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영화에 비춰진 금융인- 2012. 3. 23.

jaykim1953 2012. 3. 23. 10:23

우리가 보는 영화 속에는 알게 모르게 금융인 직업을 가진 인물이 등장합니다. 일부 등장인물은 금융인이라는 직업이 중요한 캐릭터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캐릭터가 항상 정확하게 묘사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영화 속 등장인물의 직업에 대하여 정확히 이해를 하고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영화 속에 비춰진 금융인의 직업에 대하여 몇 가지 살펴 보겠습니다.

 

많은 여성들의 로망 귀여운 여인 – Pretty Woman의 리차드 기어 (Richard Gere)

 

이 영화에 나오는 리차드 기어는 직업이 무엇이던 간에 일단 돈이 매우 많은 사람으로 비쳐집니다. 그리고 영화 속의 대화를 살펴 보면, 리차드 기어의 시한부 정부(?)로 나오는 길거리에서 몸을 팔던 여자인 줄리아 로버츠 (Julia Roberts)가 리차드 기어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자, 리차드 기어는, “기업을 싸게 사서, 그 기업을 분해하여 다시 비싸게 판다.” 라고 설명합니다. 이 대답으로 미루어 보면 리차드 기어의 직업은 전형적인 프라이빗 에퀴티 펀드 매니저 (Private Equity Fund Manager: 사모 펀드 매니저) 입니다. 프라이빗 에퀴티란, 기본적으로, 제한된 소수의 거액 투자자들로부터 아주 큰 금액의 펀드를 조성하여, 그 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싼 값에 사들인 다음 문제를 해결하여 가치를 높여서 비싼 값에 되파는 것입니다. 리차드 기어가 설명한 대답에 딱 들어맞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극적인 전환은 줄리아 로버츠가 리차드 기어에게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할 것을 권하면서 시작합니다. 리차드 기어는 자기가 매입하려고 계획한 회사(조선사: shipbuilding company)의 매입을 포기하고 경영권을 기존의 경영진 (현소유주; 현재의 대주주)에게 맡겨 둔 채 자신은 투자만 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하여 회사의 경영이 호전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매우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워렌 버핏(Warren Buffett) 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벅샤이어 해서웨이 (Berkshire Hathaway)로 하여금 투자 대상물을 찾아내게 한 다음 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회사에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어 회사를 되살리겠다고 한다면 벅샤이어 해서웨이의 주식 가격은 급전직하할 것이며 주주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를 것입니다. 프라이빗 에퀴티 펀드는 매니저의 개인만의 돈이 아니라 여러 투자자들의 돈이 포함되어 있으며 프라이빗 에퀴티 펀드 매니저는 그 돈을 관리하고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 속에서 리차드 기어와 함께 일하는 변호사가 미친 듯이 펄펄 날뛰며 리차드 기어에게 제 정신이 아니라고 화를 내며 정신 차리라고 충고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만, 그러나 이 변호사는 영화 스토리 상으로는 사악한 사람으로 비춰집니다.

 

귀여운 여인이라는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 팬들이 좋아하였던 영화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관람하신 분들 가운데 리차드 기어의 직업을 프라이빗 에퀴티 펀드 매니저라고 이해하고 보신 분들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슬픈 사랑 이야기 사랑과 영혼- Ghost의 패트릭 스웨이지 (Patrick Swayze)입니다.

 

이 영화에 삽입된 올드 팝송 언체인드 멜로디 (Unchained Melody)가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발매 30여 년이 지난 다음 뒤늦게 뜨거운 리바이벌 열풍을 일으켰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시작 도입부에 밤 늦은 시간에 데미 무어(Demie Moore)와 영화를 관람하고 나오던 패트릭 스웨이지가 불량배를 만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습니다. 패트릭 스웨이지가 불량배의 습격을 받게 되는 이유는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설명이 됩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려면 패트릭 스웨이지의 직업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영화의 내용으로 보면 패트릭 스웨이지는 프라이빗 뱅킹 오피서 (Private Banking Officer)입니다. 프라이빗 뱅킹 오피서란 돈 많은 개인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여 주는 직책을 담당 하는 은행 직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영화 내용을 보면 패트릭 스웨이지와 함께 일하는 (악역을 맡은) 친구가 나쁜 집단의 꾀임에 빠져 검은 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수 백만 달러 (제 기억으로는 2백만 달러)에 이르는 돈을 가공의 인물을 내세운 허위 계좌에 입금하고, 이를 패트릭 스웨이지가 관리하는 계좌인양 만들어 놓습니다. 그런데 패트릭 스웨이지가 자기의 시스템 로그인 비밀번호를 바꾸는 바람에 친구는 그만 가공의 계좌에 접근이 어렵게 됩니다. 그러자 친구는 불량배를 시켜 패트릭 스웨이지의 지갑을 훔쳐 오라고 합니다. 패트릭 스웨이지는 비밀번호를 적은 종이 쪽지를 자신의 지갑에 넣어 가지고 다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불량배가 어설프게 패트릭 스웨이지를 위협하다가 패트릭 스웨이지가 반항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불량배가 총을 발사하여 패트릭 스웨이지를 죽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일은 커지고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하게 되면서 유령이 되어 이런 과정을 알게 된 패트릭 스웨이지가 우피 골드버그 (Whoopi Goldberg)라는 심령사를 동원하여 가공의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하여서 자선 냄비에 기부를 해 버립니다.

 

영화 속 스토리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표본이 되어 통쾌하게 나쁜 사람을 징벌합니다만,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로 미국에서는 가공 인물을 동원하여 가공 계좌를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특히 수백 만 달러짜리 고액 계좌를 개설하려면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에 준하는 세금 납부번호)가 있어야 하고,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한 다음 신분증 사본을 파일에 첨부하여야 합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1990년에는 9.11 테러 이전이어서 지금보다는 조금 강도가 낮았을 가능성이 있으나, 고액 신규 계좌는 항상 주목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계좌 개설인의 서명과 동의(consent)가 없이는 단 1 달러도 인출이 허용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설사 친구가 패트릭 스웨이지의 비밀번호를 알았다 하더라도 가공 계좌 주인의 신분증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서 사인을 하기 전에는 돈을 꺼낼 수 없습니다. 이 영화 안에서도 우피 골드버그가 마치 가공 인물 당사자인양 은행에 나타나서 사인을 하고 돈을 인출해 갈 때에 은행 직원이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가 아닌 실제로도 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때에는 신분증을 요구하여 본인인지 확인을 합니다. 프라이빗 뱅킹 오피서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좌 안에서 채권, 주식, 펀드 등을 사고 파는 것은 할 수 있으나 돈을 인출하는 것은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친구가 패트릭 스웨이지의 비밀번호를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은 영화가 아닌 실제 세상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영화도 우리나라에서 크게 흥행하였고,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의 인기도 많이 올라 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불행히 패트릭 스웨이지는 췌장암으로 2009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화를 감상할 때에 귀여운 여인의 리차드 기어가 프라이빗 에퀴티 펀드 매니저라는 것을, 또 사랑과 영혼의 패트릭 스웨이지가 프라이빗 뱅킹 오피서라는 것을 의식하면서 영화를 감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직업 정신이 발동하여서일까요, 저는 두 영화를 보면서 내내 두 사람의 직업 생각을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영화 속에는 또 다른 금융인의 직업이 비춰질 것입니다. 그 때에도 저는 아마 영화 속 금융인의 직업에 관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고 있을 것입니다.

 

김재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