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경제선진국- 2018. 7. 20.

jaykim1953 2018. 7. 20. 17:02


지난 주 금요일, 7 13일에 집권여당의 원내 대표가 던진 말 한 마디가 재계에 거센 후폭풍을 일으켰습니다. 소위 삼성 20조 원 발언입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뒤이어 여러 가지 해석과 변명을 하여야 했습니다. 그 만큼 그의 말은 부적절한 말로 받아 들여졌고, 발언 당사자가 아무리 변명을 하여도 그의 진의는 반기업정서를 강변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18/7/14_삼성 20)

20조 원이라는 돈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입니다. 이 돈을 풀면 200만 명에게 1천만 원씩 줄 수 있다는 산술 계산은 맞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삼성 전자는 이렇게 많은 돈을 자사주 소각에 사용하였다는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어제 신문 기사에 이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관련기사: chosun.com_2018/7/18_지배구조전쟁)

이 기사의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을 표방한 기업 가운데 진정한 전문경영인 경영체제를 갖춘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언급한 어느 재벌 기업의 한탄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역대 정부가 KT나 포스코 같은 주인 없는 기업을 전리품으로 생각해 왔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죽을 고생을 하며 기업을 일구는 과정을 지켜봤는데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갔다가 회사가 그런 꼴이 되면 면목이 있겠느냐"

우리나라에서 재벌기업을 공격하는 것은 정의(正義)로 여겨지고, 재벌기업을 옹호하는 것은 불의(不義) 가운데에서도 가장 못 된 불의 취급 받을 각오를 하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분명 자본주의 국가인데도 말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부를 축적하는 것을 죄악시, 범죄시 하는 것은 매우 기이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재벌들을 비난하고 불결한 듯이 매도하는 사람들조차도 자신들의 재산 목록에는 재벌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17/6/30_청와대참모 재산목록)

과거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의 자본구성은 매우 취약하였습니다. 소위 순환출자라는 변칙적인 방식을 통하여 A사는 B사의 대주주가 되고 동시에 B사가 A사의 대주주가 되는 상호출자를 통하여 기업의 지배구조를 장악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순환출자의 문제점은 누누이 지적되어 왔고 정부의 규제와 단속으로 이제는 많이 시정되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음에도 쥐꼬리만한 지분을 가지고 황제식 경영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seoul.co.kr/news_2015/8/7_쥐꼬리 지분율) 그러나 아무리 쥐꼬리만한 지분율이라고 하더라도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인정 받고 경영진으로 선출되었으면 그 것으로 충분합니다. 반드시 지분율이 과반을 차지하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분율 0%인 정부가 KT, 포스코, 금융기관 등의 주총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기업들의 CEO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자본주의 경제는 자본의 힘()을 인정하고 이용하여야 합니다. 자본주의 정신을 가장 잘 반영하는 조직은 주식회사이고, 자본주의 원칙이 가장 잘 작용하는 곳은 주식시장이고, 자본의 영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사모 펀드 (Private Equity Fund)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식회사의 최고 의결기관은 주주총회입니다. 민주적인 절차에서 가장 많이 취하는 의사결정의 방법인 다수결의 원칙이 주주총회에도 적용됩니다. 다만 다수결의 계수를 인원 숫자가 아닌 주식의 숫자로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일반적인 의사결정 회의에서는 참가 인원 숫자의 과반 여부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지만 주식회사의 주주총회에서는 사람 숫자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오직 주식의 숫자만 계산합니다. 찬성하는 주식의 숫자가 반대하는 주식의 숫자보다 많으면 찬성이 가결됩니다. 설사 찬성하는 주식을 가진 사람이 단 한 사람에 불과하더라도 주식의 숫자가 더 많으면 의사결정은 주식의 숫자가 많은 쪽으로 결정됩니다.

그리고 주주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언제든지 주식시장에서 팔고 살 수가 있습니다. 일단 주식을 팔고 나면 주식을 판 주주는 더 이상 주주가 아닙니다.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를 못 합니다. 주주의 권리는 새로이 주식을 매입한 새로운 주주에게 넘어갑니다. 주주의 권리는 특정 개인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고 주식을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주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회사의 가치가 높고 앞으로의 전망이 밝으면 그 회사의 주식은 주식시장에서 인기가 있고 가격이 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고 엉뚱한 힘이 작용하는 기업의 주식 가치는 당연히 떨어질 것입니다. 주식회사의 주가는 그 회사의 가치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회사의 가치는 시장에서 가장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모 펀드 또한 지극히 자본주의적입니다. 원칙적으로 사모 펀드가 회사를 매입할 때에는 그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합니다. 그리고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경영상의 문제들을 시정합니다. 사모 펀드가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그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모 펀드가 매입한 회사의 의사결정은 사모 펀드에 의하여 좌우됩니다. 사모 펀드는 자신이 매입한 회사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객관작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시행하여 회사의 가치를 높입니다. 그리고는 높아진 회사의 가치를 인정 받고 자신이 매입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회사를 되팝니다.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본주의적인 구조 아래에서 자본의 움직임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곳이 자본주의 선진국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앞의 기사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정부가 일부 기업의 경영층 선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정부가 그 기업의 주식은 단 한 주도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말로만 자본주의를 표방할 뿐 전혀 자본주의적이지 않고 전근대적인 정부의 사경제 침범 사례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버젓이 이러한 형태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하여지고 있습니다. 지극히 후진적인 행태입니다.

이러한 후진적인 정부의 개입에 비하면 법에 따른 자사주 소각을 거쳐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사기업의 노력은 조금도 비난 받을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한 사기업의 경영에 비판을 가하는 정치권의 사고 구조를 어서 빨리 뜯어 고쳐야 할 것입니다. 마치 정치권의 사고방식이 지고지선(至高至善)한 것인 양 나서는 정치권 인사들의 행태야 말로 시급히 고쳐져야 할 적폐입니다.

주식회사의 형태를 취한 기업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그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은 주주총회입니다. 주주가 아니라면 주주총회에서 어떠한 결정을 하건 영향력을 행사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만에 하나 기업의 의사결정이 법 질서를 파괴하거나 범법의 소지가 있다면 이는 사법 기관을 통하여 법적 절차에 의하여 시정하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최근 신문 기사를 보면 G7(선진 7개국)의 일원인 이태리가 경제의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더 이상 선진국 대열에 끼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chosun.com_2018/7/17_이탈리아 國運  저무나) 이태리의 경제가 오늘과 같이 뒷걸음치고 나라 경제가 예전 같지 않음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그 가운데 정치적인 원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태리는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의 중견 기업들이 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었습니다. 가족 중심의 소규모 경영진은 곧 이어 탈세, 폐쇄적 경영, 연구 개발(R&D)의 부진 등으로 번졌습니다. 그에 더하여 정치권의 부패와 정경유착, 경제에 부담을 주는 포퓰리즘 정책이 극심한 경제의 쇠락을 부채질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세계 최고 선진 7개국에 들어 있기에는 민망한 경제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규모면에서는 세계 11~12 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관련기사: yonhapnews.co.kr_2018/7/13_러 GDP 세계 11)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도 우리나라가 과연 세계 11~12 위의 자리를 지킬 만한 경제 구조와 경쟁력을 가졌는지는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정부의 과도한 사경제에 대한 월권행위, 과거의 정경유착을 적폐라 부르면서도 현 정치권이 보이는 구태의연함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경제계와 사기업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일보다는 부담이 되고 어려움을 초래한 경우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큼의 경제 발전을 이룩한 데에는 그 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이 쏟아 부은 피와 땀의 결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의 노력이 가상하고 안쓰럽기까지 한 이유입니다. 앞으로는 정치권이 더 이상 사기업들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 없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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