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금융 용어- 2012. 5. 11

jaykim1953 2012. 5. 11. 09:23

제가 엊그제 수요일에 이스라엘 여행에서 돌아와서 어제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였고 저녁에는 우연히 예전에 함께 일하였던 동료 한 분과 전화 통화를 하였습니다. 대단한 내용은 없었고 그저 안부를 물으며 옛날 일들을 회상하는 수준의 통화를 하면서 우연히 일반 사람들이 이해를 잘 못 할 금융 용어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되었습니다그러면서 생각 나는 이런저런 용어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은행에서 사용하는 단어 가운데에 ‘교환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clearing’이라고 합니다일반적으로 교환이라고 하면 물건 따위를 맞바꾸는 것을 연상하게 되지만은행에서는 어음교환소에서 어음과 수표를 주고 받아 은행간 자금을 결제하고 정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라는 은행에서 발행한 자기앞 수표를 ‘은행에 예금하면 ‘은행은 은행간 수표 ‘교환을 통하여 수표의 대금을 결제 받습니다은행간의 어음과 수표 결제는 교환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예전에는 자기앞 수표의 교환 결제에 하루가 소요되었습니다. 수표의 당일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던 20여 년 전까지는 매년 연말(年末)이면 마지막 영업일에는 두 번의 교환이 이루어졌습니다두 번째 교환을 ‘2라고 불렀고, ‘2의 목적은 당해년도에 발행한 수표는 당해년도에 결제하기 위하여 해당 영업년도의 마지막 날에 발행된 어음과 수표를 결제하고 장부에 반영하여 마감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요즈음에는 전자 결제 시스템 도입으로 당일 결제가 이루어지고 있어 연말의 ‘2제도는 더 이상 필요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금융 시장 용어와 관련된 또 다른 일화 한 가지입니다채권 시장에서 ‘repo’라고 하면 ‘채권 환매’, 즉 되살 것을 조건으로 채권을 매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Securities sale under repurchase agreement.) 미국의 경우 재무성에서 발행하는 재정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이 보유 채권을 1~3일의 단기간 환매하여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고신용을 바탕으로 무담보로 자금을 빌리고 빌려주는 Fed fund 거래보다는 재정증권을 담보로 하는 repo 거래를 하는 것이 금리도 저렴하여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0년쯤 전에 국내 시중은행이 미국에서 repo 거래를 하기 위하여 repo 전문가를 채용한다는 광고를 미국의 일간지 구인란에 내었다고 합니다아마도 ‘Repo specialist wanted.’ (repo 전문가 구함)라고만 쓰고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로 게재하였던 모양입니다기대 이상으로 많은 지원자가 몰렸고 지원자 가운데 이력서 상으로는 채권 거래의 경력이 없어 보이는 사람도 일부 섞여 있어 조금은 의아하였으나일단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서류 전형에서 통과한 지원자들을 상대로 면접을 하게 되었습니다면접 장소에 나타난 사람들 가운데 일부 사람의 실제 경력을 알게 되고 나서 우리나라에서 파견 나간 은행 직원은 아연 실색을 하였다고 합니다구인 광고에 ‘채권 거래라는 단어를 쓰지 않다 보니 엉뚱한 사람이 지원을 하였던 것입니다미국에서 ‘repo’라는 단어는 ‘repositioning’의 약어로도 사용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Repositioning’- 줄여서 ‘repo’ 라는 말은 자동차를 할부로 매입한 사람이 할부금을 제 때에 갚지 않으면 자동차 할부 회사에서 자동차를 빼앗아 와서 자동차 할부회사의 차고에 가져다 놓는 것- repositioning the car- 을 의미합니다우리나라의 미국 현지은행에서 뽑고자 하는 사람은 채권 환매 - repo 전문가였으나지원자 가운데에는 할부금 미납 자동차를 빼앗아 오는 신체 건장한 repo- , repositioning 전문가도 섞여 있었던 것입니다.

 

금융에서 사용되던 용어 또 한 가지 특이한 용어가 있었습니다혹시 “오사육입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분이 있으실까요? “오사육입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면 ‘五捨六入이라고 한자로 쓰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는지 모르겠습니다사사오입 (四捨五入)은 많이 들어 본 용어입니다흔히들 ‘반올림이라고 합니다. 4는 버리고() 5는 들인다()는 의미입니다같은 논리로 “오사육입”  5는 버리고, 6은 들인다는 것입니다사사오입의 기준인 5보다는 조금 큰 값인 6을 올리고 내리는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입니다예를 들어 ‘0.5’는 사사오입을 적용하면 ‘1’이 되지만오사육입을 적용하면 ‘0’이 됩니다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는 ‘오사육입이라는 말이 무슨 뚱딴지 같은 이야기, 말도 되지 않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흔히 들을 수 없는 오사육입이 실제 거래에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바로 30여 년 전 채권 단가 계산에 적용되었던 규칙입니다.  30여 년 전에는 ‘0.6’원이 되면 ‘1’원으로 간주하고 ‘0.5’원은 ‘0’원으로 계산하여 버렸던 것입니다. 현재의 채권 단가 계산에서는 원 미만은 절사(切捨)합니다즉 버립니다. 1원 미만은 모두 절사하므로 ‘0.9’원도 ‘1’원이 아닌 ‘0’원으로 간주합니다.

 

채권의 단가는 액면 금액 10,000원에 대한 현재가를 계산합니다그 공식은;

 

P = S/ (1+r)n

 

P : 단가

S : 액면 금액 (이자 후불인 경우 원금+이자 금액)

r : 수익률

n : 잔존 기간 (),

 

입니다, d일 만큼의 추가 날짜가 있는 경우 공식은;

 

P= S/ {(1+r)n X (1+r X d/365)}

 

으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2015 6 30일 만기 (잔존 기간 2 50) 할인식 발행 채권을 수익률 3.5%로 오늘 현재의 단가를 계산하면;

 

10,000/ {(1+ 0.035)2 X (1+ 0.035 X 50/365)} = 9,290.563207…

 

∴ 단가는 9,290 원이 됩니다.

현재 채권 단가의 원 미만은 절사하므로 0.5632…. 은 버리게 됩니다. 30년 전에 이와 같은 계산을 하였더라도 오사육입의 원칙에 따라 0.5632…는 버리게 되므로 결과는 같아집니다.

 

기간별로 이자를 지급하는 이표채(利票債:; bonds with coupon)는 이보다 조금 복잡합니다잔여 이자 지급일의 횟수를 표면 금리로 복리 계산을 한 금액을 만기 원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할인채와 다릅니다.

제가 지금 채권 단가 계산하는 것을 말씀 드리려는 의도는 아니므로 단가 계산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다시 “오사육입으로 돌아와서, 그 당시에 사용하던 계산기에는 사사오입기능을 가진 계산기는 있어도 “오사육입기능을 가진 계산기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당연히 그런 계산기는 없습니다그러다 보니 채권 단가 계산을 할 때에는 항상 소수점 4~5자리 이상을 계산하여 행여 “오사육입에 해당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지 일일이 검산을 하여야만 했습니다. 70년대 말 제가 채권 거래를 시작하였고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80년대 초반에 단가 계산 방식이 다행히 ‘절사’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아마도 제가 채권 단가를 “오사육입으로 계산하였던 거의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금융기관에서 사용되는 용어 가운데에는 일반인에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일반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들을 사용하여 더 전문가답게 보이려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좀 더 쉽고 알기 쉬운 용어들이 사용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재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