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I wanna hold your hand? - 2012. 4. 6.

jaykim1953 2012. 4. 6. 08:22

우리가 알고 있는 비틀즈 (Beatles) 노래 가운데 ‘ I wanna (want to) hold your hand’ 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초기 비틀즈의 힛트 곡 가운데 하나로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곡입니다. 이 노래가 세상에 처음 나와 유행할 즈음에는 제가 초등학교 4~5 학년 시절이었습니다. 그 때 저의 부친께서 이 노래 제목을 들으시고 혀를 끌끌 차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저의 부친께서는 어려서 중국 상해에 있는 영국 퍼블릭 스쿨 (Public School: *; 사립학교. 미국 기준으로는 private school) 에서 교육을 받으셔서 영국식 영어로 교육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유창하게 구사하셨습니다. 비틀즈의 이 노래가 발표되었을 당시 저는 영어를 배우기 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때부터 저의 부친께서 제게 여러 번 해주신 이야기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저의 부친께서 제게 해주신 말씀을 요약하면;

 

제대로 된 (영국식) 영어로는 ‘I want to hold your hand’ 는 틀린 말이다. 정확한 표현은 ‘I want to hold you by your hand’라고 하여야 한다. 안 그래도 미국식 영어가 횡행하면서 제대로 된 영어가 자꾸 사라지는데 영국 출신이라고 하는 비틀즈가 어법에 맞지 않는 영어로 노래를 하고 제목으로 사용하니 영어가 더 망가진다.”

 

저의 부친께서는 비틀즈를 못 마땅하게 보셨으며, 그 이유는 그들이 영국 사람들이면서도 영어를 망가뜨렸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아무도 ‘I want to hold you by your hand’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 다 ‘I want to hold your hand.’라고 합니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저도 요즈음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못 마땅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두 가지만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1.     /달러 환율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달러 1 달러에 해당하는 한국 원화 가치를 표시할 때에 원/달러 1,150 과 같이 표시합니다. 그런데 원래 환율 표시는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세계 외환 딜러의 모임인 ACI (Association Cambiste Internationale: 세계외환협회)-The Financial Markets Association 에서 정한 환율의 표시 방법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환율의 정확한 표시 방법은 기준 통화/표시 통화 의 순으로 표시하여야 합니다. (영어로는 기준 통화를 reference currency 혹은 base currency, 표시 통화는 counter currency 혹은 quoted currency 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환율은 기준 통화 1 단위에 해당하는 표시 통화의 단위 숫자를 나타냅니다. 우리나라 원화와 미국 달러화의 환율을 표시할 때에는 미국 달러화를 기준 통화로 하고 우리나라 원화를 표시 통화로 사용하여 1 달러당 한국 원화의 단위를 표시하여야 하고, 그 때에 환율을 달러/원 환율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예를 들어 1 달러 당 1,150원의 환율을 표시하려면 달러/ 1,150이라고 표시하여야 합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원/달러 환율은 1/1,150= 0.0008696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1 달러에 1,150원이라는 환율의 정확한 표기는 달러/원이 맞는 것이고, /달러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모든 신문, 방송에서 원/달러 환율 1,150 이라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2.     모기지 이자율의 CD 혹은 코픽스(CoFIX) 금리 연동

우리 나라의 은행에서는 모기지 대출 금리를 결정할 때에 CD 금리, 혹은 코픽스(CoFIX; Cost of Fund Index, 자금조달비용지수)에 스프레드를 더하여 결정합니다. 일반적으로 모기지 대출은 가장 확고한 담보가 제공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차주(借主)가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받으므로 담보로서의 가치만 적정히 반영되어 있다면 주거라는 성격상 매우 신뢰도가 높은 담보입니다. 그 반면 CD는 양도성정기예금 증서를 발행한 것으로 전적으로 발행 은행의 신용에 의존하는 은행의 부채 증서입니다. 코픽스는 국내 9개 기준 은행의 CD금리, 원화예금, 금융채, 외화예금, 매출어음, 환매조건부채권매도 등 주요 자금 조달 상품의 비용을 반영해 산출하는 대출 기준금리입니다. 코픽스도 은행의 전반적인 부채 코스트를 반영한다는 것만 다를 뿐 신용을 담보로 은행이 조성한 자금의 조달 금리입니다. 이론적으로 따져 본다면 양질의 담보로 보증이 되는 모기지 대출의 금리는 가장 낮은 우대 금리가 적용되어야 하고, CD나 코픽스는 아무런 담보 없이 순수 신용으로 조달된 자금의 코스트이므로 은행의 신용에 대한 코스트(신용 스프레드)가 포함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입니다. 그런데도 신용으로 조달한 자금 코스트를 기반으로 가장 우수한 성격의 담보를 제공하는 (신용 스프레드를 포함하여서는 안 되는) 대출의 이자율을 정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Fannie Mae (FNMA: 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 연방 국민 모기지 협회) 혹은 Genie Mae (GNMA: Government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 국립 전국 모기지 협회) 등을 통하여 모기지 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한 코스트가 모기지 대출 금리의 근간이 됩니다. 은행들이 주택 매입자에게 대출해주는 모기지 대출을 모아서 중간 브로커를 거쳐 최종적으로 Fannie Mae 혹은Genie Mae 등에 집결하게 되면 이를 담보로 하여 자산담보부채권의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렇게 조성된 자금을 각 은행의 모기지 대출 재원으로 다시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조성된 자금은 모두 주택을 담보로 형성된 자금이므로 신용 스프레드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무역어음할인 금리는 BA (Bankers’ acceptance)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역어음할인에 적용할 금리를 CD 혹은 코픽스를 기준으로 한다고 하면 무역어음할인을 받으려는 업체는 말도 안되는 처사라고 펄펄 뛸 것입니다. 무억어음은 상거래를 담보로 하는 거래이므로 담보가 확실한 거래이므로 CD나 코픽스와 같은 신용거래를 근간으로 하는 금리가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 반면 우리나라의 모기지 금리 구조에서는 신용으로 조달한 자금의 코스트에 이미 신용 스프레드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금 코스트를 근간으로 주택을 담보로 하는 모기지 금리로 사용하여 모기지 대출을 사용하는 금융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신용 스프레드를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지금은 영국에서조차 ‘I want to hold your hand’라는 말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경우가 다르기는 하나, 제가 우리나라 금융제도에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 전반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달러 1,150 이라고 표시하여도 그 의미는 환율이 1 달러당 원화 상당액이 1,150원이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CD 혹은 코픽스 금리에 스프레드를 더한 금리에 모기지 대출을 빌려 써도 불필요한 신용 스프레드를 지불하고 있다고 항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로서는 그저 원칙에 맞지 않고, 합리적이지 못한 면들이 있다는 것을 짚어 본 것뿐입니다. 바라기는 우리나라의 금융도 보다 더 합리적이고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시스템으로 성장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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