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커밍 아웃- 2018. 8. 10.

jaykim1953 2018. 8. 11. 08:28



미국의 어느 가정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스캇 (Scott)은 성실하고 착한 학생이었습니다. 4살 위인 그의 형 커티스 (Curtis)와 함께 여러 가지 운동을 즐기며 함께 자주 어울려 지냈습니다. 1983 2월 어느 날 스캇은 형 커티스와 동네 친구 2 명과 함께 스키를 타러 갔습니다. 커티스의 부인 주디(Judy)는 함께 가고 싶었지만 태어난 지 갓 2달 남짓 된 아들 닉 (Nick, Nicholas)을 돌보아야 하여서 함께 가지 못하고 그들만 보냈습니다.

워낙 운동을 즐기고 잘하던 이 두 형제는 상급자 코스에서 스키를 즐깁니다. 먼저 슬로프를 내려온 스캇은 자신의 뒤에 따라 오던 커티스가 내려 오지 않자 막연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러다가 상급자 코스에 잘 못 올라온 초급 스키어를 피하다가 또 다른 동네 친구와 스캇이 절벽 난간에 부딪혔다는 이야기를 뒤이어 내려온 동네 친구로부터 듣습니다. 스캇은 혼비백산하여 스키를 벗고 부츠만 신은 채로 슬로프를 거슬러 뛰어 올라 갑니다. 불과 200 여 미터도 채 오르기 전에 구조대원들이 끌고 내려오는 들것에 실려 있는 커티스를 발견합니다. 구조대원들은 무전기로 구조 헬리콥터가 출동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었으나 기상 조건이 안 좋아 헬리콥터는 올 수 없다고 합니다. 커티스는 피로 범벅이 된 채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들것에 누워서 스캇을 올려봅니다. 스캇은 커티스를 붙잡고 울부짖으며 정신을 차리라고, 죽으면 안 된다고 소리칩니다. 그러나 스캇의 바램과는 달리 사고 후 불과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커티스는 이 세상을 떠나고 스캇은 그의 시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에는 태어난 지 두 달 된 커티스의 아들 닉과 커티스의 부인 주디가 있습니다. 닉은 아무 것도 모르고 쌕쌕 잠을 자고, 주디는 세상이 무너진 듯 넋을 잃고 주저 앉습니다. 스캇은 주디에게 미안하다고, 자신의 잘 못이라고 울면서 사과합니다. 그리고 스캇은 주디에게 닉은 자신이 책임지고 잘 키울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합니다.

그리고는 스캇은 학교를 마칠 때까지 매번 방학 기간이면 주디와 닉을 돌봐 줍니다. 그리고 학업을 마치자 집으로 돌아와 직장을 구합니다. 그리고는 조카 닉을 키우는 데에 열과 성을 다합니다. 주디는 스캇을 위하여 자기 집에 그의 방을 하나 내주고 그에게 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스캇과 주디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양가 부모들과 진지하게 상의합니다. 양가 부모는 주디와 스캇의 결혼을 적극 찬성합니다. 특히나 주디의 어머니 미미(Mimi)는 닉을 위하여 스캇이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고 적극 찬성합니다. 그렇게 하여 그 둘은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됩니다.

1993년 그들에게 첫 아이가 태어납니다. 아들입니다. 그들은 이 아이의 이름을 커티스 (Curtis)라고 짓습니다. 스캇의 형 이름을 따서 지은 것입니다. 그리고 2 년 후에는 딸 알렉시스(Alexis)가 태어납니다.

그들은 가족의 지나간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 모두 알려 줍니다. 닉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되자 어느 날 그들은 닉을 거실에 앉혀 놓고 스캇을 가리키며 “This is your Dad.”(이 분이 너희 아빠야.) 라고 알려주고, 스캇과 커티스가 함께 찍은 사진에서 커티스를 가리키며 “This is your father.” (이 분이 너를 낳아주신 아버지셔.) 라고 시작하며 지나간 일들을 모두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또 다른 두 아이들도 커티스가 12, 알렉시스가 10살이 되었을 때에 어느 일요일 교회에서 예배가 끝난 후 가족 예배실에서 이들에게 가족의 지나간 일들에 대하여 소상히 알려줍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이들의 딸 알렉시스가 유명해지며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알렉시스는 줄여서 렉시 (Lexi)라고 부릅니다. 그녀가 바로 미국 LPGA의 최고 스타 가운데 한 사람인 Lexi Thompson (lpga.com/lexi-thompson)입니다.

렉시뿐 아니라 그녀의 두 오빠 닉과 커티스도 모두 골퍼입니다. 그런데 그녀가 골프에 소질을 보이면서 눈에 띄게 좋은 성적을 내고 너무나 유명해지면서 그들의 가족은 고민을 하다가 커밍 아웃(coming out)하기로 결정을 합니다.

지난 해 렉시의 어머니 주디는 자궁암 수술을 하였습니다. 렉시는 그녀의 어머니를 가장 좋은 친구 (best friend)라고 부르며 그녀를 위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하였습니다. 주디가 항암 치료를 하는 동안 렉시는 일부 경기를 포기하고 엄마의 곁에서 간호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디가 일상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렉시의 경기 현장이었습니다. 이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Lexi Thompson hit her drive on her 10th hole and promptly turned her attention to more important concerns. “Where’s Mom?” she asked her caddie, who pointed to a spot in the gallery a few hundred yards away. Thompson, 22, grabbed a handful of snacks from a table and ran over to give them to her mother, Judy, who had told Lexi, during their predawn drive to the course, not to fret if she did not see her after the first nine holes of the United States Women’s Open.

(10번 홀에서 드라이브 샷을 한 렉시 탐슨은 바로 자기가 더 신경을 쓰는 곳으로 눈을 돌린다. ‘엄마 어딨죠?’ 라고 캐디에게 묻자, 캐디는 몇 백 야드 앞쪽 갤러리들이 있는 곳을 가리킨다. 22살 렉시 탐슨은 테이블에 놓여 있는 과자를 한 웅큼 쥐고 그녀의 어머니 주디에게로 달려 가서 건네 준다. US 위민스 오픈에 참여하고 있는 렉시는 그녀의 어머니가 아침 일찍 코스를 돌아볼 때에  9 홀을 돌고 난 후에 내가 안 보여도 걱정하지 마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관련기사: nytimes.com_2017/07/13_lexi-thompson-mother-cancer-us-womens-open)

이 기사와 아래 사진은 렉시 탐슨의 가족 관계를 엿보게 합니다. 렉시 탐슨에 관하여서는 금요일 모닝커피에서도 잠시 언급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6. 6. 24. 참조)


이런 가족사를 많은 사람들에게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유명인사, 소위 쏄레브리티(celebrity)가 겪어야 하는 대가일 수도 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수근 대는 것을 듣고 불편해 하기 보다는 당당하게 지난 일들을 밝히기로 한 것입니다. 소위 커밍 아웃(coming out)한 것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커밍 아웃이라는 말 뒤에 숨어 자신의 잘 못을 합리화하려는 듯한 사례도 있습니다. 커밍 아웃이라는 말을 성 소수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기는 합니다. 원래는 자신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옷장 속에 가두어 놓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그러한 것들을 드러낸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커밍 아웃 하였다고 하여서 잘 못을 덮어주고, 죄를 지었음에도 벌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는 커밍 아웃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를 덮어주자는 인식이 사회에 만연되어 있습니다. 특히 금융에서는 과거의 기록이 매우 중요합니다. 커밍 아웃을 하였건 안 하였건 간에 과거에 연체, 부도 등의 기록이 있었으면 향후 신용 평가에 참고하여야 합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신용 평가에 반영하는 비중을 현격히 낮추거나 혹은 반영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기록 자체를 없애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걸핏하면 과거의 기록을 없애는 것을 정부에서 밀어 부칩니다. (관련기사: seoul.co.kr_2017/8/1_연체 주홍글씨 완전 삭제)

누구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남들 앞에서 보여주는 용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고 과감하게 없애 주어야 한다는 논리는 특히나 건전한 금융의 근본 뿌리부터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한 가지 사족을 달자면; 지난 주 8 2일부터 5일까지 영국에서 있었던 리코 위민스 브리티쉬 오픈에는 렉시 톰슨은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정신적인 충전을 위하여서라고 합니다. 세계적인 일류 선수들도 때로는 메이저 대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재충전을 위한 휴식이 필요한가 봅니다. (관련기사: golf.com-news_2018/07/26_lexi-thompson-withdraws-womens-british-open/) 쉴 틈 없이 몰아 부치는 드라이브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때로는 렉시 탐슨 처럼 정신적인 충전도 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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