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인베스트먼트 뱅킹- 2018. 5. 18.

jaykim1953 2018. 5. 18. 09:13

얼마 전 아는 후배와 집 근처 빵집에 갔었습니다. 그 곳 간판을 보더니 제 후배가 저에게 프랑스의 빵 집에 대하여 설명하여 주었습니다. 그 내용은 대강 이랬습니다;

 

- 불랑제리 boulangerie: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거나 적게 사용하여 통밀 등을 원료로 한 바게트류의 일상 식사용 빵을 제조, 판매하는 빵집.

- 비엥느와제리 viennoigerie:

이스트, 버터, 가공밀 등을 사용하여 기름진 페스트리류의 간식용 빵을 제조, 판매하는 빵집.

- 파티세리 patisserie:

다량의 버터, 설탕, 크림, 카카오버터 등을 사용하여 고가의 디저트용 빵을 제조, 판매하는 빵집.

 

저야 전혀 모르는 문외한 분야이기에 그저 듣고 내용을 간단히 메모하였습니다. 제게는 빵집이면 그냥 빵집이지 뭐가 그렇게 세밀하게 다른 것인지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식빵 종류, 바게트 등을 만들어 파는 곳은 불랑제리이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단팥 빵, 크림 빵 등 일반적인 빵을 만들어 파는 곳은 비엥느와제리입니다. 그리고 파티세리는 제가 보기에는 거의 양과자(洋菓子)를 만들어 파는 집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러면서 제 후배가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언젠가 그 후배가 제게 질문을 하였었답니다. 질문 내용은 Commercial Banking (커머셜 뱅킹, 상업은행) Investment Banking (인베스트먼트 뱅킹, 투자은행)이 어떻게 다르냐고 제게 물었다고 합니다. 자기가 보기에는 다 같은 뱅킹일텐데 왜 그렇게 구분해서 이름을 부르는지 이해가 안 가서 제게 물었었다는 것입니다. 그 때 제가 해준 답변을 듣고 그 후배는 아직도 어디 가서 커며셜 뱅킹과 인베스트먼트 뱅킹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자신이 나서서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기억하는 저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 커머셜 뱅킹:

은행이 자기의 계정으로 예금을 받고 예금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자기의 위험 부담 아래에 고객에게 대출을 일으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은행 업무이고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은행의 수익을 확보한다.

- 인베스트먼트 뱅킹:

거액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고객과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려는 고객 사이에 인베스트먼트 뱅크가 중재를 하여 별도의 금융 상품 (instrument)거래를 거쳐서 자금의 수요와 공급, 거래 조건 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주고 인베스트먼트 뱅크는 수수료를 챙긴다.

 

저의 설명이 모든 커머셜 뱅킹과 인베스트먼트 뱅킹 거래에 꼭 들어맞는 설명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데에는 매우 적절한 설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20여년 전에 제가 이 설명을 하여 주었는데 제 후배는 아직도 제가 해 준 설명을 기억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커며셜 뱅킹과 인베스트먼트 뱅킹의 차이를 설명하였다고 합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인베스트먼트 뱅킹이라는 분야는 매우 낯선 분야입니다. 그리고 자주 접하게 되는 분야가 아닙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은행업무란 대부분 예금을 맡기고, 필요하다면 대출을 쓰기도 하는 그런 곳입니다. 그리고 예금 통장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체를 하기도 하고,각종 공과금을 지불하는 곳입니다. 이러한 업무는 모두 커머셜 뱅킹 분야에 속하는 업무입니다.

일반인들이 인베스트먼트 뱅킹 분야의 거래를 하게 되는 경우는 대개 증권회사의 창구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혹시라고 채권 매매를 하게 되면 이는 인베스트먼트 뱅킹을 통하여 발행된 채권을 발행시장(primary market)이 아닌 유통시장 (secondary market)에서 매입하는 것입니다. 채권이 최초에 발행되는 발행시장은 인베스트먼트 뱅크가 채권의 발행자인 자금의 수요자와 채권에 투자하는 자금의 공급자 사이에서 채권이라는 금융상품을 통하여 양측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입니다.

채권 매매뿐 아니라 ELS (Equity Linked Securities, 금요일 모닝커피 2012. 4. 20. 참조)를 매입한다면, ELS는 인베스트먼트 뱅크가 구성한 상품을 투자자가 매입하는 것입니다. ELS는 인베스트먼트 뱅크가 기존의 채권이나 주식 등의 상품을 기초로 하여 수익을 강화하거나, 시장 움직임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에 맞추어 수익 구조를 변형한 파생상품입니다.

파생금융상품은 그 종류와 성격이 매우 다양합니다. 파생상품 가운데에는 리스크를 더 부담하더라도 수익을 키우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도 있고, 수익을 크게 늘어나지 않더라도 리스크를 줄여주는 파생상품도 있습니다. 그리고 ELS와 같이 기본적인 투자상품과 파생상품을 연결한 상품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30년쯤 전에 각광을 받던 인베스트먼트 뱅킹은 해외에서 주식 관련 채권 (CB- Convertible Bond, 전환사채, BW- Bond with Warrant, 신주인수권부 채권) 또는 DR (Depository Receipt, 주식예탁증서) 등을 발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당시의 발행 수수료는 4~5% 까지도 받았습니다. 지금은 1% 수준, 또는 그보다도 낮은 수수료를 받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회사의 발행물들이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팔릴 것인지 여부도 불투명하고 발행후 일정기간 동안 시장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market making 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 리스크 부담이 커서 수수료를 많이 받았던 것입니다. 실제로 market making을 하다가 주간사 인베스트먼트 뱅크가 손실을 보는 경우도 없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발행물들도 시장에서 잘 소화되고 주간사의 리스크 부담도 줄어서 수수료가 많이 내려갔습니다.

1990년대 초반 국내 H 기업은 아주 쓰라린 경험을 하여야 했습니다.  1 5백만 달러 규모의 작은 해외 발행을 계획하고 주간사를 홍콩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영국계 F사로 선정하였습니다. F사가 준비한 대로 영국과 유럽 국가들로 로드 쇼를 떠났고, 로드 쇼 마지막 날 발행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pricing meeting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가격 결정을 위한 회의에서 주간사의 시장 예측과 발행사의 기대치에 커다란 간격이 있었습니다. 회의는 길어지고 밤 늦은 시간이 되도록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Pricing meeting이 끝나고 축배를 들면서 만찬을 함께 하려던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하였고 주간사와 발행사 사이에는 심지어 감정의 충돌까지 발생하였습니다. 결국에는 발행을 취소하기로 하고 짐을 싸서 서울로 돌아 왔습니다.

H사와 F주간사의 경우 발행 준비에 발생한 비용이 있었습니다. 로드쇼 비용도 있었습니다. 이 때 계약 조건은 발행사인 H 사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캡(cap, 한도)를 설정하였었습니다. 그리고 그 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하여서는 주간사인 F사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 관행은 발행에 소요되는 비용의 약 60~70% 정도의 금액을 캡으로 하였었습니다. H사는 캡으로 설정한 비용을 부담하였고, F사는 약간의 비용을 부담하는 선에서 정리 되었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국제금융 시장에서 상당한 지명도와 신용등급을 인정 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 견준다면 30년 전에는 거의 수모를 당하였다 하여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 만큼 우리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기업의 위상도 높아지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기업들도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인베스트먼트 뱅킹이 소개되던 시절을 돌아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한 가지 아쉬움은 아직은 세계 시장에 내세울만한 번듯한 인베스트먼트 뱅크가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발전된 인베스트먼트 뱅킹 비즈니스가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아울러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인베스트먼트 뱅크가 생겨 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