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마른 장마- 2020. 7. 10.

jaykim1953 2020. 7. 10. 09:57

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장마가 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장마 기간에 비가 계속 오지는 않고 오히려 마른 장마를 경험하는 일이 더 잦아졌습니다. 금년에도 지난 달 말쯤 장마가 온다고 하였으나 실제로 비가 온 날은 며칠 되지 않았습니다. (관련기사: donga.com_2020/06/28_29일부터 장마전선 북상) 오늘부터 다시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얼마나 오려는지 지켜 보아야겠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는 장마철이면 제일 먼저 소금통에 소금이 습기를 먹어 굳어져서 소금통 구멍으로 소금이 잘 나오지 않아 소금 통을 식탁에 탁탁 내려쳤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볶은 쌀 알을 소금통에 넣어 놓으면 습기가 차지 않는다고 하시며 노랗게 볶은 쌀 몇 알을 소금통 안에 넣어 놓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금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양념이자 동시에 영양소입니다. 종교적으로도 사람의 중요함을 일컬으면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 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식품 요소이기도 합니다.

음식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소금이지만 장마철이면 소금통에 습기가 차면서 굳어버리는 바람에 속을 썩이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어린 시절에 어쩌다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미제 소금은 장마철에도 굳지 않고 잘 뿌려졌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천일염, 죽염 등 다양한 이름의 소금이 익숙합니다. 하지만 그 성분에 대하여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 소금들은 특별하게 ‘요오드 함유’ 소금이 많습니다. 이름하여 ‘iodized salt’ 입니다. 우리나라의 식생활은 각종 해조류와 생선 등 다양한 해산물을 섭취하면서 인체에 필요한 요오드의 섭취량이 크게 부족해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해조류를 거의 먹지 않는 서양의 식생활에서는 자칫 요오드가 부족해 질 수 있어서 소금에 특별히 요오드를 함유하도록 더해진 소금을 판매합니다. 소금의 상표를 보면 요오드 함유 소금이 명시되어 있기도 합니다.

morton iodized salt

 

이 소금의 상표는 모어톤 (Morton)이라는 회사의 상표입니다. 모어톤 소금을 팔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중반이었다고 하니 이미 150년을 훌쩍 넘겨 200년에 육박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소금입니다. 이 회사의 소금은 여자 어린이가 우산을 쓰고 있는 상표로도 유명합니다. 이 상표의 모델은 당시 이 회사 소유주의 딸인 Susie라는 이름의 소녀를 모델로 그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델료를 아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상표가 요즘 표현을 빌면 대박이 났습니다. 이 모어톤 소금이 제가 어린 시절 미국 소금이라고 알려졌던 바로 그 소금입니다.

원래 이 그림의 의도는 비가 오더라도 소금병의 소금 나오는 구멍이 막히지 않고 잘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습니다. 날이 눅눅해지더라도 소금 결정이 엉겨 붙어서 소금이 안 나오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소금은 특별히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습기가 많더라도 굳어지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상표의 밑, 또는 옆에는 ‘When it rains it pours.’ 라는 말이 씌어 있습니다.

When it rains it pours.

 

그림을 자세히 보면 이 여자 아이는 우산을 쓴 채로 옆구리에 소금통을 끼고 있고 그 소금통에서 소금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비가 오고 날이 눅눅해도 소금은 잘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When it rains it pours.’ 라는 말의 원래 의미는 비가 오면 그냥 (조금) 오는 것이 아니라 (폭우가) 쏟아져 내린다는 의미의 말입니다. 그런데 같은 말을 이 그림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비가 오더라도 (소금은) 잘 쏟아진다.’라는 의미가 강해집니다.

이런 단순한 듯한 캐치 프레이즈와 상표를 보면 과거에 우리나라 은행에서 쓰던 표어와 상표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우리은행으로 합병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되었던 은행의 이름이 ‘상업은행’이었습니다. 그 은행의 저축장려 캐치 프레이즈는 ‘커가는 꿈 밝은 내일’ 이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3. 3. 8. 참조) 상업은행의 마크는 마치 해가 떠오르는 것을 형상화한 듯이 보였습니다.

 

상업은행

 

현대에는 시각 디자인이 더욱 발달하여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으로부터 쉽사리 제품과 제조회사의 의도와 상품에 대한 이해를 도와줍니다. 그런데 저의 눈에는 이미 50년도 넘은 옛날의 상업은행 로고 마크가 떠오르는 해를 형상화하여 내일을 향한 커가는 꿈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기업이나 다 로고가 중요하겠지만 금융기관의 로고는 금융소비자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어톤 소금의 상표와 마크는 이미 150 여 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고 똑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자 아이 얼굴의 각도라던가 헤어 스타일 등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인 이미지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로고와 트레이드 마크는 상대적으로 수명이 몹시 짧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1982년에 처음 문을 연 우리나라 6 번째의 시중은행인 신한은행의 첫 로고는 영문 소문자 ‘r’을 연상케 만드는 모양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의 뒤에 걸려 있는 배너 맨 왼쪽에 있는 로고가 신한은행 창립 당시의 마크입니다.

 

신한은행 창립

 

지금의 신한은행 로고는 이미 여러 해 전에 아래와 같이 바뀌었습니다.

 

신한은행 로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로고도 좀 더 세련되고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모양으로 변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기업의 로고가 시시각각 변화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소비자에게 오래 기억에 남고 제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는 좋은 로고와 상표가 우리에게도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에도 100년 또는 그 이상 오랜 기간을 이어오는 로고가 남아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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