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알아야 면장을... 2022. 2. 4.

jaykim1953 2022. 2. 4. 06:00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속담 가운데 ‘알아야 면장을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하려면 그것에 관련된 학식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사용하면서 ‘무엇인가 아는 것이 있는 사람이어야 면장(面長)이라도 할 수 있다’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면장이라는 단어가 면면장(免面牆)이라는 말에서 ‘면’이 두 번 겹치는 것을 발음이 쉽게 할 수 있도록 ‘면’을 한 번으로 줄이면서 면장(面牆)으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알아야 면장 한다_khan.co.kr_2014. 8. 20.) 그리고 그 의미는 ‘벽(牆)을 마주하는(面) 것을 면(免)하려면 무엇인가 알아야 한다’라고 합니다. 원래의 의미를 알려면 면장이 面長이 아니라 面牆- 벽을 마주하는 것- 이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여야 합니다. 그렇지만 전체 문장의 뜻은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하려면 그것에 관련된 학식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임은 분명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하려면 그에 관련된 학식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나름대로 학식과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유력하다고 하는 우리나라의 대통령 후보들이 금융 분야에도 학식과 실력을 갖추었는지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일이 있었습니다. 국내 은행들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에게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는 문건을 전달하였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금융서비스는 공짜 아냐…이재명·윤석열 캠프에 호소_hankyung.com_2022/01/23)

대선주자 가운데에는 약 1년 전 일천만 원을 모든 도민에게 10 년간 빌려 주되, 이자는 만기 시에 받고 중도에는 이자를 받지 않고 유예해 주는 상품을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이재명표 기본대출에 은행권 “위험천만”_m-i.kr_2021. 2. 2.) 이러한 제안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위험천만한 일인지는 저도 이미 설명하였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1. 3. 19. 참조) 이러한 제안을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건 데 금융에 대한 그 사람의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많은 위정자(爲政者)들이 그렇듯이 금융이란 그저 돈을 정확히 세고 현금 출납을 착실히 하는 수준의 기능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이해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기사를 보면 국내 은행들이 대선 주자들에게 보낸 메세지의 내용은;

“은행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없애 달라.”는 것입니다.

표현은 ‘사회적 통념’이라는 단어로 두리뭉실하게 표현하였으나 내용인즉은 ‘대선 주자의 금융에 대한 인식’이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금융은 공짜’라는 인식은 그동안 많은 위정자들의 의식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지시하면 지시한 대로 실행하기를 기대하고, 정부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빚어지면 금융당국을 향하여 호통치고, 감시 감독을 강화하여 옥죄는 것에 익숙합니다. 금융기관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금융기관의 임직원들이 무능한 것이라 비난하고, 금융기관의 수익이 크게 발생하면 금융기관들이 이기심에 눈이 어두워 공공의 책임을 망각한 듯이 몰아세웁니다.

최근에는 정부 주도로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였습니다. 그 결과 관련 업계에 미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요지부동으로 예정된 수수료 인하를 강행합니다. (관련기사: 소상공인도 밴사도 운다... 카드수수료 인하가 만든 ‘乙의 전쟁’ _chosun.com_2022. 2. 1.) 정부가 의도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것이 뻔하게 보이는데도 일단 한 번 결정하면 정부는 그저 밀어붙입니다. 정부의 의도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낮추어 영세 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빠듯한 수익성으로 인하여 수수료 인하 여력이 없는 카드사들이 통신 업체들에게 지급되는 중간 수수료를 깎고,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각종 혜택을 없애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위의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계산해 보면, 실제로 수수료 인하의 혜택을 받는 업체의 금액은 연 매출 3억 원 이하 업체에게 0.3%의 수수료 할인 혜택을 준다고 합니다. 이는 3억 원 X 0.3% = 90만 원입니다. 연간 90만 원의 수수료 감면 혜택을 받게 되는 영세 사업자가 카드사와 중간 통신사로부터 받아온 여러 가지 혜택을 포기하여야 하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실제적인 이익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세 사업자를 위한 정부의 시책으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앞세워 크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마치 신용카드 수수료는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나쁜 존재라고 인식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용카드 수수료는 신용카드 회사들이 정상적인 카드 소지자인 고객들에게 신용 공여를 하면서 거두어들이는 정당한 댓가입니다. 이를 마치 부도덕한 금융기관이 선량한 고객과 자영업자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듯이 몰아붙이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위정자들의 금융에 대한 이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금융 서비스는 공짜가 아닙니다.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위정자들의 생각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고사(枯死)시키면서 관련 업계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부동산중개업소 개업 8년만에 최소…자격증 소지자의 24%만 영업_yna.co.kr_2022. 1. 27.) 현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지난 4년 여 동안 30 차례에 육박하는 부동산 관련 정책을 강행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시장의 소멸(消滅)입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2. 1. 7. 참조) 정부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시장은 냉정하게 이익을 추구하고, 상황의 유-불리 (有-不利)에 따라 반응합니다. 정부가 미쳐 생각하지 못한 시장의 반응, 정부가 잘못 알고 있던 것에 대한 시장의 반응 등은 정부의 의도와 기대에 어긋나게 마련입니다. 지난 4년 여의 기간을 돌아보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무모하였는지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정책 입안자가 현 정부에 있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정부의 중구난방식 부동산 정책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는 정부투자 기업의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1. 3. 26. 참조) 이들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을 가지고 정부 정책을 분석하고 한 발 앞서 행동에 옮겨 막대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였습니다.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어수룩한 정책을 입안한 위정자들보다 이들이 부동산 시장을 더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이었습니다. 부동산에 능통한 토지주택공사의 직원들이 제대로 된 부동산 전문가였다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던 위정자들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선무당에 불과하였던 것입니다.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는 허풍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안정시킬 수 없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충분한 관련 지식을 가지고 대처하여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지금도 대선주자들은 앞다투어 자신이 ‘경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경제 대통령이 되기 위하여서는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여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들 가운데에는 스스로 ~~노믹스라고 이름 지으며 경제의 전문가임을 자처하고 나섰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대통령마저도 경제에 대한 이해는 한심한 수준이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4. 10. 2. 참조)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경제 전문가다운 대통령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달 남짓 시간이 흐른 후 새로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뽑힐 것입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과연 경제에 얼마나 밝은 사람일는지 염려가 앞섭니다. 더구나 금융 분야와 부동산에는 또 어느 정도의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을는지 불안합니다. 경제 또는 금융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춘 대통령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새로운 대통령 주변에라도 제대로 된 금융 전문가, 부동산 전문가가 포진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