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全數 檢査의 誘惑 - 2020. 12. 31.

jaykim1953 2020. 12. 31. 05:49

2020년이 저물어 갑니다. 이번 금요일은 2021년 1월 1일 공휴일입니다. 그래서 이번 금요일 모닝커피는 2020년 12월 31일 목요일, 금년의 마지막 날에 미리 배달해 드립니다.

지금부터 약 10 달 전에 제가 썼던 칼럼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0. 2. 28. 참조)그 때 제가 우려하였던 것들을 지금 실제로 실행하려고 거론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우려하였던 것은 다름 아닌 전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 19 검진 ‘전수 검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쓴 글 끄트머리에, ‘행여 Covid 19 감염 여부를 전국민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 하겠다는 과욕은 부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 라고 하였었는데, 지금 일각에서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중대본 “전국민 무료 전수검사 도입어려워..."_ 2020. 12. 26.)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라고 선을 긋기는 하였으나 전국민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온 것입니다. 이에 대한 공식 반응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25일 신속 항원검사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 국민 무료 진단검사를 확대하기에는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항원 검사라는 과정을 살펴 보면 먼저 검체를 체취하여 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이라는 일종의 증폭 과정을 거쳐 검사가 가능한 정도로 검체의 양을 증폭시킨 다음 이를 검사하여 전염 여부를 판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를 판단하는 데에도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 됩니다. 검사 결과라는 것이 마치 검사기 윈도우에 + 혹은 – 로 한 눈에 양성과 음성을 알 수 있도록 검사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현미경, 또는 모니터 등으로 검체 결과를 들여다 보아 결과를 판독합니다. 검체에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깨끗한 경우 쉽사리 음성으로 판독할 수 있지만 무엇인가 반응이 있어 보이는 경우에는 그 정도에 따라 진정한 감염으로 인한 양성의 결과인지 혹은 기타 불순물에 의한 노이즈(noise)인지를 판독하여야 합니다. PCR 과정에도 시간이 소요되고, 검체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반응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검사 결과를 판독하는 전문가가 결과를 정확히 읽어 내야만 합니다. 노이즈가 심한 경우에는 오독(誤讀)으로 인하여 양성으로 잘 못 판정할 가능성도 있고, 반응이 약한 경우에는 양성 반응을 노이즈로 잘 못 추정하여 음성이라고 판정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 19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의 작업인 것입니다. 아울러 검체 체취라던가 PCR 과정, 검사, 판독을 진행하는 각 단계의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속성 검사 킷트가 개발되어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시간을 단축한다는 잇점이 있는 대신 정확도에서는 약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속성 검사 킷트로 검사한 결과는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한국역학회 "신속항원검사 가짜 음성 많다. 사용 제한해야"-중앙일보 2020.12.27.)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전문 인력을 동원하여 하루에 검사할 수 있는 양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에서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하자는 의견을 냈었던 모양입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조금만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텐데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하루에 수행할 수 있는 검사가 최대 약 13만 건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 5천만 명을 모두 검사하려면 어림잡아도 대략 400 일은 소요 될 것입니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우리나라의 검사 요원들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면 400일이 필요한 전국민의 전수 검사입니다. 아마도 400일이 지난 다음에는 초기에 검사 받았던 사람들이 다시 감염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무리한 발상을 하게 되는 배경에는 아마도 정치권에서 걸핏하면 들먹이는 ‘전수 검사’ (全數 檢査)의 유혹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이미 여러 번 칼럼에서 언급하였습니다. 전수 검사보다는 통계에 의한 자료 소집과 관리가 가장 바람직합니다. 통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안다면 걸핏하면 들먹이는 ‘전수 검사’를 하지 않아도 상당히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그를 기반으로 매우 정교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통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런 예를 살펴 보겠습니다.

지난 주말에 보도된 기사 가운데 우리나라 정당의 지지율을 보여주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지지율 오름세 국민의힘_hani.co.kr_2020.12.25.) 기사 내용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의힘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발표된 12월 4주차 리얼미터 주중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5%포인트)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 주보다 2%포인트 오른 33.6%로, 더불어민주당(30.0%)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두 정당의 지지율 차이가 3.6% 포인트 (33.6% - 30.0%)이고 95%의 신뢰구간에서 표본오차는 ±2.5%포인트라고 하면서 ‘오차범위 내에 있다’ 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두 정당의 지지도는 95% 신뢰구간에서 오차범위 밖에 있습니다. 지지율이 높은 정당이 확실하게 지지율이 높다고 하여야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각 정당 지지도의 오차범위가 ±2.5%포인트라면 두 정당 지지율 차이의 오차 범위가 ±5% 포인트 (2.5% 포인트 + 2,5%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두 정당의 지지도 차이는 95%의 신뢰 구간에서 ±2.5% 포인트입니다. 두 정당의 지지도가 뒤집히기 위하여서는 지지도가 낮은 정당의 지지도가 오차 범위의 최대치인 +2.5% 포인트에 육박 하여야 하고, 지지도가 높은 정당의 지지도 동시에 오차 범위의 최소치인 -2.5% 포인트에 가까워야 합니다. 그런데 확률적으로 지지도가 낮은 정당의 지지도가 오차 범위의 상한 범위에 접근하고 동시에 정당 지지도가 높은 정당의 지지도가 오차 범위의 하한 범위에 접근할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두 정당의 지지도가 동시에 낮은 지지도의 정당 지지율은 오차범위의 최대치, 높은 지지도의 정당 지지율은 오차범위의 최소치가 되는 것은 일어날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정당의 지지율 오차범위가 ±2.5% 포인트라고 한다면 두 정당의 지지도 차이의 오차범위도 기존 통계의 오차범위인 ±2.5%와 같게 됩니다. 굳이 두 정당의 지지율이 동시에 오차범위의 최대치와 최소치를 보일 확률을 계산해 달라고 한다면 이는 (2.5% X 2.5% =) 0.0625% 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3. 1. 11. 참조) 1%는 커녕,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거의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확률을 보여 줍니다.

통계를 이해하는 데에 흔히 쓰이는 또 한 가지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느 공장에서 만드는 쇠막대기의 길이가 1 미터 ± 1 쎈티미터라고 합니다. (이야기를 단순화하기 위하여 신뢰구간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상황은 동일한 신뢰구간을 설정하였다고 가정합니다.) 이 쇠막대기 2개를 연이어 붙이면 그 길이는 어떤 범위 안에 들어갈 것인가를 통계적으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2 미터 ± 2 쎈티미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즉, (1 미터 ± 1 쎈티미터) + (1 미터 ± 1 쎈티미터) 는 2 미터 ± 2 쎈티미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두 개의 쇠막대기가 동시에 오차범위의 최대치, 또는 동시에 최소치가 될 확률은 거의 0% (정확히는 0.0625%) 입니다. 결론을 이야기하면, 두 막대기를 연결하였을 때의 길이는 2 미터 ± 1 쎈티미터의 오차범위에 들어갑니다.

통계는 현대의 거대하고 복잡한 사회를 분석하고 관리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수단입니다. 통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가지고 정확한 모집단(母集團) 에서 정확한 방법으로 작성하여 정확한 분석을 하면 매우 유용하고 편리한 해결 방법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평균 값을 구하고, 증감의 추세를 들여다 보는 것이 통계의 전부가 아닙니다. 여러 통계 값에 대한 이해를 넓혀 통계 수치가 의미하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따른 예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조치를 취하였을 때에 통계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예상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수 검사가 만병통치의 특효약이 아닙니다. 통계치의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여 보다 정교한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가 겪었던 여러 상황들, 특히나 부동산 관련 통계, 실업, 최저 임금 등의 통계를 보다 정교하게 준비하고 분석하여 관리한다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의도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수 검사가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열쇠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