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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중심지 지정- 2019. 10. 25.

jaykim1953 2019. 10. 25. 07:07



지난 주말 국내 유력 경제지의 사설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제목은 '정부도 실패 인정한 금융중심지' 입니다. (관련기사: 정부도 실패 인정한 '금융중심지')

일반인들은 거의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 정부에서 지정한 '금융 중심지' 가 있고, 이 지역 안에서의 금융을 활성화한다는 장기 계획을 이미 10 년 전에 발표하였습니다. 처음 이와 같은 계획이 발표 되었을 때에는 여러 지방자치 단체가 관심을 보였고 (관련기사: hankyung.com_2008/11/14_서울 부산 등 5  금융 중심지 신청) 금융 중심지 추진 위원회도 구성하였습니다. 금융 중심지로 지정된 곳은 서울 여의도와 부산의 문현지구입니다. 그러나 막상 지정은 되었으나 그 동안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 확립은 처음부터 지지부진하였습니다. (관련기사: hankyung.com_2009/12/21_외면 당하는 금융허브)

정부가 금융 중심지를 지정한 지도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2011년 제정되면서 금융 중심지를 키우기는 커녕 오히려 금융기관을 여러 지방으로 분산 시켜 놓았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15년 서울에서 전주로 본부를 옮긴 국민연금공단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약 700 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산운용기관입니다.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목표와 금융 중심지라는 설정이 서로 충돌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국가 균형발전도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본다면 금융 관련 기관들은 금융 중심지로 집중 시키고 다른 분야의 기관들을 각기 지역별로 중심지를 형성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한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공업단지- 줄여서 공단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공단이 들어선 곳은 주로 항구와 철도가 연결되어 있고 강이 인접하여 있어 공업 용수가 쉽게 조달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지극히 교과서적이고 선택적인 접근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집권자의 고향이라던가 출신 지역 등이 암암리에 특혜를 받았다고는 하나 원칙적으로 공단이 들어설 입지에 결격 사유가 있는 곳을 지정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전국 모든 곳에 공단이 들어서기 시작하였습니다. 일단 공단이 들어서고 난 다음 도로를 깔고, 항만, 공항 등을 주변에 유치하는 식이었습니다. 일종의 국가 균형발전의 논리가 공단 지정에 작용하였던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한 동안은 경제자유구역 (Free Economic Zone)의 지정도 그러했습니다. 항만이나 항구가 가까운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여 지역 경제를 일으키려는 목적이었으나, 이 또한 전국의 거의 모든 도시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요구하면서 전국에 수 많은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경제자유구역의 혜택은 줄어들고 구태여 경제자유구역을 찾아 들어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획일적인 평등의 논리가 대두되면서 어느 한 곳이 어떤 특정한 혜택을 받게 되면 다른 모든 지방자치 단체가 경쟁적으로 똑같은 혜택을 요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의 특성을 살린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집니다. 경쟁력이 없는 곳도 경쟁력이 있는 곳과 똑같이 혜택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입니다. 각 지역에 맞는 혜택을 제공하여 그 지역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무조건 동등한 (equal) 대우가 아니라 합당한 (fair) 대우를 하여야 합니다. 이를 극명하게 예시하여 보여주는 유명한 그림이 있습니다.

 


 

농촌 지역을 발전시킬 목적으로 대형 금융기관을 농촌지역으로 이전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농촌지역은 해당 주민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형 점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대형 금융기관은 통신, 정보, 교통의 중심지에 유관 금융 기관들이 많이 있는 곳에 있어야 합니다. 전국 모든 지역에 국내 대형 금융기관이 골고루 흩어져 있는 것은 얼핏 우리나라의 전 국토가 균형 있게 발전하게 될 것처럼 보이나, 현실은 금융기관들 간의 시너지를 망가뜨리는 매우 불합리한 전략입니다. 금융기관들은 금융기관들끼리 모여 있는 것이 좋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옮긴 지가 4년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자산운용 전문 인력이 지방 근무를 회피하면서 인력난을 겪기 시작하였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donga.com_2018/7/4_국민연금공단 정원 32 부족) 비단 인력난뿐 아니라 전반적인 업무의 효율도 예전 같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전문 인력이 만나고 정보를 얻어야 할 금융 전문가들은 대체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금융 중심지에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국민연금공단의 운용인력과 만나려면 전주까지 가야만 합니다. 시간과 에너지의 불필요한 소비가 많아집니다.

정부가 진정한 금융 중심지의 발전을 원하고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면 금융기관에게 만큼은 국가 균형발전의 올가미를 씌우지 말아야 합니다. 바람직하기는 금융은 금융 중심지를 근거로 하도록 우선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 공장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시키도록 합니다. 가전제품 공장은 가전제품 공단을 형성하도록 합니다. 메모리 등 전자 제품 제조 공장은 또 그들끼리 공단을 구성하도록 합니다. 각 전문 분야별로 달리하여 각각의 중심지를 전국에 고르게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하여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우리나라 안의 모든 지역에 골고루 자동차 공장, 대형 금융기관, 가전제품 공장, 메모리 공장이 두루 다 갖춰졌다고 하여서 전국이 골고루 다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 산업끼리의 소통과 교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관련 분야별로 모여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시아에서의 금융 중심지인 홍콩이나 싱가폴의 경우에도 비록 자그마한 도시 국가이지만 그 안에서 금융의 중심지는 작은 지역 안에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홍콩의 쎈트럴 (Central 中環)이나 싱가폴의 슈엔톤 웨이 (Shenton way) 등에는 많은 금융기관들이 몰려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는 소공동, 명동 일대와 여의도 등지에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은 이제는 여러 곳으로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균형 잡힌 국가 지역 발전도 좋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지역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정책이 마련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