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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y drew first blood, not me. - 2021. 1. 15.

jaykim1953 2021. 1. 15. 05:40

1980년대 초에 만들어진 영화 가운데 람보(Rambo) 씨리즈의 1 편 격인 ‘퍼스트 블라드’ (First Blood)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흥행 성공으로 뒤이어서 람보2, 3, 4편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2019년에는 라스트 블라드 (Last Blood)라는 람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만들어지기도 하였습니다.

First Blood라는 말이 가장 적절하게 쓰인 장면은 람보 1 편 중에서 람보가 혼자 산 속에서 지역 보안관, 경찰, 예비군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을 때에 람보의 전(前) 상관이었던 샘 트라우트만 대령이 무전으로 람보를 설득하려 할 때입니다. 이 때 자신의 위치가 노출될 것을 우려하여 경찰의 어떤 무전에도 응답하지 않던 람보가 트라우트만 대령의 무전에는 응답합니다. 둘 사이에 대화가 오가면서 트라우트만 대령은 람보에게 자수할 것을 권합니다, 그러자 람보가 하는 말은….. “They drew first blood, not me.” 였습니다. (They Drew First Blood Not Me -영상) 우리 말로 실감나게 번역하면… ”쟤들이 먼저 시작했어요, 내가 아니에요” 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쟤네들이 선빵을 날렸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결말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시원한 복수극을 펼칩니다. 람보는 자신을 이유 없이 미워한 보안관과 그의 일당들을 몰살합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댓가로 체포 되어 경찰에 넘겨집니다. 자신의 일생을 걸고 복수를 펼친 셈입니다.

“They drew first blood, not me.” 라는 부류의 이야기는 어린이들 세계에서는 자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싸우는 두 어린이를 불러 세워 야단이라도 치게 되면 ‘쟤가 먼저 때렸어요’ 라고 볼 멘 소리를 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내가 시작하지 않은 일에 휘말려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부동산 세금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부동산 소유자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특히나 은퇴한 노년층들에게는 느닷없이 불어난 세금 부담이 곤혹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고, 그저 살고 있는 집을 가지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려고 하였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저 가만히 있었는데 누군가가 first blood 를 날렸습니다. 그러자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덩달아서 세금 부담도 늘었습니다. 그야 말로 앉아서 뒤통수를 맞은 격입니다. 이들이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They drew first blood, not me.” 일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비록 그들이 저지른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이 모든 것을 감내하여야 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First blood 를 날렸던 정부가 이 상황을 수정하고 예전의 상황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고 되돌려 놓으려 하여도 과거와 똑같은 세금 부담으로 되돌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지역마다, 개인마다 환원되는 금액에 차이가 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하여 새로운 갈등이 유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늘어난 세금만큼 재정 수입도 늘어난 정부의 씀씀이를 감당하려면 섣불리 세금을 크게 줄일 수도 없을 것입니다. 결국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First blood 를 날린 정부보다는 그 피해자들이 상황을 극복하여야 하는 씨나리오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러기에 정부가 세금과 관련된 정책에 손을 댈 때에는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여야 합니다.

정부가 조금은 무책임하게 세금을 늘려 놓게 되면 세금을 부담하여야 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First Blood 를 날려 놓고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고 볼 멘 소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세금은 국민들이 부담하는 것이고 한 번 늘어난 세금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정부는 세금을 늘리는 것에 신중하여야 합니다. 국민들의 세금 부담 능력을 살펴 가면서 세금을 늘려야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 상황은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아마도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지금의 상황 이전으로 돌리려기 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야 할 것입니다. 나라 재정을 최대한 긴축하여 지출을 줄이고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 대신 부동산 보유세는 재산세로 통일하고 단일 세율을 적용합니다. 보유세는 소득세가 아니므로 누진제를 적용할 근거가 취약합니다. 그리고 외국- 특히 미국이나 영국- 처럼 재산세의 부과 기준은 취득 당시의 가격으로 하고 연간 상승률은 2~5% 미만으로 합니다. 세금을 징벌적인 성격으로 부과한다거나, 가지지 못한 자들이 가진 자들에 대한 보복심리를 충족하는 목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재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소득에 대하여 이미 소득세를 납부하고, 납세후의 소득을 모아서 장만한 재산에 부과하는 것이 재산세입니다. 예금을 쌓아 놓고 있다고 예금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듯이 이미 소득세를 지불한 개인의 재산에 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세의 정당성이 취약합니다. 선진국에서의 재산세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징구하는 것으로서 지역의 재정을 꾸려 나가기 위하여 그 지역 거주자들이 납부합니다. 모든 주민들에게 동일 금액을 징구하는 것보다는 부유한 사람들이 조금 더 부담한다는 의미에서, 주택의 규모에 따라 차등과세하려는 목적으로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일 뿐입니다. 주택 보유 자체가 과세의 대상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처럼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징벌적인 목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실 다주택자들은 가만히 놓아 두어도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책 발표 결과에서 보아 왔듯이 정부의 요직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다주택자들이 적지 않았고, 이들이 일부 주택을 매각하였다고 하여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는 일도 없었습니다. 다주택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다면 부동산 시장에는 전월세 물건이 싸그리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집을 살 만한 재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어디에 가서 방 한 칸 얻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주택자는 필요합니다. 오히려 다주택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과징적 세금을 물리게 되면 그 세금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하여 전월세 비용이 상승하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면 원가가 상승하고 가격이 오르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다주택자를 규제하고 세부담을 늘리려고 first blood를 날리면 그 파장은 전월세 세입자들에게 전가되고 맙니다. 그 것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입니다.

시장이라는 곳은 필요한 물건을 필요할 때에 살 수도 있고, 팔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부동산 시장은 지금 그렇지 못합니다. 시장을 죽이려면 거래 비용을 높여야 합니다. 지금의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거래 비용이 그렇게 높습니다. 취득세, 등록세에다가, 부동산을 처분하고 나면 양도소득세 또한 중과세 됩니다.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이런저런 세금 명목으로 매각 대금이 줄어들게 되면 새로운 부동산을 매입하기 어려워집니다. 부동산을 매각하고 시장에서 빠져 나오려 하기 전에는 부동산을 매각할 엄두가 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시장에서는 거래가 더욱 줄어들게 되고 시장의 기능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저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first blood 를 날렸습니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느닷 없이 중과세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They drew first blood, not me.” 라고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복수하겠다고 람보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상대방을 쓰러뜨리듯 할 수는 없습니다. First blood를 날린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여야 합니다. 지금의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더욱 강력한 방향- 부동산 보유자를 더욱 옥죄는 정책-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문제는 더욱 꼬일 것입니다. 그리고 부동산시장은 점점 더 그 기능을 상실할 것입니다. 실제로 양도세 중과세 정책을 실행한 이번 정부 들어서 양도세 세수는 오히려 줄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양도세 부담 늘렸는데 세수 줄기도 - 2020_7_26_ joins.com) 거래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의도한 대로라면 세수는 늘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 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연히 first blood를 날렸다는 원망만 듣습니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뒤로 한 발 물러나 부동산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