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대한항공- 2019. 4. 12.

jaykim1953 2019. 4. 12. 16:43



이번 주 월요일 아침에는 갑작스런 비보가 있었습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관련기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미국서 별세)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 회장으로서 대한항공을 오늘과 같이 키워 오는 데에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항공산업 역사와 함께  조양호 회장) 올해가 대한항공을 한진그룹이 인수한 지 정확히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키워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해방후부터 시장하여 1969년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을 인수하기까지의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그야말로 변방의 군소 항공사로서 생사의 기로에서 허덕이고 있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4. 2. 21. 참조) 한진그룹이 인수할 당시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항공기는 모두 8대에 불과하였고, 그 중에는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항공기는 한 대도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160여 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수송 승객과 화물에서 최고 수준의 세계적인 항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에어버스 A380이라던가 보잉사의 B-787 등 초대형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이미 주문을 마쳐서 조만간 도입할 예정입니다.

지금은 제 2의 민항 회사도 있으나 대한항공은 한 동안 우리의 날개 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자랑스런 국적기 항공사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면에는 선대 창업자로부터 유산 상속에 따른 잡음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한진- 형제간 유산 상속 문제로 갈등) 조양호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족들의 일로 인한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올라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장녀가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에게 폭행에 가까운 언동을 보이며 공항 브리지를 떠나서 이륙 준비중인 비행기를 브리지로 되돌려 물의를 빚기도 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4. 12. 12. 참조) 그리고 그의 부인도 난폭한 언행으로 주변 인사들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여 세간의 비난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yonhapnewstv.co.kr_이명희 일우재단전이사장 재판) 그의 차녀도 한 몫 거들었습니다. (관련기사: yna.co.kr_조현민_물컵 갑질) 그리고 그는 결정적으로 모두 18번의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조양호 회장 작년말 압수수색 18 받았다) 그리고 조양호 회장 자신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중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은 그 동안 조양호 회장과 그의 일가를 파렴치범 대하듯 보도하였으며, 마치 마녀 사냥하듯 준엄하게 꾸짖기 일쑤였습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언론에서조차 마녀 사냥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hani.co.kr_조현아 사진-어떻게 생각?) 이번 조양호 회장의 사망에 대하여서 보수진영 언론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 볼 만 합니다. (관련기사: chosun.com_적폐청산 희생자)

범죄 사실이 소명되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기 전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여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언론에 일단 혐의 사실이 보도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범죄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믿기 일쑤입니다. 이미 오래 전의 일입니다만 우리나라의 기업인들은 교도소의 담장 위를 걷고 있다 는 말이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15/7/19_기업인들 교도소담장 ) 이 기사의 일부를 조금 옮겨 보면;

과잉입법에 따른 과잉범죄화로 많은 기업인들이 전과자로 전락하고 있다. 도덕적 비난으로 끝날 사안과 민사로 해결될 사안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임죄는 민사로 해결해도 될 사안을 형사 처벌하는 사례의 전형을 이룬다. 배임죄는 ‘임무를 저버려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다. 하지만 임무를 저버리지 않아도 기업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 한국적 현실에서 사업에 실패하면 배임죄로 피소되기 십상이다.

이 기사에서 우리나라 제도의 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 배임죄는 조양호 회장에게도 어김 없이 적용되었습니다. 조양호 회장의 경우에는 적용 사례가 조금 다르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배임죄 개념에 따르면 기업을 경영하면서 손실이 발생하면 배임죄에 해당됩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손실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기업을 경영할 수는 없습니다. 경영 활동을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작게 또는 크게 여러 가지 형태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배임이라는 범죄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 재벌 기업들이 하는 모든 행위를 배임으로 몰 수도 있을 것이라는 비아냥도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사회에 퍼져 있는 반기업, 반재벌 정서는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한 듯 합니다. 기업이 고용과 성장을 멈추고, 재벌이 몸을 사리면 나라 전체의 경제가 움츠러들게 됩니다. 재벌기업을 마치 범죄 집단 바라보듯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범죄의 혐의가 있으면 그에 대한 단호하고도 명쾌한 수사로 범죄는 단죄하고 무고한 혐의는 깨끗하게 벗겨 주어야 합니다. 공연히 죄인처럼 정치인들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모여서 훈계를 듣는 모습은 더 이상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조양호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에 대한 모든 혐의와 재판은 중단되었고 더 이상 법적인 소추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사회 분위기는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라 는 정치권의 요구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chosun.com_2019/3/31_내로남불 공소시효)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사건은 공소시효와 관계 없이 수사를 계속하라고 합니다. 검사들은 공소도 할 수 없는 사건을 수사하여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사안에 대하여서는 공소시효가 만료 되었으므로 검사를 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선을 긋습니다. 수사를 하지 않는 사건은 집권층에게 불리한 사안들입니다. 아마도 조양호 회장이 연루된 사건들의 결과가 현 집권층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공소시효와 관계 없이 수사를 계속 밀어 부치는 식으로 수사를 종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 결과가 조금이라도 무리한 의혹 제기가 있었다는 것이 예상된다면 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법률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법이 정한 방식과 원칙에 벗어나는 수사는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울러 그에게 어떠한 중한 혐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범죄가 소명되지 않는다면 그는 무죄입니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 있을 것입니다. 너무 과만 들추어내면서 몹쓸 사람, 나쁜 사람을 만들기 보다는, 공과 과의 양면을 모두 바라보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두루 알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조양호 회장도 분명 잘 못한 것도 많이 있을 것이고, 가족들 때문에 속이 새카맣게 타 들어 가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업을 하면서 성공적인 경영 활동도 있었을 것이고 체육 관련 활동, 국제 교류 등에서 나라를 위하여 좋은 일도 많이 하였을 것입니다. ‘재벌= 이라는 잘못된 등식에서 벗어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두루 살펴 볼 수 있는 균형 있는 시각이 자리잡게 되기를 바랍니다.

대한항공은 세계적인 항공사입니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항공사가 있다는 것이 거저 굴러온 것은 아닙니다. 어렵사리 이룩한 사업의 결과입니다. 이런 성공적인 기업이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국영기업을 민영화한 후 그 기업의 최고 경영자 자리를 마치 정권의 전리품인양 집권자의 입맛대로 앉히면서 여러 기업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행여 대한항공의 지배구조가 취약해진 틈을 타서 최고경영자 자리를 집권층의 전리품으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