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Market Consensus- 2018. 7. 13.

jaykim1953 2018. 7. 13. 15:36



어제 7 12일 목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 여러 뉴스 매체에서 크게 보도하는 뉴스 가운데 하나가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결승 진출 뉴스입니다. (관련기사: sports.mk.co.kr_2018/7/12_크로아티)

크로아티아는 유럽 대륙의 남동쪽 끄트머리라고 할 수 있는 발칸 반도에 있는 나라로서 이 나라의 수도는 자그레브(Zagreb)입니다. 인구는 4백만이 조금 넘는 작은 국가이고 2차대전 이후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유고슬라비아에 속해 있었습니다. 1991년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 등과 함께 크로아티아도 독립을 선포하면서 생겨난 나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월드컵에 크로아티아라는 이름으로 참가하여 본선에 처음 오른 것이 독립후 7년 만인 1998년이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결국에는 금년 월드컵 경기에서 결승에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룩한 것입니다. 이제 오는 일요일 저녁 자정 (우리나라 시간 7 16 0) 프랑스와 2018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대망의 우승을 바라보며 일전을 겨루게 됩니다. 하필이면 그 장소도 2차 대전 이후 자신들을 유고슬라비아라는 소련의 위성국의 한 구성원으로 만들었던 구 소련- 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벌입니다. 크로아티아의 GDP는 약610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은 약 15,000 달러 수준이라고 합니다. 인구 4백만 남짓 되는 나라이다 보니 1인당 GDP는 중진국 수준이지만 전체적인 경제력에서는 상당히 규모가 작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나라가 세계적인 강호들이 겨루는 축구의 제전 월드컵에서 강호들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결승에 진출하였습니다. 언론들은 이러한 결과를 이변’(異變)이라고도 표현하였고, 외신도 크로아티아의 결승행 진출을 극적인 사건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nbcsports.com_2018/07/11_croatia-stun-england-reach-world-cup-final) 아마도 많은 전문가들은 내심 크로아티아의 준결승 상대였던 잉글랜드가 축구 강국이고 여러 가지 면에서 크로아티아보다는 우세하리라는 예상을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기에 이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관점으로 바라 본다면 세상에는 많은 이변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2주 전에 FIFA 랭킹 57위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랭킹 1위 독일을 이기는 이변을 이미 경험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8. 6. 29. 참조) 축구에서의 이변은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도 많이 있었습니다.

TV나 매스커뮤니케이션에서 축구 중계를 하면서 해설가를 동원하고 경기 결과를 예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예상이 항상 들어 맞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축구 경기가 더 묘미가 있고 지켜볼 만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들어맞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틀리더라도 현재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분석하고 예상하는 일은 스포츠 해설가의 몫이고 그들의 해야 할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서, 금융시장에서 애널리스트(analyst)와 시장 전문가들은 분석과 예측을 하여야 합니다. 그들의 예상이 모두 맞아 떨어진다면 역설적으로 그들의 분석과 예측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금융 시장이 항상 예측한 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예상을 뒤엎고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1997년 초 한보철강의 부도 처리에서부터 시작된 일련의 우리나라 경제위기 사태를 우리는 흔히 IMF 사태라고 부릅니다. 그 당시에 이러한 사태를 정확히 예측한 주식시장 애널리스트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스티브 마빈 (Steve Marvin)입니다. 그는 외국계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한국 증시에 대하여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으로 꽤나 이름을 날렸습니다. 지금은 JP모건 체이스에 합병된 홍콩계 증권회사인 자딘 플레밍 (Jardine Fleming) 서울지점에서 일했었으며, 쌍용투자증권의 수석 애널리스트로 자리를 옮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IMF사태 직전 당시의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경고하며 투자자들에게 셀 코리아’ (Sell Korea)를 외쳤습니다. 그의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 들어갔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반 토막이 아니라 반의 반 토막이 나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각 언론사는 스티브 마빈의 예측을 뒤늦게 화제에 올리며 그의 분석 능력과 예측을 대서특필하였습니다. 그 당시 기사를 보면; “스티브 마빈 쟈딘플레밍증권 서울지점 이사는 스타로 등극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따라 주가가 움직였다.” 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연합뉴스_1998_12_금년 증시) 그는 마치 우리나라 증시의 앞 날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하였으며 그의 말 한 마디에 시장이 출렁이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거의 독설에 가까운 그의 비판을 받던 우리나라 경제는 생각보다 훨씬 빠른 템포로 되살아나기 시작하였으며, ‘ 2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그의 예측은 빗나갔습니다. (관련기사: 연합뉴스_1998/10_스티브마빈_한국경제 하향구조 침몰중) 그 이후로도 그의 예측은 부분적으로는 적중하였으나 상당부분 빗나갔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가 1997년 초에 예상하였던 IMF 사태와 같은 경제 난국을 미리 예측한 증시분석가가 많지 않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가 IMF 사태를 예측하였다고 하여서 그의 모든 예측이 다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도 여러 애널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고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은 맞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 할 때도 적지 않습니다. 적중하지 않았다고 애널리스트가 예측을 접고 분석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예측이 혹여 적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합리적이고 날카로운 분석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시장을 보는 눈을 열어주고 미쳐 알지 못하였던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애널리스트의 예상이 얼마나 정확하게 적중하느냐 하는 확률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1/2에서 2/3 수준의 정확도를 보인다면 매우 우수한 애널리스트입니다. 스티브 마빈의 경우에는 IMF 사태라는 초유의 경제대란 사태를 예측하였다는 데에서 주목을 받았을 뿐 그의 예측이 100% 맞아떨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의 예측도 1/2~2/3 수준에서 적중하는 훌륭한 애널리스트들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대로 예측이란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그런데도 예측이 들어맞지 않았을 때에 우리가 이변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대체로 의견 일치를 볼 때에, 유사한 결론과 예측을 보이는 것을 우리는 마켓 컨센서스 (market consensus)라고 부릅니다. 시장의 움직임이 이러한 마켓 컨센서스에서 벗어날 때에 우리는 그 결과를 이변이라고 부릅니다.

아마도 많은 축구 전문가들은 잉글랜드의 승리를 점쳤고, 축구 팬들도 그러한 예측에 동조하는 마켓 컨센서스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기에 크로아티아의 승리를 이변으로 보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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