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투기 세력 발본색원- 2021. 7. 9.

jaykim1953 2021. 7. 9. 05:05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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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우리나라에 기차가 처음 들어왔던 초기에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노인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가 기차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대화에서의 결론은 기차의 맨 뒤 마지막 칸이 사고가 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고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하던 노인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고 합니다. 그들이 추천한 대책은 ‘기차의 마지막 칸을 없애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토론 수준에서는 아마도 이런 결론이 매우 유용한 대책이라 스스로 뿌듯해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이런 부류의 결론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드러납니다. 기차의 마지막 칸을 없애면 마지막 칸 다음 칸이 다시 마지막 칸이 됩니다. 기차의 마지막 칸을 없앤다는 것은 코메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일 뿐 전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상황이 있습니다. 금년 초 토지주택공사의 직원들이 부동산 투기를 하였다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1. 3. 26. 참조)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일반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점점 멀어지기만 하는데 토지주택공사의 직원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땅 투기를 하였다니 국민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습니다. (*주: LH 직원들의 행위가 투기였는지에 대하여서는 금요일 모닝커피 2021. 3. 26.에서 이미 언급하였으므로 다시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정부 발표에서는 투기라고 규정하였으므로 투기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정부에서는 발 빠르게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름하여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입니다. (*첨부 파일 참조) 이러한 대책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 사슬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끊어내기 위해 강력한 투기 근절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한다고 명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대책이 목표로 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 투기·부패 발본색원’ 으로서 투기 근절을 위한 예방, 적발, 처벌, 환수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안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화려한 미사여구(美辭麗句)가 난무합니다. 이 정책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 사슬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끊어내기 위해 강력한 투기 근절과 재발방지대책’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에는 전혀 이러한 움직임이 없다가 LH 직원들의 투기 문제가 터져 나오자 갑자기 어디에서 이러한 완벽한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 사슬을 단칼에 끊어내는 강력한 대책이 이렇게 손쉽게 바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3월 초에 LH직원들의 투기 문제가 수면에 떠올랐는데 3월 말에 이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부족한 저의 생각으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 사슬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LH 직원들의 행위를 엄단하고 이에 대한 방지 대책으로 예방, 적발, 처벌, 환수의 정책을 실행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투기 집단이 새로운 형태로 또다시 투기 행위를 벌일 것입니다. 마치 기차의 마지막 칸을 없앤다 하더라도 마지막 칸 바로 앞에 칸이 다시 마지막 칸이 되듯이 기존의 투기 세력을 발본색원하였다 하더라도 뒤이어 새로운 투기 세력이 반드시 또 나타날 것입니다.

투기세력의 발본색원이란 말은 듣기에는 후련한 말일는지 모르겠으나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레토릭에 불과합니다. 아마도 지난 3월에 적발된 LH 직원들의 행위에 대하여서는 예방, 적발, 처벌, 환수의 정책 방향 가운데 적어도 처벌과 환수는 어떤 형태로든 취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새로운 투기에 대한 예방과 변화된 투기 행위에 대한 적발은 아마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현정부에서 투기라고 이름 짓고 죄악시하고 있는 여러 행위들은 사실은 가격의 움직임이 예상될 때에 가격의 움직임에 동반하여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아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원적인 욕구에서 비롯된 행동입니다. 그러한 행동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정부가 나서서 예방적인 입법을 한다거나, 사후 처벌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이 돈을 벌려는 욕심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은 전혀 옳지 않습니다. 그 동안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스스로 투기라고 이름 지었던 행위를 하고도 조금은 뻔뻔스러울 정도로 도덕적으로 우월한 양 행동하였던 모습을 보아 왔습니다. 그들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욕심 앞에서 도덕적인 우월한 양 행동하던 모습과는 다른 인간적인 행동을 하였던 것에 불과합니다. (관련기사: 김의겸 전 대변인 전 재산 몰빵했던 흑석동 건물_hankyung.com_2019.12.01.) 이들이 보여준 행동이나 일반인들이 하는 투기, 또 LH 직원들의 행위도 모두 시작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투기세력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하겠다는 것은 요란한 구호만큼이나 허황된 불가능한 일을 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언젠가 TV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정부의 부동산 억제정책을 옹호하느라 열변을 토하던 여당의 국회의원이 토론이 끝난 뒤 마이크가 아직 안 꺼진 상태에서 드러낸 그의 진심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100분 끝나자 드러낸 ‘陳心’..시청자들 “부동산 사기 정책” 분노-munhwa.com_2020.07.17) 그의 말대로 “그래도 집값, 안 떨어질 겁니다.”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솔직한 표현일 것입니다. 가격의 변동에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의 욕심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입니다.

더구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였다는 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아 왔을 여당 측 차기 대선 주자들이 더욱 엉뚱한 대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 다음 정부에서 혹시라도 현재의 여권이 집권하게 된다면 부동산 시장은 거욱 망가질 것으로 보여 불안하기만 합니다. (관련기사: “정부가 집값 조절” “개인 땅 400평까지” 더 센 규제 꺼낸 與주자들_chosun.com_2021.07.06.) 시장을 이기려는 것보다 더 무모한 행동은 없다고 하는데 현재의 유력한 여권 대선주자들은 시장의 기능을 깡그리 망가트리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설사 이들이 주장하는 정책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부동산 가격을 잡기는커녕 엄청난 정책 비용을 부담하게 되어 정부 재정은 더욱 허리가 휘게 되고 정책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들여다보면 위정자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현 정부 관계자들은 마치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모든 국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인 양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제일 먼저 자산 가치가 감소하고 그로 인한 부동산 관련 금융의 담보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입니다.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재산세도 낮춰 주어야 하고, 그에 따라 정부의 세수(稅收)도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부동산 개발 이익에 대한 초과 이익 환수를 재환급해 달라는 민원이 발생할 것입니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생기면서 매수세는 움츠러들고 매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가속될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금융의 담보 부족, 재산세 감소, 세수 부족의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닙니다. 순진한 표현을 빌자면 부동산 가격은 적당히 상승하는 것이 경제 전반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물론 적당히 상승한다는 정도에 대하여서는 이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처음 시작을 기차 이야기로 하였으니 마무리를 기차와 관련된 이야기로 하겠습니다. 약 한 달쯤 전에 일산에 살고 있는 저의 친구 영국 사람 A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1. 6. 11. 참조) 이번에도 그가 기차와 관련하여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을 소개합니다;

O yes it’s always me!!!!

On the KTX from Daejeon to Ilsan and it breaks down, rail line fault

[Web발신]

2021-07-02 대전역에서 20:35에 출발하는 KTX 58 열차는 서울역 선로장애로 서울역까지만 운행합니다. 서울역 도착 후 타 교통수단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잔여구간 운임은 1년 이내에 역에서 반환받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열차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 한국철도공사 -

So now the subway to Ilsan is also shut down and I’m stuck in Seoul station.

Damn, why always me!!!!!

 

기차에서는 A에게는 왜 뭔가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옆에 있는 저도 A를 바라보기가 안타깝습니다. 위정자들은 부동산 시장을 왜 자꾸 망가트리려 하는지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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