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이변(異變)- 2018. 6. 29.

jaykim1953 2018. 6. 29. 06:44



지난 수요일 저녁 11. 우리나라와 독일이 러시아 월드컵 축구에서 맞붙었습니다. 두 나라 모두 16강 진출에 먹구름이 덮여 있는 상황이었고, 더구나 우리나라가 독일을 이기고 16강에 오를 확률은 1%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2018/06/27_월드컵 16강 1%) 도박사들의 베팅에서는 우리나라가 독일을 2-0으로 이길 것에 베팅하기 보다는 독일이 우리나라를 7-0으로 이길 것에 베팅하는 것이 확률이 더 높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한국 2:0 승리보다 독일 7:0 승리)

그러나 결과는 모두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가 독일을 2:0으로 꺾었습니다. 아쉽게도 16강 진출에는 실패하였습니다. (관련기사: 16 떨어지고도 기쁜 ) 일부 보도에 따르면 월드컵 대회에서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독일을2점차 이상으로 이긴 나라는 이탈리아, 브라질, 크로아티아 3개 국뿐이었으나 이제는 우리나라가 그 반열에 끼어 4개 국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 이영표 해설위원 TV 중계 해설 중에서)

어쨌든 지난 수요일 저녁- 정확히 이야기하면 어제 새벽-에 울려 퍼진 우리나라 축구의 승전보는 의외의 결과였고, 그렇기에 더욱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이변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고, 기적이라고 불리는 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스포츠에서는 이따금 이러한 이변, 또는 기적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오래 전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우리나라 권투선수 홍수환 선수가 1977 11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파나마로 건너가서 당시 파나마의 권투 영웅이던 카라스키야 선수와 타이틀전을 벌였습니다. 카라스키야는 1111 KO승을 기록하던 강한 주먹의 소유자였습니다. 실제 시합이 벌어지자 마자 2회전이 끝날 때까지 홍수환 선수는 무려 4번의 다운을 당하였습니다. 당시에는 한 회에 3 번의 다운을 당하면 자동 KO (automatic knock out) 규정이 있었으나, 이 경기에서는 흥행을 위하여 완전히 카운트 아웃이 되지 않으면 무한정의 넉 다운을 인정하는 룰에 합의를 하였습니다. 카라스키야 선수의 입장에서는 엉성한 KO승이 아니라 완벽하게 때려 뉘어서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의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조항이 오히려 그에게는 독이 되었습니다. 4번의 다운에도 KO패를 선언하지 않자 휴식시간에 홍수환 선수는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였습니다. 그리고 3회에 단 한 차례만에 카라스키야 선수를 넉 다운시켜 화려한 KO승을 거두고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오릅니다. 이 때 TV 중계를 하던 아나운서는 2회에 홍수환 선수가 4번 째 다운 당하는 순간에 ~~ 역부족입니다 라는 말을 하였을 정도로 일방적으로 불리한 경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 라운드에서 대세를 뒤집고 화려하게 KO승으로 경기를 마감하였습니다.

홍수환 선수는 그 보다 3년 전인 1974년 여름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당시 밴텀급 세계 챔피언이었던 아놀드 테일러 선수에게 도전하여 승리를 따냈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라디오 중계석에 와서 라디오를 통하여 자신의 어머니와 대화하면서 엄마 나 참피언 먹었어 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 말은 후에 두고두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따라 다니는 말이 되었습니다. 1977년 카라스키야를 물리치고 참피언에 오르자 TV 중계석에 나와 인터뷰 하면서 그는 또 참피언 먹었습니다라고 일갈하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45기는 이 당시에 만들어진 말이고 원래는 78기라고 쓰였던 고사성어입니다. 7번 넘어져도 8번 일어나서 다시 도전한다는 의미로 쓰이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78기라는 말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45, 67기 심지어는 1112기라는 말도 사용합니다. (관련기사: 11전12 남자배구 중국 꺾어) 이러한 말이 쓰이게 되는 데에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일어나고, 이기지 못할 경기를 이기는 때에 많이들 사용합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또는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의 기쁨은 배가 될 것입니다. 경제분야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없지 않습니다.

1978년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매우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일본의 소형차들이 경제성을 앞세우면서 미국에서 맹렬한 판매 신장을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포드 자동차의 사장으로 있던 아이아코카 (Lee Iacocca)는 소형차가 대세임을 직감하고 핀토(Pinto)라는 소형차를 대량 생산하여 일본차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핀토의 구조가 후방충돌에 취약하고, 후방충돌에서 연료통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포드사에서 쫓겨나듯 물러나게 됩니다. 그 당시 포드사는 연간 2십억 달러의 흑자를 내는 등 아이아코카의 경영 능력은 인정을 받았으나 헨리 포드 2세와의 갈등으로 인하여 밀려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포드 자동차에서 물러난 아이아코카는 바로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요청을 받고 크라이슬러의 사장 자리에 앉게 됩니다. 1979년은 크라이슬러 자동차가 부도직전까지 몰리는 최악의 경영상태에 직면한 시기입니다. 이 때 그는 미국의 의회에 나가 크라이슬러를 위한 구제금융에 국가가 앞장서서 보증을 서줄 것을 요구하며, 수 년 안에 반드시 빚을 갚겠다고 약속합니다. 포드 자동차에서의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았던 그의 과거 경력 덕분인지 의회에서는 그에게 호의적인 반응이었고 크라이슬러는 구제금융을 받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1980년대 초의 소위 K (K car) 성공신화를 씁니다. K카라는 이름은 K카 플랫폼을 사용하는 자동차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입니다. 아이아코카는 크라이슬러의 사활을 걸고 당시 소형차의 플랫폼을 하나로 통일하여 그 플랫폼을 사용하는 차를 모두 K카라고 불렀습니다. K카 플랫폼 위에 얹혀진 차제의 바디와 엔진에 따라 각 모델의 이름은 에어리즈K (Aries K) 릴라이언트 (Reliant K) 등으로 이름 지어졌습니다. 전륜구동의 K카는 높은 경제성과 손쉬운 핸들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폭발적인 매출을 올렸습니다. 매출이 신장되자 자연스럽게 재무상황은 호전되었고 1983~1984년 크라이슬러는 구제금융을 모두 상환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그러자 아이아코카는 자서전을 써서 자신의 경영 방침, 철학 등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였습니다. 비록 지금은 크라이슬러가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1980년대 초중반에는 상당히 안정적인 경영상태가 이어졌습니다. 이 당시에는 부도직전의 크라이슬러를 회생시킨 아이아코카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는 칭송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는 산업합리화라는 이름으로 군부가 장악한 정부에서 각 자동차 회사마다 생산할 수 있는 차종을 지정해 주었습니다. 당시 브리사라는 소형 세단으로 근근이 회사를 이끌어가던 기아자동차에게는 승용차의 생산을 금지하고 상용차만을 생산하라는 조치였습니다. 갑작스런 산업합리화 조치에 제대로 항변 한 번 못해 보고 군부 정권의 위세에 눌려 공장 가동이 곧 멈출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때 K 회장이 일본의 마즈다 회사에서 만들어 팔던 12인승 소형 버스, 트럭 모델을 들여와 우리나라에서 봉고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하였습니다. 봉고는 선풍적인 인기를 타고 기아자동차를 회생의 궤도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 이후 산업합리화 조치가 풀리면서 다양한 차종의 생산이 가능해지자 생산라인을 다변화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확장 경영을 추구하며 추가적인 부채를 일으켰습니다. 그는 한국의 아이아코카라고 불리기도 하였고, 그렇게 불리기를 원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기아자동차의 구제금융 부채를 모두 상환하지 못하였고, 그가 꿈꾸던 차종 다변화를 이루지도 못하였습니다. 1997년에 불어 닥친 금융위기- 소위 IMF 사태- 때에 각종 비리 혐의로 그는 구속되고 맙니다. 그 이후 그가 다시 재기에 성공하였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그의 나이는 이미 86세가 되었습니다. 그가 만들어 가던 기적은 미완의 기적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도 위기의 기아자동차를 구했던 봉고신화의 주인공으로 기억됩니다.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기적을 일구기 위하여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rket Consensus- 2018. 7. 13.  (0) 2018.07.13
보수 (補數) - 2018. 7. 6.  (0) 2018.07.06
월드컵 2018. 6. 22.  (0) 2018.06.22
보수적 가치관- 2018. 6. 15.  (0) 2018.06.16
관계 (關係)- 2018. 6. 8.  (0) 2018.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