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ELS - 2012. 4. 20.

jaykim1953 2012. 4. 20. 08:12

오늘 아침에 제가 출근하려고 걸어오면서 옆에 지나가는 SUV의 지붕에 카메라를 달고 차 옆면에 요란한 표시와 함께 ‘CCTV 주차위반 단속이라고 쓴 것을 보았습니다.

저희 집에서 사무실까지는 불과 1 Km도 채 안 되는 거리라서 매일 걸어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걸어오는 길목에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사거리를 지나옵니다. 그 곳은 지금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어서 도로가 평탄치 않아 교통질서가 잘 안 지켜지고 있고 구석구석에 불법 주차한 차량들이 심심치 않게 있어 불법 주차한 차량을 단속하는 차들이 이 곳을 이따금 지나가면서 촬영을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 단속 차량을 제가 오늘 아침에 본 것입니다.

‘CCTV 주차위반 단속이라는 표지를 보고 문득 ‘CCTV라는 말이 맞는 표현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CCTV Closed Circuit TV 를 말하는 것이고, Closed Circuit 이란 우리 말로 폐쇄회로’, 즉 외부로 전달이 되지 않도록 회선에 연결된 곳으로만 화면을 전송하도록 구성된 회선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그 주차위반 단속 차량에 회선을 구성하였을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무선으로 화면을 전송하고 그 전송된 화면을 받는 장비만 준비되면 어디에서나 화면을 받아 볼 수 있는 개방 회선 (Open Circuit)이 아닐까 의심하여 보았습니다. 혹시 제가 틀릴 수는 있겠으나, 국제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parking violation under video surveillance’ 혹은 ‘parking violation (is being) monitored by camera’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CCTV’ 와 같이 원래의 의미와 조금은 다르거나 설명이 부족하더라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영어 단어 혹은 영어 약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고속도로에서 다음 IC (interchange)에서 나가자라는 말을 한다면 그 말을 못 알아듣는 우리나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확한 영어 표현은 다음 exit 에서 나가자라고 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택시에 기본요금을 영어로 ‘basic fare’라고 써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의 노란 택시 (yellow cab)에는 ‘initial fare’ 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말에 기본이라는 말에 주목하여 ‘basic’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으나, 미국 사람들의 사고 구조는 택시를 타면 바로 시작되는요금이라는 생각에 ‘initial’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만, 금융 시장에서 사용하는 영어 약자와 용어에도 조금씩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신문에서 여러 가지 보도가 있었던 ELS 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관련기사: 매경_2012-4-19) ELS Equity Linked Securities- ‘주식연계증권을 말합니다. 이름만 놓고 보면 어떤 주식에 어떻게 연계가 된 어떤 증권인지 그 종류는 무수히 많아질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상당히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개별 주식에 연계되기도 하고, 주가지수에 연계되기도 합니다. 주가지수의 종류도 우리나라의 코스피, 혹은 홍콩 항생지수 등 다양합니다. 연계되는 방법도 원금 보장형, 원금 비보장형, -(Knock-in), -아웃(Knock-out), 디지털 등 이름뿐 아니라 구성 방법이 다채롭기만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성격의 상품을 모두 ELS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도 조금은 무리가 따릅니다. 가급적 상세히 구분하여 성격에 따른 상품의 이름을 달리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또 한 가지 불만스러운 표현은 원금 보장형또는 원금 비보장형이라는 용어입니다. ‘보장이라는 말은 영어의 ‘guaranty’를 의미하며, 원칙적으로 투자 상품에 원금을 ‘guaranty’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은행 예금에 대하여서는 예금보험공사에서 일정액 (5천만 원)까지 보장을 하여 주기는 하나, 그 밖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특히 투자 상품은 원금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표현을 빌면 원금을 ‘secure’ (보전) 할 수는 있습니다. 영어 표현을 빌리자면 ‘principal guaranteed’ 라는 표현을 사용하여서는 안 되고 ‘principal secured’ 라는 표현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secured 라는 표현은 안전장치가 되어 있다는 의미이고, 담보 또는 물건 등으로 재정적 뒷받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금 보장형 ELS의 경우 대부분 채권으로 원금의 일정 부분 (예를 들어 90% 또는 95%)secure 하게 됩니다. ELS 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하여도 원금의 일정 부분은 채권으로 담보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경우에는 보장이라는 용어보다는 ‘principal secured’ 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만약 담보로 사용된 채권이 부실 또는 파산 등의 이유로 지급이 거절되게 되면 원금이 보장된 것으로 알고 있던 투자자에게 ELS의 원금을 환급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됩니다. 따라서 ELS의 원금이 제 3의 채권 또는 다른 증권, 파생상품 등으로 secured- 보전- 되는 것은 가능하지만 보장은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원칙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흔히 원금 보장형 ELS’ 원금 비보장형 ELS’를 거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ELS 거래를 하여도 아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한국경제_2012-4-9)

그렇다고 하여서 ELS에 투자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상품의 구조와 리스크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면 ELS는 대안 투자의 한 방법으로 좋은 투자 수단이 될 것입니다. ELS 가운데 가장 권할 만한 상품 구조를 꼽으라고 한다면, 신용도 높은 채권으로 원금을 90~95% 수준으로 보전하고 주가지수 옵션을 사용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만든 구조의 상품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던 전통적인 방법으로 과거에는 90-10 전략이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원금의 90%는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10%로 옵션을 매입하여 추가 수익을 올리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에는 [채권의 원금+ 이자] 금액만큼은 secured- 보전- 되어 있는 상품입니다.

ELS 는 항상 새로운 구조의 신상품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이 개발되는 신상품들 가운데에는 기존의 상품보다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도 새로 개발된 상품을 이해하려면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전문가도 아닌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회사 창구에서 몇 마디 설명을 듣고 큰 금액을 덥석 ELS에 투자하는 것은 심각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ELS 는 구조에 따라 단순한 채권 또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리스크가 클 수 있고, 파생상품보다도 큰 리스크를 부담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원금 비보장형 ELS 판매 금액이 원금 보장형 ELS 판매 금액보다도 훨씬 많다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심히 우려되는 현상입니다.

골프를 몹시 좋아하는 어느 분께서 하신 말씀이라고 합니다. “요즈음 증권회사에 가 보았더니 어니 엘스 (Ernie Els, *: 세계적인 골프 선수인 것은 다들 아시죠?) 주식을 판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얼른 샀지.” 그 분께서 사신 것은 어니 엘스 주식이 아닌 ELS였다고 합니다.

김재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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