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2020. 2. 14.

jaykim1953 2020. 2. 14. 02:31



미국 서부 현지 시간으로 지난 일요일 저녁에 있었던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는 한국 영화 기생충 전대미답의 엄청난 성과를 이루며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한 4  부문의 상을 휩쓸었습니다. 저의 기억으로는 아카데미 영화상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것은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되던 해인 1962년입니다.  해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 (Ben Hur) 아카데미 영화상을 10 부문 이상 휩쓸었다는 대대적인 신문광고를 보면서 처음으로 아카데미 영화상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 보유고 사정이 몹시  좋았습니다. 영화를 수입하려고 사용하는 외화는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   만들어진  3년이 지나고서야 수입하여 상영할  있었습니다.  영화는 대한극장에서 상영하였는데 국내 처음으로 상영된 70 밀리미터 대형 스크린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공전의 힛트를 하여 1962  해를 거의 계속하여  영화를 상영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영화의 수익금으로 대한극장은 인천에 키네마 극장이라는 자회사 극장을 세웠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 감독이 만든 우리나라 영화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아카데미  4  부문의 수상작이 되었습니다. 작품상 후보만 되었다는 것으로도 전세계 영화 수준에 함께 어깨를 겨루었다는 뿌듯함이 있었을 텐데 단번에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정말로 대단한 것입니다. 우리가 미쳐 몰랐던 우리의 역량과 실력을 세계인들이 먼저 인정해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서울의 언론은 아카데미 수상식 직후 기생충 봉준호 감독 이야기로 도배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가운데 화요일 아침의 언론에는  구석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제목은 외국계 금융사 CEO 52시간제 예외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관련기사: joins.com_2020/2/11_외국계 금융사 CEO) 그런데  기사를 읽어 보면 제목과는 달리  52시간제 부수적인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외국계 금융사 CEO 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오히려:

 

한국 금융시장의 투자매력도가 과거나 기타 신흥국에 비해 하락했다 뼈아픈 지적을 내놨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금융규제 때문에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규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해석과 의견이  차례 바뀐다는 불만이다.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신규서비스를 내놓을  있는지 규제를 명확하게 해서 법적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라는 대목에 주목하여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사를 보면서 제가 30   전에 겪었던 상황의 데자  (déjà vu) 느끼게 됩니다. 1980 대에도 외국은행들의 지점장과 주요 간부들이 금융 감독기관 (당시 은행 감독원) 중앙은행 (한국은행), 정부 기관 (당시 재무부) 등의 주요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부정기적으로 회합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때마다 저도 회의에 불려 갔었고, 거의 매번  같은 불만 사항, 건의 사항들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매번 진지하게 검토하여 개선하겠다는 대답을 들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번도 제대로 건의 사항이 이루어지거나 개선되었다고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당시에도 이따금 고위급 인사들이 회의에 참석하여 관심을 표명하기도 하였습니다.  때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기회의  이라는 식으로 우리나라에서 금융사업을 계속 영위하라는 장밋빛 전망을 피력하였습니다.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외국계 금융사 CEO들을 상대로 우리나라의 금융위원장은 예외 없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언급하였습니다. 외국계 금융사에게 기회의 땅이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관련기사: 금융위원장, '한국은 외국계 금융사에 기회의 ")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회의 땅이니 지금 당장  앞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땅을 떠나지 말고 있으라는 암시로 보입니다. 아마도 금융 당국자의 입장에서는 금융위원장의 이러한 메시지를 외국계 금융사 CEO들에게 전달하려는 것이 이들을 불러 모은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정부 당국자들에게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어려움과 개선 방향을 눈치 없이 개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험으로 보아서,   동안 관찰한 바로 보아서 우리나라 정부의 당국자들이 외국계 금융사의 요청을 받아 들여 어떠한 형태로든 규정과 제도를 변경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과거에 제가 현역으로 열심히 뛰어 다니던 30  전에 저와 동료들이 하던 푸념은, ‘일본이 먼저 나서서 제도를 바꾸면 우리나라도 따라서 바꿀텐데…’ 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앞서서 제도와 관련 규정을 바꾼 예는  기억에는  번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해외에서  특히 일본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규정을 변경하면 그러한 사례를 뒤늦게 따라가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외가 있었습니다. 1998 외환 위기를 겪으며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외국계 금융기관에게 자문을 구하고, 과거에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요청하였던 변화의 요구들을 일시에 받아들였습니다. 심지어는 외국계 출신의 인사들을 국내 금융기관의 고위층에 기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니라 당시에 외환위기를 예측하였던 외국계 증권사의 애널리스트(analyst)였던 스티브 마빈 (Steve Marvin) 일약 스타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8. 7. 13. 참조)  전까지는 국내의 기관투자자들은 외국 금융사의 분석보고서를 별로 즐겨 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가 스티브 마빈의 예측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이후 그가 속해 있던 당시의 자딘 플레밍 (Jardin Flemming) 증권사 한국 지점에는 시장 보고서를 받아 보겠다는 요청이 쇄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는 일부 정부 기관에서는 과거   간의 보고서를 모두 보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보고서는 영문으로 작성되어 있었는데 과연  보고서를 모두 읽어 보았을는지는  자신도 의심스럽게 생각합니다.

1998년의 외환 위기라던가 또는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와 같은 충격이 있기 전에는 웬만하여서는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은  변화 또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앞에서의 기사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규정 해석의 일관성이라던가 급격한 환경 변화 (예를 들어  52시간제 ) 인한 사업환경의 악화만이라도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런 것이 외국계 금융사의 솔직한 바람일 것입니다. 입에 발린 듯한 기회의  같은 이야기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만도 못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영화상을 수장하는  여러 분야에서 전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분야가 적지 않습니다. 유독 금융 분야만은 아직도 저개발 국가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매우 슬픈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영화 산업과 금융 산업은 마치 양지와 음지 마냥 너무나 극명한 명암이 갈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아마도 외국인들의 눈에 비치기에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영화뿐 아니라 금융산업에서도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금융 강국이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