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年末 봉사활동 - 2020. 12. 11.

jaykim1953 2020. 12. 11. 05:11

몇 주 전 미국에 있는 저의 옛 직장 동료로부터 이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오래 전 저의 칼럼에서도 잠시 언급하였던 R에게서 온 이메일이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_2015. 6. 19. 참조)

그는 대부분의 그의 직장 경력을 보냈던 미국의 서부지역- 남부 캘리포니아를 떠나 위스콘신의 리폰(Ripon)이라는 자그마한 도시에 산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모기지 브로커 회사가 그 곳에 지사를 두고 있는데 거기에서 파트 타임 직으로 모기지 브로커 일을 하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남는 시간에 로타리 클럽 활동을 하고있다며 그의 로타리 클럽이 주최하는 행사의 포스터를 제게 보내 왔습니다. (아래 포스터 참조)

 

 

이 포스터를 보면 입지 않는 겨울 코트를 기부 받아서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봉사활동입니다. 포스터에 적힌 내용을 보면 이렇게 거두어 드린 코트는 외부로 반출하는 것이 아니고 그 지역 내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이러한 코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주변에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노숙자(홈리스, homeless)를 대상으로 나누어주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여 봅니다. 그런데 이 포스터의 말미에 적혀 있는 귀절이 특별히 눈길을 끕니다. ‘New or gently used.’ 라는 말이 씌어 있습니다. ‘새 것 혹은 곱게 입었던 것’ 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험하게 입고 닳고 낡은 것 보다는 곱게 입었던 것이나 아예 새 것을 원한다고 합니다. 그의 이메일을 읽어 보면 헌 것보다는 새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연말의 자선 기부는 입던 옷, 헌 옷을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포스터에는 ‘새 것’을 원하고 있고, 입던 것이라 하더라도 험하게 입었던 것이 아닌 곱게 입었던 것을 원합니다. 입장을 바꾸어서 기부를 받는 사람들은 기왕이면 새 옷, 혹은 입던 옷이라도 깨끗하고 곱게 입던 옷을 당연히 더 선호할 것입니다. 그러니 기부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입던 옷을 처분한다는 생각 보다는 기부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더 선호하는 옷을 기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저 안 입는 옷을 준다면 계절에 관계 없이 반 소매 옷, 짧은 바지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숙자는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보관하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계절에 맞는 옷을 기부하여야 하고, 기왕이면 입을 수 있는 깨끗한 옷을 주자는 것입니다.

R의 이메일 내용을 보면 그는 60 후반이 된 지금에도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언급한 내용 가운데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젊은 시절에 자신의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이 아니라 자신에게 실적이 더 인정되는 상품을 권하였던 것은 아니었나 반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최근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에서 불완전 판매라고 지적 받고 있는 많은 사례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고객에게 권하기 보다는 금융기관이 팔기 원하는 상품을 권한 결과였습니다. 금융 소비자는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피하여야 합니다. 금융기관이 팔고 싶은 상품을 팔려고 할 것이 아니라 금융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소비자의 이해에 맞는 상품을 판매하여야 합니다. 지극히 간단하지만 분명한 원칙입니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에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소비자와 금융기관에 분쟁이 발생합니다. 아무리 금융기관이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단체이지만 금융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사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일이 적지 않게 있엇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기에 금융 사고만 터지면 번번이 불완전 판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곤 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6. 3. 25. 참조)

제가 받은 R의 이메일에는 R이 스스로 반성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를 읽고서 저도 스스로 반성을 하였습니다. 저도 그 동안 연말이면, 또는 무슨 사건이 터지거나 캠페인이 있으면 나름대로 봉사도 하고 기부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봉사와 기부가 수혜자의 기준이 아닌 제 기준으로 편하고 손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였던 것은 아니었다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하다 못해 옷 한 벌을 기부하여도 기왕이면 깨끗하고 당장 입을 만한 옷을 제공하여야 할 것입니다. 쌀 밥을 먹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쌀이나 밀이나 다 같은 곡식이니 밀을 가져다가 먹으라고 준다면 그 것은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편한 방법이고 구하기 쉬운 것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쌀을 원한다면 쌀을 제공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찰지고 맛 있는 밥을 지을 수 있는 좋은 쌀을 준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주는 사람 기준이 아니고 받는 사람 기준으로 원하는 것을 주도록 하여야 합니다.

금융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혹시라도 지난 날 고객이 원하는 상품보다 제가 팔고 싶은 상품을 먼저 권하였던 적은 없는지 반성해 봅니다. 그 동안 문제가 되었던 KIKO (금요일 모닝커피 2011. 11. 4. 참조) 라던가 ELS (금요일 모닝커피 2014. 7. 25. 참조), 또는 각종 금융사기 범죄(금요일 모닝커피 2015. 12. 4. 참조) 등의 경우는 모두 금융 소비자가 충분한 상품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기관 또는 금융 사기범들이 팔고 싶어하는 상품을 금융 소비자에게 판매한 것들이었습니다.

요즈음 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 시장에서는 금융 소비자들도 금융상품에 대하여 보다 더 깊이 있는 이해를 가져야 합니다. 마치 자동차를 한 대 사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자동차 종류에 대하여 꼼꼼히 살펴 보고 알아 보듯이 자신이 매입하려고 하는 금융 상품에 대하여서도 충분한 상품 지식을 갖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금융 자산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연말이 다가옵니다. 연말이면 여러 자선단체에서 각종 기부를 받습니다. 가급적이면 받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기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기부를 받는 사람이 무엇을 언제 원하는지 면밀히 알아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마찬 가지로 금융상품을 매입할 때에는 자신이 매입하는 상품이 어떠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고 어떠한 리스크에 노출되게 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불시에 닥칠 수도 있는 손실의 리스크를 예방할 수도 있고, 회피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가 현명하면 불완전 판매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금융기관도 금융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보다 더 정확히 파악하도록 하여 불완전 판매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것입니다.

금년 한 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미쳐 예상하지 못한 여러 어려움 속에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R과 같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봉사와 기부를 한다면 이 연말이 더욱 훈훈해 질 것입니다. 보다 더 많은 분들이 온정 넘치는 연말을 밪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