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Bull & Bear- 2012. 3. 30.

jaykim1953 2012. 3. 30. 08:38

오늘은 창 밖에 봄을 재촉하는 듯한 부슬비가 내립니다. 최근 며칠 동안 우울하였던 우리나라 주식 시장을 보여 주는 듯합니다.
 
주식시장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에 쓰이는 용어 가운데 ‘불 마켓’(bull market) 혹은 불리쉬 (bullish) 마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bull’은 우리 말로 황소를 뜻하며 강세장(强勢場) 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하여 약세장(弱勢場)은 ‘베어 마켓’ (bear market) 혹은 베어리쉬 (bearish) 마켓이라고 합니다. ‘bear’는 우리 말로 곰입니다. 그 동안 금년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증권시장이 bullish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 어제까지의 우리나라 증시는 bearish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시장이 전반적으로 bear 마켓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bullish 한 장세 속에서 잠시 조정 국면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조만간 다시 bull 마켓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bull’ 과 ‘bear’ 라는 용어는 전체 시장을 표현할 때뿐 아니라 개별 종목에 대하여서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들이 ABC주를 bullish 하게 본다” 라는 말은 투자자들이 ABC 주가의 상승을 기대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XYZ주는 bearish 하게 보는 투자자가 많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이는 XYZ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뜻입니다.
 
‘bull’과 ‘bear’라는 용어는 어떤 이유로 각각 ‘상승’과 ‘하락’을 의미하는 데에 사용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에 대한 대답은 여러 가지 설(說)이 있습니다. 가장 흔히 하는 이야기가 황소(bull)는 상대방을 공격할 때에 뿔을 한껏 낮추었다가 위로 치받는 모양에서 가격이 위로 치솟아 오르는 것에 비유되었고, 반대로 곰(bear)은 상대방을 공격할 때에 앞 발을 한껏 높이 쳐들었다가 밑으로 훑어 내려치는 모양에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비유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설은 우리나라 거래소에 견학을 가면 그 곳에서도 들을 수 있는 설명입니다.
 
다른 설로는 시장의 ‘투기성 매수 거품’을 뜻하는 프랑스어 “bulle spéculative” 에서 ‘bull’ 이라는 단어를 빌려 왔다고 합니다. 매수 거품을 타고 가격이 상승한다는 의미에서 유사한 발음인 ‘bull’ 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don't sell the bearskin before you've killed the bear", 우리 말로 번역하면 “곰을 잡기 전에 곰 가죽을 미리 팔지 마라”는 격언에서 ‘bear’ 가 유래하였다고도 합니다.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에는 마치 곰을 잡기도 전에 미리 곰 가죽을 팔 듯이 실제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판다는 것입니다. 이런 표현에서 곰이라는 단어를 취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bull 과 bear 라는 용어의 어원을 이야기하는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은 19세기 중엽 러시아와 유럽의 연합국 사이에 있었던 크림 전쟁 (Cremian war)에 쓰이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크림 전쟁 당시 영국의 심벌은 잉글란드와 대영제국을 의인화한 캐릭터 존 불 (John Bull: Jonh Bull 이미지)이었고, 러시아의 심벌은 곰(bear)이었습니다. (*주; 곰은 음흉하다는 이미지로 인하여 러시아를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전황(戰況)이 영국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면 영국의 상징인 존 불을 의미하는 bullish 한 전황이라고 표현하였고 반대로 러시아가 우세할 때에는 러시아의 상징인 곰을 의미하는 bearish 한 전황이라고 이야기하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 영국에서는 좋은 상황, 호황, 또는 주가가 상승할 때에는 bull, 그와 반대 상황일 때는 bear 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입니다. 즉, bull 과 bear 라는 용어는 크림 전쟁 당시에 영국에서 전쟁의 상황을 설명하는 용어로 쓰이다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일반적인 경제와 주식 시황을 표현하는 데에 사용되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설명이 가장 설득력이 있고, 또 신빙성도 있습니다.
 
주식뿐 아니라 거의 모든 시장이 형성된 곳에서는 bull 과 bear 라는 용어가 쓰이고, 아울러 bull 과 bear 를 상징하는 동상도 전세계 여러 시장에 많이 세워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거래소 안에도 있고, 독일 Frankfurt 증권거래소 앞에 있는 동상도 유명하며, 뉴욕 맨하탄의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 있는 황소- 일명 Charging Bull 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잘 알려진 bull & bear 동상은 현재 미국 뉴욕의 Museum of American Finance 에 전시되어 있는 것입니다. (A bronze statue of a bull fighting with a bear in the Museum of American Finance
이 동상에 관하여서는 재미 있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1903년에 뉴욕증권거래소 (NYSE; New York Stock Exchange)가 생겼고 브로드 스트리트(Broad Street) 18번지에 거래소 건물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점심 시간에 휴장을 하였으며 거래소 2 층에 뉴욕증권거래소 런치클럽 (NYSE Lunch Club)이라는 레스토랑이 있어서 거래원들이 외부 식당으로 나가서 식사를 하기 보다는 런치 클럽에서 점심 식사를 자주 하였다고 합니다. 그 클럽의 입구에는 bull & bear 동상이 있었고, 식당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동상의 bull 혹은 bear 를 만지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동상의 bull 을 만지는 사람은 시장이 강세, 주가의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이고, 반대로 bear 를 만지고 식당에 들어가는 사람은 오후에 주가가 떨어지고, 시장이 약세가 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NYSE는 시장 규모가 커지고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점심 시간 휴장은 없어졌고 런치클럽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런치클럽은 계속 운영되었고 bull & bear 동상을 만지는 관행도 근근이 그 명맥을 유지하여 왔습니다. 그러다가 모든 주식 거래가 전산화되면서 거래를 위하여 거래소에 직접 나올 필요가 없어지고, 더욱이 9.11 사태 이후 일반인들의 거래소 출입 통제가 강화되면서 거래소 안에 있는 런치클럽은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급기야 2006년에는 런치 클럽의 문을 닫고야 말았습니다. 그러자 Museum of American Finance 에서는 런치클럽 앞에 있던 bull & bear 동상을 사들여 전시를 하였습니다. Museum of American Finance 에 전시 되어 있는 bull & bear 동상이 바로 과거에 뉴욕증권거래소 런치클럽 입구에 세워져 있던 동상입니다. 이 동상을 보면 황소는 뿔을 한껏 낮추어서 곰을 하늘로 날려 버리려 하고 있고, 곰은 황소의 머리를 잔뜩 끌어 안고 앞 발로 눌러 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시장도 이 동상처럼 가격을 올리려는 황소와 가격을 내리려는 곰 사이의 힘든 몸부림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서 혹시 미국 뉴욕으로 여행을 가시게 되면 맨하탄 다운타운의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 있는 Museum of American Finance 를 방문하셔서 bull & bear 동상을 보시고 bull 과 bear 가운데 원하시는 동물을 만지는 기회를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주; Museum of American Finance 는 월 스트리트 48번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