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쓰는 말은 아니지만 '보수'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진보- 보수(保守)의 보수가 아니고, 무엇인가를 고치고 수리한다는 의미의 보수(補修)도 아닙니다. 영어로는 complement 라고 하고, 한자로는 補數라고 씁니다.
정확한 의미는 기준 수에 대한 어떤 숫자의 역순서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너무 어려우니 쉽고 간단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숫자는 10진법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보수는 주어진 숫자에 더해서 '10'이 되게 하는 수, 즉 주어진 수와 '10'과의 차이가 됩니다. 예를 들어 8의 보수는 2입니다. 4의 보수는 6입니다.
보수의 개념은 매우 중요합니다. 수, 연산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 가운데 하나입니다. 보수를 정확히 이해하면 수의 체계와 연산의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여기에서 보수의 개념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보수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세상 이치에서 여러 가지의미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제가 좋아하는 숫자는 3입니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숫자가 7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서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숫자인 7을 만들기 위한 보수 3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3이 있음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7이라는 숫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저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숫자를 제가 갖기 보다는 남을 위하여 그 숫자를 만들어 줄 수 있는 7의 보수 3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십진법에서 보수는 다른 한 숫자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보수의 관계와 유사한 관련성을 금융, 재정, 경제 분야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景氣)와 이자율의 관게도 그렇습니다. 이 둘은 마치 보수의 관계와 같습니다. 경제 성장의 속도를 완화하고 경기를 안정시키려면 고금리 정책을 써야 합니다. 이자율이 높으면 자본 코스트가 높아져서 섣불리 사업을 확장하지 못합니다. 사업의 수익성이 금리보다 낮다면 그런 사업은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차라리 금리 상품에 돈을 맡겨 놓고 이자를 받는 것이 안전하고 수익이 보장됩니다. 경제활동을 통하여 높은 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때에는 사업에 투자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수익성이 좋은 사업에 선별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확실하지 않은 사업에는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 운용이 안정 지향적이 됩니다.
반대로 경기를 활성화하고 높은 경제성장을 기대한다면 이자율을 낮추어야 합니다. 그러면 쉽사리 이자를 부담하고 자금을 동원하여 새로운 사업을 일으킵니다.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만 있다면 사업은 성공합니다. 여유 자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낮은 이자율 상품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는 사업에 투자하여 이자율보다 높은 사업 수익을 기대하고 사업에 투자할 것입니다. 이자율이 낮으면 사업성이 조금만 있어요 이자율보다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쉬워집니다.
이자율과 경제 운용- 성장 또는 안정-은 서로 보수의 관계와 흡사합니다. 성장을 이끌어 내기위하여서는 낮은 이자율이 필요하고, 안정을 유도하기 위하여서는 높은 이자율 정책을 적용하여야 합니다.
지금의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기를 비교하려면 두 나라의 이자율 정책을 비교하면 알 수 있습니다. 2018년 7월 현재 미국의 FED 기준 금리는 연(年) 1.75% ~ 2.00%입니다. 그 반면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1.5%입니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 기준 금리가 미국의 중앙은행 기준 금리보다도 낮습니다. 우리나라는 성장을 지향하고 미국은 우리나라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을 지향하는 경제 운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경기가 좋고,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약 4년 쯤 전에 금요일 모닝커피에서는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 있었던 후보자간의 토론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4. 10. 2. 참조)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만약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 경제 운용을 안정적으로 할 것인지 혹은 성장 지향으로 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상대 후보는 자신의 경제 운용 전략은 '안정 속의 성장'이라고 일갈하였습니다. 지금도 이 때의 토론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납니다. 만약 이 때 원래 질문을 하였던 후보가 이어서 질문을 하며, '그렇다면 이자율 정책을 올리시겠습니까, 아니면 내리시겠습니까?' 라고 한 마디만 더 물어 보았더라도 '안정 속의 성장'을 주장하던 후보는 말 문이 막히고, 처음 질문을 하였던 후보는 자신의 경제 분야 지식을 뽐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두 후보 모두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아무런 추가 언급 없이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경제 운용의 원칙과 원리에 대하여서는 전혀 이해가 없었음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보수의 관계에 있는 두 숫자는 주어진 틀- 예를 들어 십진법-에 맞추어 서로 보완을 합니다. 마찬가지로 경제 운용과 이자율은 커다란 경제의 틀 안에서 서로 보완을 하고 방향을 움직입니다. 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저금리 정책을 쓴다면 이는 톱니바퀴를 맞물려 놓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경제 성장을 기대한다면서 고금리 정책을 쓴다면 이 또한 의도한 성과를 거둘 수가 없는 정책입니다.
보수를 보면 원래의 숫자를 알 수 있습니다. 보수가 3인 숫자는 7입니다. 마찬 가지로 금리를 보면 경제 운용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 운용이 어떠한지를 알려면 그 나라의 금리 움직임을 주시하면 알 수 있습니다. 꼭 그 나라 대통령의 경제 보좌관이나 경제관련 부서의 장관에게 질문을 하여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불과 3~4년 전만 하여도 우리는 초저금리를 이야기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5. 12. 18. 참조) 그러나 미국을 필두로 이제는 초저금리 시대를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그 동안 지독하게 경제를 짓눌렀던 불황에서 조금씩 벗어나 이제는 성장을 둔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 들여도 됩니다.불황을 이겨내려는 노력으로 거의 무한정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을 하였고, 이를 양적팽창(量的膨脹) 또는 양적완화(量的緩和, QE: quantitative easing)라고 불렀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이웃 나라 일본도 이러한 정책을 시도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6. 2. 5. 참조) 이제는 이들 나라들 대부분이 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는 분위기입니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머지 않아 경기가 살아나서 금리를 올리며 안정적인 경제 운용을 시도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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