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7-2019

외환보유고- 2019. 10. 4.

jaykim1953 2019. 10. 4. 19:39

 

 

지난 월요일 9월 30일 오후 인터넷 뉴스에 우리나라 외환 보유고에 관련된 기사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yna.co.kr_2019/930_38 달러 순매도) 상반기 6 개월 동안에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로 38억 달러를 매각하고 한국 원화를 매입하여 우리나라 통화인 원화의 가치를 방어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화에 대한 한국 원화의 환율은 지난 해 말 달러 당 1,115.7원에서 금년 6월 말에는 달러당 1,154.7원으로 상승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원화 가치는 3.4 % (1- 1,115.7/1,154.7) 하락 하였고, 달러화 가치는 (1- 1,154.7/1,115.7) 3.5 % 상승하였습니다. 만약 한국은행이 38억 달러를 시장에서 매각하지 않았더라면 미국 달러화는 한국 원화에 대하여 더 가파른 가치 상승을 보였을 것입니다. 38억 달러라는 금액이 어느 정도 큰 금액인지를 비교해 보려면 1997년 우리나라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당시의 우리나라 외환 보유고가 약 39억 달러였습니다. 그러니 1997년 당시의 우리나라 외환보유고 금액에 육박하는 엄청난 금액의 달러를 시장에 팔면서 한국 원화의 가치를 지켜낸 것입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는 약 4천 억 달러라고 합니다. (관련기사mk.co.kr_2019/7/4_외환보유액 4030  달러) 외환 보유고의 약 1 %에 달하는 금액을 우리나라 원화의 대외 가치를 지키는 데에 사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 가운데에는 현재의 우리나라 외환 보유고 수준이 부족하다며 이를 8천 억 달러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관련기사hankyung.com_2019/8/28_국가부도 막기 위해 외환보유고  ) 이 주장은 국제결제은행 (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의 권고안을 따른 것입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라는 의미에서 상당히 보수적인 방법으로 예측한 유동성 소요 금액을 외환 보유고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도하게 보수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만은 없습니다. 실제로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적정 외환 보유고는 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나라 외환 보유고 상황을 조금 살펴 보면, 유가증권 형태로 3천 7백 여 억 달러, 예치금으로 185억 달러, SDR (IMF 특별 인출권) 35억 달러, IMF 포지션 (출자금 등) 25억 달러, 금 48억 달러 등입니다. 유가증권은 여차하면 시장에서 환매 (REPO) 등의 방법으로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3천 7백 역 억 달러의 유가증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외환 보유고의 유동성이 그리 나쁜 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단기 부채는 약 1천 5백 억 달러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장기 부채 가운데 앞으로 1 년 안에 만기 도래하는 유동성 장기 부채 (CPLTD: Current Portion of Long Term Debt) 는 정확하게 파악 할 수 없으나 약 2 천 ~ 3 천 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나라 외환 보유고로는 앞으로 1 년 안에 도래하는 단기 부채의 상환에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매 달 약 50~60 억 달러의 무역 수지 흑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만기 도래하는 부채라고 하여서 모두 상환하는 것이 아니고 만기를 연장하거나 대체 차입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현재의 외환 보유고로 유동성 문제를 겪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런데 외환 보유고라는 것이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다른 것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달러화의 발권 국가인 미국입니다. 지난 9월 4일 미국의 금년도 7월 중 무역수지 적자가 발표 되었습니다. 그 규모는 54억 달러였습니다. (관련기사cnbc.com/2019/09/04_US_trade_deficit_July 2019) 그리고 재정적자는 금년 첫 8 달 동안 7천 386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관련기사bloomberg.com_2019-06-12_US-budget-gap-hits-739-billion-with-four-months-left-in-year) 만약 우리나라가 이런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면 아마도 우리나라는 어떠한 나라로부터도 차입을 하지 못하고, 국제금융 거래가 모두 끊기고, 재정이 파탄 나고야 말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잘 버텨 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세계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달러화를 발행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릅니다.

미국이 무역 적자를 내면서 교역 상대국에게 지불하는 돈은 달러화입니다. 그러면 교역 상대국가는 무역을 통하여 미국으로부터 받은 달러화로 미국의 국채를 매입합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무역 적자를 내면서 달러화를 상대 국가에게 지불하고 그 국가로 하여금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하여 발행한 미국의 재정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만약 미국이 재정 흑자를 유지하고 국채 발행을 줄인다면 무역 흑자를 내는 나라들은 그들이 벌어들인 달러화로 매입할 금융 자산이 마땅한 것이 없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미국이 무역 적자와 재정적자의 쌍둥이 적자를 내는 것이 미국의 교역 상대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운용이 쉬워지는 면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미국과 무역 수지에서 흑자를 가장 크게 내고 있는 나라는 중국으로서 월 약 3백 억 달러 정도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가지고 있는 미국의 국채는 약 5 조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기축 통화인 달러화를 발권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구태여 외환 보유고를 가지겠다는 개념이 필요치 않습니다. 그들은 필요한 만큼 통화를 발행하고 상품을 수입을 합니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하여서는 국채를 발행하여 국제금융 시장에 내어 놓음으로서 전세계 국가들의 외환 보유고 운영을 원활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는 미국과 같을 수 없습니다. 만에 하나 무역 수지가 적자가 나면서 외환 보유고가 감소할 조짐을 보인다거나, 혹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여 재정적자가 발생하고 우리나라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외 지급 능력을 창출할 경제력이 떨어진다면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우선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단기 부채의 채권 국가들이 만기에 부채를 연장해 주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를 사용하여 부채를 상환하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채권을 상환하면서 외환 보유고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채권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대외 지급 능력을 의심하게 되고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채권 회수가 가속화 될 것입니다. 채권을 상환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는 줄어 들게 되고, 그러면서 채권 상환 요구는 늘어나는 악순환에 들어가게 됩니다.

지난 1997년의 외환 위기도 처음 시작은 무리한 우리나라 원화 가치의 유지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5. 10. 16. 참조) 그 당시 우리나라는 OECD 가입 후 연 소득 2만 달러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환율이 상승하면서 한국 원화로 표시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득이 달러로 환산하면 2만 달러 밑으로 떨어질 상황이 되었습니다. 달러 당 원화 환율이 900 원이면 연간 1,800 만원의 수입만 되어도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2만 달러입니다. 그런데 환율이 1,000 원이 되면 연간 1,800 만원의 수입은 18,000 달러가 되고 맙니다. 2 만 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하여 당시 경제기획원이 앞장서서 환율 개입을 종용하였고 재무부와 한국은행이 이를 실행에 옮기면서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를 계속 팔아서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1 인당 국민 소득은 2만 달러를 유지하였으나 외환 시장에서 계속 팔아 댄 미국 달러화는 외환 보유고를 바닥나게 만들고 말았던 것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가 특별히 위험한 수준이라고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1) 무역 수지의 악화, 2) 재정 파탄, 3) 원화 가치 유지를 위한 무리한 외환 시장 개입, 4) 정치적 불안 (북핵 등)으로 인하여 국가 신용도 하락, 5) 보호 무역으로 회귀하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원화 통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 등의 요인 가운데 어느 한 가지 또는 몇 가지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는 빠른 시간 안에 바닥이 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우리나라의 1 인당 국민소득이 3 만 달러에 다다랐습니다. 3만 달러 소득 수준을 지켜내기 위하여 정치권에서 또 다시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게 되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에 원화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38 억 달러를 외환 시장에서 팔았다고 하니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20년 전의 외환 위기 사태보다도 더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20년 전의 규모보다 훨씬 더 커졌고, 더 커진 규모의 경제가 무너지면 되돌리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우리나라 처럼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구조 아래에서는 경제가 뜻하지 않게 큰 피해를 보게 될 리스크가 늘 상존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997년의 외환 위기도 위정자들의 공명심에 1 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지키겠다는 것만 없었더라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경제를 지배하는 정치의 무모함이 다시 경제를 구렁텅이로 몰아 넣게 되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