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가상화폐는 화폐, 금융상품이 아니다- 2019. 9. 27.

jaykim1953 2019. 9. 27. 16:00

지난 월요일 (9월 23일) 에는 국내 언론에 상당히 의미 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가상화폐라고 불리는 비트 코인 등 crypto-currency에 대한 국제적인 회계기준이 내려졌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19/9/23_가상화폐)

이 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국제 회계 기준 위원회(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 IASB)에서 결정하여 전세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국제 회계 기준 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통화(通貨, currency)도 아니고 금융상품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지 돈을 지불하고 매입하였을 때에는 일종의 재고 자산과 같이 보유자산으로서 평가하고 매매 차익 또는 차손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실현하여 기록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가상화폐에 관하여서는 저도 이미 여러 번 언급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7. 12. 22. 참조) 문제는 아직도 많은 분들이 가상화폐도 하나의 화폐이고 통화라고 오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화폐의 기능인 가치 척도, 보관 (저장), 이전 등의 기능에서 가상화폐는 그 어떤 기능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가상화폐는 그 가치가 안정적이지 않아서 상업적인 활동에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매일 크게 달라지는 가상 화폐의 가치로 인하여 상품의 가격을 가상화폐로 표시하는 것이 상행위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가상화폐는 이자가 부리(附利) 되지 않으므로 가치의 저장에 매우 불리합니다. 그리고 가치의 이전을 위하여 금융기관을 통한 송금 등의 거래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에 대하여 하나하나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화폐는 발행국가의 중앙 은행이 해당 통화의 가치를 안정시킵니다. 상업적인 가치의 안정을 위하여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화폐 가치의 급격한 변동을 미리 막으려고 합니다.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서 화폐 가치의 급격한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으로 가치를 안정시키려고 합니다. 그 뿐 아니라 이자율, 통화량 등을 조정하여 재정적인 가치도 안정적으로 유지합니다. 어느 나라든지 중앙 은행의 가장 중요한 기능과 의무 가운데 하나가 자국 통화 가치의 안정입니다.

화폐는 발행 국가에서는 강제로 통용되도록 법적인 지위가 부여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원화가 지급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법적인 효력이 있습니다. 물건을 구입하면서 우리나라 원화를 지불하는데 거래 상대방이 이를 거절하고 다른 통화로 지불해 달라고 요구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원화가 법적인 통화로 그 지위를 인정 받았으므로 이를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일본 옌화나, 미국 달러화롤 지불하려고 하는데 상대방이 거절하게 되면 지불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가상통화는 이러한 법적 지위가 없습니다. 따라서 가상통화는 거래 상대방이 동의하여 주는 경우에 한하여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결제 수단으로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동시에 가격을 결정하는 데에도 매우 불안정합니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가상화폐의 가치 때문에 가상화폐의 단위로 안정적인 가격을 표시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금융기관을 통한 지불, 보관이 쉽지 않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비트 코인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비트 코인은 블록체인을 통하여 생산(mine)됩니다. 비트 코인은 최초에 생산한 사람의 개인이 확보한 사이버 공간인 월렛 (wallet)에 보관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비트 코인의 거래는 최초에 생산한 개인의 월렛을 기반으로 p-2-p 방식으로 거래가 됩니다. 따라서 금융기관에서 일반 통화를 다루듯이 계좌에 쌓아 놓는 개념의 보관이 불가능합니다. 거래가 p-2-p 방식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모든 거래에 대한 추가적인 보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한 가상화폐는 제 3자에게 지급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결제가 이루어지는 두 당사자가 동일한 금융기관이나 거래소에 계좌를 가지고 있다면 비교적 쉽사리 이동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 자금의 거래와는 달리 금융기관 간의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코레스 (correspondence) 관계가 형성 되어 있지 않으므로 상당한 불편함을 감수하여야 합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9. 4. 26. 참조)

이상에서 잠시 살펴 보았듯이 가상화폐는 현실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를 파고 사는 거래는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점은 무척 우려되는 바입니다. 시장에서 가상화폐를 팔고 사는 사람들은 가상화폐를 거래하여서 매매차익(賣買差益)을 기대하고 거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상화폐의 가격이 오르내리는 배경이 전혀 아무런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은 해당 회사의 가치에 따라 주식 가격이 움직입니다. 어떤 회사의 영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영업 이익이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면 그 회사의 주가는 오를 것입니다. 또 어떤 회사의 제품이 수명을 다하여 가고 대체재가 시장에 등장하였다고 하면 수명이 다한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의 주가는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외환시장에서의 통화 가격은 그 나라의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통화의 가치가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합니다. 수출이 증가하고 경제성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나라의 통화는 가치가 상승합니다. 반대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수출이 감소하는 나라의 화폐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주식이나 통화는 이러한 가격 변동의 예측을 가능하게 만드는 배경이 있어서 그에 대한 정보 분석을 통하여 향후 가격 변동을 예측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상화폐의 경우에는 가격의 움직임을 예측할 만한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그 동안 가상화폐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여 왔습니다. 그 배경은 단순히 시장에서 매각하는 사람보다 매입하려는 사람이 많아서 가격이 상승한 것입니다. 가상화폐를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왜 가상화폐를 매입하려고 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단순히 앞으로 가상화폐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단순히 가격의 오르내림을 기대하고 매매를 하는 것은 투기(投機)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1. 12. 30.참조) 투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가격 변동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하여야 합니다. 부동산을 투기 목적으로 팔고 사더라도 가격 움직임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그러한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가상화폐의 쓰임새 자체가 없다 보니 수요 공급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이러한 물건을 대상으로는 투기도 하여서는 안 됩니다. 운이 좋으면 가상화폐 거래로 돈을 벌 수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번 돈은 어떤 지식이나 기술, 시장 분석 등과는 하등 관계가 없이 그저 운이 좋아야만 벌 수 있는 그런 거래였을 뿐입니다. 재산 증식을 순전히 운에 맡기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제 주변에 계신 분들께서는 혹시라도 가상화폐를 매매하여서 돈을 벌 생각은 안 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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