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運命과 殞命 - 2020. 7. 17.

jaykim1953 2020. 7. 17. 05:55

지난 주에는 신문에 두 사람의 죽음에 관한 기사가 여러 날 지속 되었습니다.

이미 다 아시다시피 6.25 전쟁 당시 북한의 공산군이 우리나라를 쳐들어 왔을 때 백척간두에 내몰린 우리나라를 구한 4성 장군께서 돌아가셨고, 성추행 의혹이 일었던 서울시장이 자살하였습니다.

사람의 죽음을 이르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돌아가셨다, 세상을 떠났다, 사망(死亡), 별세(別世), 작고(作故), 타계(他界), 운명(殞命), 서거(逝去), 붕어(崩御), 선종(善終), 유명(幽明)을 달리하다 등 많은 표현이 있습니다. 이런 말들은 대부분 한자어에서 비롯된 말들입니다. 거기에다가 요즈음에는 국어 사전에도 없는 소천(召天)이라는 말도 사용합니다. 흔히들 ‘~~가 소천 하였다’ 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이 표현은 매우 잘못 된 것입니다. 소천이란 한자어를 그대로 해석하면 ‘하늘을 부른다’ 또는 ‘하늘이 부른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애써 소천이라는 말을 쓰려고 한다면 ‘~~를 소천하였다’라고 사용하여야 옳습니다. 이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교회에서 조차도 ‘소천’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교회용어사전, 2013, 생명의 말씀사 참조)

이야기가 잠시 옆 길로 빠졌습니다만,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서는 이미 언론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므로 제가 이야기를 더할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두 분의 죽음이 돌아가셨다, 세상을 떠났다, 사망, 별세, 작고, 타계, 운명, 서거, 붕어, 선종, 유명을 달리하다 라는 표현 가운데 어떤 표현이 적절할 것인가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한 번씩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농담으로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운명(殞命)할 것인지는 운명(運命)에 달렸다고도 합니다. 백선엽 장군님이야 백수(白壽)를 하셨으니 운명(運命)을 언급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박원순 시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그의 운명(殞命)이 자살할 운명(運命)이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던지 인터넷에는 박원순 시장의 운명을 미리 점쳐 보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흔히 한 해의 운수를 점쳐 보는 ‘토정비결’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박원순 시장의 2020년 운세를 보았던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토정비결이라던가 점괘 등은 전혀 신뢰하지 않으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믿던 안 믿던 운수를 점쳐 보기도 합니다. 토정비결은 모두 144 가지의 괘(卦)가 있고 각 괘에는 8언 구절이 40여 개씩 나열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태어난 생년월일시(生年月日時)를 가지고 괘를 맞춘 다음 그 괘에 해당하는 글들을 읽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2020년 박원순 시장의 토정비결에 나와 있는 말들 가운데 그가 자살할 것을 조금이라도 연관 지을 수 있는 글귀는;

莫近酒色 其害不少 (막근주색 기해불소) - 주색을 가까이 하지 마라 그 해가 적지 않다.

酒色成病 百藥無效 (주색성병 백약무효) - 지나친 주색으로 인해 병들면 고치기 어렵다.

이상의 두 가지 정도일 것입니다. 그가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자살한 이유는 아마도 색(色; 여자문제)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두 문장에서는 술과 여자를 가까이 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있는데 그는 여자를 가까이 하여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의 금년도 토정비결에는 이보다 훨씬 더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글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잠시 살펴 보면;

虎威百獸 意氣揚揚 (호위백수 의기양양) - 범이 여러 짐승을 위압하니 의기가 양양하다.

今年之數 到處得利 (금년지수 도처득리) - 금년의 수는 가는 곳마다 이익을 얻는다.

身上無憂 一身便安 (신상무우 일신편안) - 신상에 근심이 없으나 일신이 편안하리라.

이런 고무적인 내용들을 보면 그가 자살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을 것을 예언하였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과연 토정비결이라는 것이 비슷하게나마 맞기라도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사실 토정비결은 어려운 시기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되 경각심도 함께 환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到處無害 身數泰平 (도처무해 신수태평) – 어느 곳도 위험하지 않으니 신수가 태평하겠고.

一家和平 子孫榮貴 (일가화평 자손영귀) - 집안이 평화롭고 자손은 번영하며 귀중하게 되겠다.

와 같은 말로 용기를 북돋워 주면서, 한편으로는’

若出妄計 反有損害 (약출망계 반유손해) - 망녕된 계교를 내게 되면 도리어 손해가 있다.

라는 말로 정당하지 못한 잔꾀를 부리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토정비결에는 여러 좋은 문구가 있지만 그 가운데 최고의 문구는;

入水不溺 入火不燒 (입수불익 입화불소) 라고 합니다. 이 글의 뜻은 물에 빠져도 익사하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는다는 말로서 가히 무서울 것이 없는 운세라 할 것입니다. 뜻을 음미하며 제대로 읽어 내리면, ‘입수하나 불익하고, 입화하나 불소하리라.’

운명(運命)을 굳게 믿는 사람들은 이미 정해진 사람의 운명(運命)에 모든 것을 맡기고 스스로 자신의 운명(運命)을 개척해 나가는 것을 포기하는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라는 말도 있습니다. 자신의 운명(運命)을 개척해 나가고 스스로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운명(運命)을 바꾸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처음 금융업 분야에 취직하여 은행업무를 익히기 시작할 때 배운 내용 가운데에는 신용 심사 분야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배운 심사에는 두 가지를 점검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첫째는 약속을 이행할 의지(意志, will)가 있는지를 점검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약속을 이행할 재력 (財力, capability)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돈을 빌려 가는 사람이 만기가 되면 돈을 갚을 의지가 있는지, 또 갚을 만한 재력이 갖추어질 것인지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계약을 이행할 의지가 없는 사람과는 거래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의지가 있다면 그 사람과는 거래를 하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거래를 하여야 합니다. 일 년에 수천 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에게 수억 원의 이자 비용을 부담시키는 거래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 3년 걸리는 공장을 건설하는 사람에게 3 개월 동안 자금을 빌려 준 다음 3 개월 후 만기에 상환하라고 하여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능력에 맞추어서 여신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상대방이 계약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저 운명(運命)이려니 하고 모든 것을 운에 맡긴 채 자포자기 하는 사람에게는 여신을 제공하여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운명(運命)을 개척하려 하지 않는 사람은 머지 않아 운명(殞命)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헤쳐 나가고, 힘 든 일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운명(運命)이 주어진 대로 살아 가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삶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금융의 ABC를 배우던 시절부터 저는 운명(運命)이란 그저 주어진 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고 운명(殞命)할 때까지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제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주어진 운명(運命)에 항복하지 말고 역경을 헤쳐 나가는 용기를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다음 해에 실망스러운 토정비결을 보시고 낙담하지 마시고 그깟 토정비결은 그저 용기를 주려고, 또 경각심을 주려고 만들어 놓은 읽을 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용기를 잃지 말고 더욱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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