 잠시 저를 뒤돌아 봤습니다. 저는 그렇게 완전하지도 못할 뿐 더러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살아가는데 아마도 금요일 모닝커피에서 제가 마치 완벽한 듯이 저 자신을 묘사한 것이나 아닌지 반성하였습니다.

제가 금요일 모닝커피를 쓰면서 때로는 잘 못 된 것,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지적이 제게는 잘 못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음에도 아마도 독자들의 눈에는 제가 완벽한 척 하는 것으로 비쳐졌나 봅니다. 그래서 스스로 고백합니다. 저는 많이 부족하고 잘못도 많이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말만 앞세울 뿐 제 앞가림조차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문득 요즈음 유행한다는 자서전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거나 혹은 스스로 성취감이 충만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자서전을 발간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고, 또 출판사에는 이러한 자서전 발간을 도와주는 부서가 생겨날 정도로 자서전 발행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자서전을 읽어 보면 자서전의 저자는 웅대한 뜻을 품고 옳은 길을 가고 선견지명이 있었으나 주변의 여건과 주위 사람들의 이해 부족으로 자신의 큰 꿈을 이루지 못하고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듯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서전의 저자들이 적지 않은데 그렇게 훌륭하고 앞을 내다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그리 많았는데 우리나라가 더 잘되고 정의롭고 선진사회가 되지 못한 것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비단 자신이 옳고 훌륭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것은 자서전을 쓴 사람들뿐 만은 아닐 것입니다. 저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니었는지 반성해 봅니다.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을 탓한 격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근한 사례를 몇 가지 살펴 보겠습니다.

H씨는 금융회사에서 저와 함께 근무를 하였습니다. 그는 영업직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나이는 저보다 6살이 많았지만 직급은 저보다 낮았습니다. 지금은 저도 H씨도 그 금융회사를 퇴직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H씨가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입니다. H씨는 그의 친구가 운영하는 부동산 시행사의 고문으로 일을 하였습니다. 그 시행사에서 건설회사에 무엇인가 청탁을 하여야 할 일이 생겼는데 마침 그 건설회사의 회장을 H씨가 알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저와 만나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차를 한 잔 함께 하고 있는데 H씨가 청탁을 하였던 건설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제 앞에서 전화를 받던 H씨는 몹시 흥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건설회사에서 H씨의 청탁을 거절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자 H씨는 전화를 붙잡고 상대방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봐요 비서 아가씨, 내가 하는 말 회장에게 꼭 전해요.  H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고 아직 죽지 않았다고. 사람 그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고 꼭 전해 줘요.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말이야….’

그러면서 식식거리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저는 웃음이 났습니다. 과연 전화 건너편의 비서 아가씨가 회장에게 H씨가 한 말을 전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어느 비서라도 자기가 모시는 회장에게 전화 내용을 전달한다고 하면서, ‘회장님 그러시면 안 된답니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하셔야 한답니다.’라고 이야기하지는 못 할 것입니다. H씨는 자신이 화가 났다는 분풀이를 그 비서에게 한 것 밖에는 안 됩니다.

그렇지만 만약 H씨가 자서전을 쓴다면 아마도 이 때의 상황을 이렇게 기술할 것입니다;

그 회사에도 도움이 될 만한 일을 건설회사 회장에게 건의하였는데 그 회장은 앞을 내다볼 줄 모르고 나의 제의를 거절하였습니다. 나는 전화로 그에게 준엄히 꾸짖었으나, 그가 나의 깊은 뜻을 이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대강 이런 식의 내용으로 묘사할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능력 있는 한 사람이 떠나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운명을 달리하게 만든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KBS 클래식 FM이라고 부르지만, 예전에는 KBS1FM이라 불렀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KBS 1 FM에는 약 16~7 년 전까지 저녁의 클래식이라는 프로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인터넷 KBS 웹사이트에는 저클 팬들과 새클 팬들이 있었습니다. 저클은 저녁의 클래식을 줄여 부르는 이름이고, 새클은 새 아침의 클래식을 줄여 부르는 이름이었습니다. 새클은 아직도 방송이 되고 있으나 저클은 더 이상 편성표에 보이지 않습니다. 저클의 방송이 중단되는 과정에는 진행자의 변동에 따른 팬들의 저항이 한 몫 하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당시 저녁의 클래식은 아나운서 J가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J 아나운서는 목소리도 차분하고 내용 전달도 좋아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J아나운서가 KBS- TV 9시 메인 앵커로 스카우트 되었습니다. 저클은 저녁 6시 방송이어서 방송을 마치고, 또는 임박한 시간에 녹음을 마치고 저녁 메인 뉴스인 9시 뉴스를 준비하는 것이 촉박하여서 J아나운서는 저클 프로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J아나운서의 뒤를 이어 저클을 맡게 된 사람은 C아나운서였습니다. 그런데 C아나운서는 진행이 J아나운성에 비하여 매끄럽지 못하였고, 무엇보다도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가 짧은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인터넷 웹사이트에는 많은 불만과 항의가 잇따랐습니다. 진행을 다시 J아나운서에게 맡기라는 의견도 많이 있었으나 이미 TV 9시 메인 뉴스 앵커로 자리 잡은 J아나운서를 다시 데려 오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몇 달 동안 이어진 청취자들의 항의성 불만을 못 이기고 C아나운서는 그 프로에서 하차하였고, 저클 프로그램은 이름을 바꾸어 세상의 모든 음악이 되었습니다.

저의 관찰이 잘 못 되었을 수도 있으나 그 당시 J아나운서가 계속 저클을 진행하였다면 J아나운서에게는 TV 9시 메인 뉴스 앵커라는 자리를 포기하여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저클 프로는 계속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을 것입니다. 진행자 한 사람의 위력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실감하게 만드는 사례였습니다.

또한 한 사람의 능력이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구해낸 사례도 있습니다. 지금은 코리안 리라는 이름으로 바뀐 예전의 한국재보험공사는 1998년 소위 IMF 경제 위기를 맞아 어려움을 직면하였습니다. 비단 재보험 분야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던 때입니다. 그 때 이 회사의 사장으로 온 사람이 P씨입니다. P씨도 재무관료 출신이었고 그로 인하여 소위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과 함께 중차대한 위기 상황에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P 사장은 강력한 구조조정과 수익구조의 변화를 도모하는 영업 드라이브로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우리나라 경제사에서 관료 출신의 경영자 가운데 유일한 성공 사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 보험시장에서는 코리안 리의 독과점 상황을 묵인하는 제도적 뒷받침의 덕을 보았다고는 하지만 그가 코리안 리의 사장직에 15년간 머물렀다는 것으로도 P사장은 그의 경영능력을 증명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 인공지능(AI)과 휴먼(human, 사람)의 능력에 대하여 대체로 인공지능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 하여야 할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할 것인가는 가장 먼저 고민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흔히 하는 말대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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