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무분별한 영어 약자- 2018. 7. 27.

jaykim1953 2018. 7. 27. 21:00



 1년 반쯤 전의 일입니다제 고객 가운데 한 분이 조류 독감 (AI: Avian Influenza) 백신을 수입하려 하면서 정부측과 가격 협상을 하는데 뜻 밖에 경쟁자가 생겨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경쟁사에서는 그 동안의 독과점 시장에 진입하기 위하여 가격을 생산 원가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낮은 가격에 납품하려 하였습니다이런 상황에서 경쟁사의 가격과 같은 수준으로 수입판매하겠다고 정부에 신고를 하면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 원가보다 낮은 가격의 전례를 만들어 후에 정상 가격을 받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 예상되는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습니다이에 대한 대책 회의를 하루 종일 하였습니다.

그 날 저녁마침 모 유명 인사의 강연회에 초대 받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강연장 입구에서 강연 순서지를 받아 들었더니 첫 장에 'AI의 현재와 미래'라는 제목이 있었습니다. (*강연 제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으나 AI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순서지를 받아 든 순간 저도 모르게 "AI라니갑자기 웬 AI?" 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하루 종일 조류 독감 AI 이야기를 하다가 왔는데 또 다시 AI를 접하게 되어 잠시 당혹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이 말을 옆에서 들은 저의 후배 한 사람이 "인공지능이요,"라고 알려 주는 것이었습니다이날 저녁 강연의 주제가 된 AI Artificial Intelligence 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강연회에 참석하기 바로 직전까지 제가 이야기하던 AI는 조류 독감이었고그 날 강연회에서 이야기하는 AI는 인공지능이었습니다. A.I. 라는 약자는 조류 독감을 의미할 수도 있고인공지능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또는 회계에서 경과 이자- Accrued Interests 를 의미할 수도 있고미국 인디언- American Indian을 지칭하는 약어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영어 약자는 우리 주변에서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그런데 이러한 약자들은 서로 의미를 공유하고 이해할 때에만 사용하여야 합니다자칫 잘 못 하다가는 엉뚱한 의미로 와전될 수도 있습니다혼란이 있을 수 있는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D.C. 라는 말은 이따금 할인(discount)을 의미하기도 합니다그런데 DC District of Columbia를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의 수도 Washington D.C. 에 사용됩니다국내여신(國內與信)- Domestic Credit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7. 3. 24. 참조미국 뉴욕에 있는 멕시칸 레스토랑 Dos Caminos 입구에 가면 커다란 글씨로 DC 라고 씌어 있습니다공업도들의 시각에는 DC direct current (직류)를 의미합니다.

반대로 AC는 교류 (alternating current)를 의미할 수도 있고냉방장치- Air-conditioner  말할 수도 있습니다금융에서는 A/C account(계정)의 약어로 많이 사용됩니다.

CB라는 말도 금융계에서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그런데 이 말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는 잘 살펴 보아야 합니다. CB Convertible Bond-전환사채, Compensating Balance- 양건예금 (兩建預金대출의 일부를 예금으로 묶어두어 은행의 수익률을 높이고대출의 담보비율을 건전하게 유도하는 예금), Central Bank- 중앙은행 등 여러 가지 경우에 사용됩니다

CD는 많은 사람들에게 compact disc의 약자로 이해되지만금융에서는 certificate of deposit 의 약자로도 쓰입니다화학도들에게는 CD는 카드미움(Cadmium)의 원소기호입니다그런가 하면 1990년 당시의 대우자동차가 새로운 모델 '에스페로'라는 자동차를 선보이면서 Cd 0.29라고 광고하였습니다당시로서는 Cd 3.0 보다 작은 차가 드물었다는 것이었습니다이 때의 Cd Drag Coefficient 의 약자로 공기 저항을 수치로 나타낸 지수입니다.


image.png

(1990년 에스페로 광고)

 

영어 약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가지 더 살펴 보겠습니다. 상당히 오래된 영화입니다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Sleepless in Seattle)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부인과 사별하고 시애틀로 이사온 주인공 샘(Sam)- 톰 행크스(Tom Hanks)- 에게는 작은 아들 조나 (Jonah)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샘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자 조나는 웬 여자 아이와 나란히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조나는 아버지에게 그 여자 아이의 이름은 제시카 (Jessica)라고 소개합니다. 그러자 제시카는 샘에게 'H and G'라고 말합니다. 샘은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H & G' 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제시카는'Hi and good-bye.' 라고 알려 줍니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쯤 되는 것이지요. (관련동영상: H&G_ Seattle) 그리고 그 영화 끝 무렵에 조나가 그의 새엄마가 되어주기를 기대하는 여자- 멕 라이언 (Meg Ryan)을 만나려고 혼자 뉴욕으로 떠납니다. 아들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샘은 난리가 나고, 곧 제시카에게 찾아가 조나가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고 묻습니다. 이번에도 제시카는 짧게 약자로 답합니다. 'NY' 라고. 그러자 제시카의 아버지는, 'NY? Nowhere?' (NY? 아무 곳도 아니라고?) 라고 되묻습니다. 그러자 샘은 'Nowhere is NW. NY is.....  New York?' 하고는 화들짝 놀라며 공항으로 뛰어가 뉴욕행 비행기를 잡아타고 아들을 찾으러 갑니다. NY- New York, LA- Los Angeles 정도는 많이들 사용하는 약자입니다. 물론 'H & G'는 어린이들끼리는 모르겠으나 어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말입니다.  

 

영어 약자는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참으로 많이 쓰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같은 일을 하는 집단지식과 정보를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는 모임에서는 이러한 영어 약자를 사용하는 것이 소통을 빠르고 간결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우리가 영어 약자를 쓸 때에는 적어도 한 번쯤은 그 약자가 어떤 말에서 줄여진 것인지그리고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 지는 상대방에게 이해를 시켜주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말은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위하여서 하는 것인데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한다면 그 것은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소리의 발성에 불과하게 됩니다.

 

얼마 전 오래간만에 만난 제 후배가 제게 느닷 없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 FMC가 뭔지 알아요?"

"? FMC? FM이면 주파수 변조? (Frequency Modulation) 아님 야전 교범? (Field Manual) 그런데 C는 뭐지?"

제가 무슨 말인지 알아채지 못하자 그 후배는 재미 있다는 듯이 깔깔거리며, "이거 저자가 모르면 어떻게 해요? Friday Morning Coffee. 금요일 모닝커피잖아요."

저도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무분별한 영어 약자 사용은 자제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래도 TGIF- Thanks God It's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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