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선입견- 2021. 9. 10.

jaykim1953 2021. 9. 10. 05:31

미국 뉴욕주의 남동쪽 끄트머리 부분에는 몇 개의 섬이 있습니다. 그중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섬이 두 개가 있습니다. 둘 중에 더 잘 알려진 섬은 맨하탄(Manhattan)이고 그보다 더 동쪽으로 길게 늘어선 섬은 롱 아일랜드(Long Island)입니다. 롱 아일랜드에는 뉴욕 시(市)의 5 보로(borough) 가운데 2 곳- 브루클린(Brooklyn)과 퀸스(Queens)가 있습니다. 맨하탄은 전체가 뉴욕시의 한 보로입니다. 뉴욕시 5 보로의 나머지 두 곳은 맨하탄 북쪽의 브롱스(Bronx)와 남쪽의 스테이튼 아일랜드(Staten Island)입니다. 롱 아일랜드는 이름만큼이나 길어서 동서 간의 길이가 118마일(약 190 킬로미터)이나 됩니다. 그리고 남북의 폭은 12~ 20 마일(19~ 32 킬로 미터)입니다. 총면적은 1,401 평방 마일(3,629 평방 킬로미터)입니다. 한편 맨하탄은 22.8 평방 마일(59.1평방 킬로미터)에 불과합니다. 면적으로 비교하면 맨하탄은 롱 아일랜드의 약 1/60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서울의 넓이가 605 평방 킬로미터이니, 롱 아일랜드는 서울 넓이의 약 6배가 됩니다. 그리고 맨하탄의 면적은 서울 면적의 약 1/10 정도가 됩니다.

롱 아일랜드는 서쪽 끝 부분에 있는 브루클린과 퀸스를 벗어나면 대체로 주택가로 형성된 나지막한 빌딩들과 전원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중간중간에 쇼핑 몰이라던가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타운들도 있으나 브루클린이나 퀸스 지역에 비하면 상당히 목가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롱 아일랜드의 동쪽으로 계속 가면 여러 휴양지와 유명한 해변이 있습니다. 동쪽으로 갈수록 휴양지 분위기가 나게 됩니다.

제가 아는 목사님 가운데 한 분인 Y 목사님이 한 때 롱 아일랜드에 있는 이민 교회에서 시무를 하셨습니다. 그분의 교회는 롱 아일랜드의 중간쯤에 가까운 지역으로 브루클린이나 퀸스 지역에서는 거리가 좀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그 교회에서는 5~10분 정도만 운전하고 가면 해변에 다다르고 멀지 않은 곳에 휴양지도 있는 경치 좋은 곳이었습니다. 교육환경도 좋은 지역이어서 한인 사회 인구가 비교적 많았던 지역이었습니다.

제가 뉴욕의 맨하탄에 살 때, 그 Y 목사님이 저의 집을 방문하여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맨하탄의 빌딩 숲 속에서 맛집 레스토랑을 찾아가 함께 맛있는 식사를 즐겼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Y 목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섬을 벗어나서 대도시로 들어오니 기분 전환이 되고 좋네요.” 이 말을 듣고 제가 웃으며 답했습니다. “목사님, 실제로는 맨하탄이 롱 아일랜드보다 훨씬 작은 섬입니다.”

Y 목사님의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는 저도 잘 압니다. 목가적이고 조금만 움직이면 해변이 나오는 한적한 섬마을에서 지내다가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대도시 맨하탄에 나오니 도시의 활기를 느끼고 서울에서 지내던 시절의 도시 느낌이 되살아난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실제로는 맨하탄이 롱 아일랜드 섬의 1/60에 불과한 크기이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의 느낌은 다를 수 있습니다. 맨하탄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가장 도시화된 대도시의 표본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닌 그런 곳입니다. 맨하탄을 걸어 다니면서 맨하탄이 섬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만드는 요소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맨하탄의 가장자리 강변으로 나가면 그제서야 ‘이곳이 섬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롱 아일랜드의 해변 가까운 곳 한가한 마을에 살다가 맨하탄의 대도시에 들어서면 느낌으로는 섬에서 대도시로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도시의 겉모습이 맨하탄이 섬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것입니다.

얼마 전 국내 언론에서 보도에 따르면 택배 노조의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리점주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김포 40대 택배대리점주 극단 선택…"노조와 갈등" _yna.co.kr_2021/08/31) 보도된 바에 따르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리점주는 노조의 조롱을 받기도 하고 노조가 배달을 기피하는 무겁고 힘든 택배 일을 도맡아서 하는 등 노조의 횡포를 힘들어하였다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후에도 대리점주를 조롱하는 노조의 행태를 보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빚밖에 없네” 연봉 8400만원 택배노조원들, 숨진 대리점주 조롱_chosun.com_2021/09/03)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기사를 종합해 보면 택배 노조는 대리점주보다 매우 우월한 지위에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리점주는 노조원들에 대한 인사권도 없고 아무런 통제를 할 수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조의 횡포에 대응할 수 있는 대리점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 혹은 규정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대리점주를 보호할 아무런 제도도 규정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겉으로 드러난 모양새는 약자들의 모임인 노동조합이 대리점주에 대항하는 결속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택배 노조가 ‘갑’이고 대리점주는 ‘을’입니다. 마치 롱 아일랜드에 사는 사람이 맨하탄에 와서 대도시의 웅장함을 느끼지만 실제로는 롱 아일랜드가 맨하탄보다 60배나 큰 섬이라는 것과 같습니다.

노동조합은 고용주들의 일방적인 고용 횡포에 대항하기 위하여 약자인 피고용인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입니다. 노조가 없다면 고용주는 피고용인을 해고하거나 임금을 깎거나 기타 여러 가지 불이익을 피고용인에게 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하여 피고용인들이 모여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고용주에게 대항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저도 사회 초년병 시절에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였었고, 노조 부위원장이라는 간부의 위치에서 노조의 지도자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외국은행에 근무하고 있던 시절이어서 행여 외국인 경영층의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있지나 않을까 무척 경계하였었습니다. 사소한 문제에서도 분연히 목소리를 높이며 피고용인에 대한, 특히나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지적하며 즉각 시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 노조는 정치, 사회, 경제 등의 모든 분야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경영 문제에도 깊숙이 관여합니다. (관련기사: 경영간섭 과도한 현대차 노조_asiae.co.kr_2021/06/24) 노조는 경영층과 노조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여야 합니다. 경영의 문제는 경영층에게 일임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노조가 경영에도 간섭하고, 정치적인 문제에도 관여합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문제를 빌미로 파업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시정되어야 합니다. 노조원들의 권익은 보호받아야 하나 노조가 모든 것을 다 자신들의 의견대로 하려고 하여서는 안 됩니다. 노조는 피고용인들의 집합체일 뿐 그들은 경영의 전문가도 아니고 정치문제의 해결 전문인력도 아닙니다. 그들의 의견은 존중받아야 하겠으나, 그것이 곧 모든 일이 그들의 의견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노조는 약자들의 모임이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노조는 결코 약자가 아닙니다. 그들의 힘은 이미 어떤 계층의 집단보다도 강력하고 때로는 법 위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런 현상이 지금의 노조 간부들, 집행부에게는 당장에는 우쭐한 기분이 들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본래의 존재 이유를 벗어난 노조는 스스로 자멸하는 모순과 갈등의 근원이 되고 말 것입니다. 노조는 자신들의 권익이 침해당하는 것에 대항하여 뭉쳐서 힘을 발휘할 때에 진정한 힘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미 공룡처럼 과도한 조직과 힘을 가지고 있는 노조는 자체 내에서 분열과 갈등, 부조리가 싹트게 됩니다. 노조원들은 피고용인들의 집합일 뿐 그들이 주장하는 여러 의견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학습한 전문가 집단은 아닙니다. 노조 활동의 전문가는 결코 문제 해결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과도하게 비대 하여진 노조의 과격한 활동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형향을 끼치게 됩니다. 더 이상 노조로 인한 사회, 경제, 정치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가한 해변의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의 롱 아일랜드에서 맨하탄에 들어서면 마치 섬을 떠나 커다란 땅덩어리의 도시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롱 아일랜드는 맨하탄보다 60배나 큰 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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