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Blockupy Frankfurt- 2012. 5. 25.

jaykim1953 2012. 5. 25. 08:12

지난 주말 자그마한 외신 보도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름하여 프랑크푸르트에서 2만여명이 반() 자본주의 시위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프랑크푸르트_반자본주의시위) 시위에 참가한 인원수는 2만여 명이라고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의 인구가 70 (주변지역 포함 약 230) 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적지 않은 숫자의 시위 참여가 있었고, 특히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금융 중심지로서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앞에 있는 Bull & Bear 동상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곳 (프랑크푸르트의 Bull & Bear 사진: Bulle und Bär Frankfurt) 이어서 이번 시위가 보여준 메시지는 더욱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이번 시위 소식을 들으며 지난 해 미국의 주요 도시를 휩쓸고 전세계 여러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던 “Occupy Wall Street” 혹은 “We are 99%.”라는 저항 운동이 되새겨졌습니다. 실제로 프랑크푸르트 시위에서는 '블록큐파이 프랑크푸르트 (Blockupy Frankfurt)'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프랑크푸르트를 blockade(봉쇄하다)하고 occupy(점령하다)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Occupy Wall Street”이라는 이름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Occupy Wall Street” 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운동을 시작하게 만든 원인은 미국 월 스트리트(Wall street)에서 근무하는 미국 상위 1%에 속하는 초고소득층의 부도덕한 욕심이라고 합니다. ‘월 스트리트가 일부 초고소득층을 위한 부의 증식에 이용되고 있으며 그 방법이 매우 부도덕하다는 것입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있었던 ‘blockupy Frankfurt’ 시위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렇게 전세계 여러 곳에서 저항 운동을 유발하는 부도덕한 금융산업의 대명사인 월 스트리트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뉴욕 시에는 세계 금융과 경제, 외교, 패션의 중심지로 알려진 맨하튼이 있고 맨하튼의 가장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의 이름은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ict)이며 그 곳에 세계에서 가장 큰 증권 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 (NYSE; New York Stock Exchange)와 약 2천여 개의 금융기관이 자리 잡고 있어 전세계 금융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월 스트리트가 있습니다.

 

월 스트리트라는 이름의 유래는 지금의 맨하튼 섬에 맨 처음 정착한 네덜란드 사람들이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의 주거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담장(wall)을 쌓았고, 그 담장 안쪽을 따라 생긴 길이 현재의 월 스트리트 (Wall street)가 되었다고 합니다. 월 스트리트는 맨하튼 섬의 남쪽 끝에서 채 1 킬로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습니다. 처음 네덜란드 사람들이 맨하튼 섬에서 정착하였던 곳의 북쪽 끝에 담을 쌓았을 터이니 그 당시 초기 정착촌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월 스트리트를 오늘의 월 스트리트로 만드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뉴욕증권거래소의 존재가 가장 크게 공헌하였을 것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가 속해 있는 NYSE-Euronext 는 미국 뉴욕의 NYSE 와 유럽의 Euronext 2007년 합병하여서 이루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거래소입니다. 미국에서 주식이 거래되기 시작한 것은 1792년 맨하튼의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 (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 *; 17세기 초반 네델란드인들이 아메리칸 인디언들로부터 단 돈 $24 어치의 물건을 주고 맨하튼 섬 전체를 매입하는 물물교환 거래를 한 곳으로 알려진 Bowling Green 공원에 위치) 근처에서 몇몇 사람들이 나무 그늘 아래에 모여 거래를 시작한 것이 효시라고 합니다. 이후 시장이 커지고 NYSE 가 월 스트리트에 자리를 잡으면서 월 스트리트는 세계 증권, 금융의 중심지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월 스트리트 주변에는 약 40만 명이 넘는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연봉은 $10~ $100만 사이를 받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고, 보너스(성과급) 금액은 그야 말로 천차만별, 실적에 따라 수천만 달러 이상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화려한 연봉과 보너스 뒤에는 항상 실직의 위기(관련기사: reuters_2012/4/12)에 직면하고, 감봉을 각오하여야 하는 (관련기사: reuters_2011/11/08) 어두운 면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지난 달 월 스트리트 저널 인터넷 판에 실린 기사는, ‘사람은 남고, 일감은 줄어 든다’ (too many bankers and not enough deals)라는 표현으로 요즈음의 월 스트리트 상황을 묘사 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wsj_4/23/2012)

 

“Occupy Wall Street”운동에는 두 가지 주목할 배경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복잡한 금융상품들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채 판매하면서 일부 금융기관들은 일반 투자자들의 이해와 상반되는 거래를 뒤돌아서 하는 부도덕함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금융기관의 수장들- CEO들은 도덕성은 무시한 채 엄청난 수익을 바탕으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보수를 챙기는 욕심 많은(greedy) 행태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들에 대한 불만은 상당 부분 수긍이 가고 이들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은 마땅하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3억 미국 인구의 0.1%를 조금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월 스트리트가 외부인들의 눈에 비치는 것처럼 화려하고 부도덕한 곳만은 아닙니다. 이 곳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분에 넘치게 과도한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월 스트리트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상위 1%에 속하는 높은 수입을 자랑하고 그도 모자라 더욱 탐욕을 부리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고, 어둡고, 가슴 아프고, 안타깝고, 슬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월 스트리트에는 부도덕한 사람들도 있지만, 동시에 언제 잘려 나갈지, 혹은 봉급이 깎일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도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고,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금융업에 종사하여 성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이 곳에 모여 들었습니다.

 

20여 년 전에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하였던 ‘Working Girl’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투자은행의 어느 여성 고위 임원(Sigourney Weaver)의 비서인 주인공(Melanie Griffith)이 자신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M&A 거래를 자신의 상관인 탐욕스러운 임원에게 거의 모조리 빼앗길 뻔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극적으로 되찾게 되어 거래를 성사시키고, 그 거래로 인하여 큰 돈을 벌게 된 재벌 총수의 눈에 들어 그 재벌이 소유하고 있는 투자은행에 임원으로 스카우트 되어 간다는 다분히 미국식 신데렐라스토리입니다. 이 영화에 비쳐진 탐욕스러운 투자은행 고위 임원인 씨거니 위버를 보면 아마도 ‘Occupy Wall Street’은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멜라니 그리피스와 같은 꿈을 가진 젊은 사람이 도전할 수 있는 곳 또한 월 스트리트라는 것을 생각하면 반드시 점령하여야 할 곳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 말 속담에 아무리 돌이 많은 밥이라 해도 돌보다는 쌀이 많다는 말이 있습니다. 월 스트리트에 부도덕하고 탐욕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 가운데에도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선량한 금융 종사자들이 더 많이 있을 것입니다. 월 스트리트는 소돔과 고모라와 같은 곳도 아니고 죄인들만 득실거리는 악의 소굴은 더더욱 아닙니다. 월 스트리트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입니다. 다만, 그 곳에 일부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섞여 있을 뿐입니다. 프랑크푸르트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독일의 금융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서 일하는 금융종사자들이 모두 봉쇄하고(blockade) 점령하여야(occupy)할 대상은 아닐 것입니다. 일부 부도덕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혹시 부도덕한 사람들이 섞여 있는 비율이 기대에 어긋나게 높을 수는 있을지라도 모든 금융종사자가 봉쇄와 점령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사고와 도덕성을 가진 패기에 찬 젊은 금융 전문가들이 월 스트리트와 프랑크푸르트에 넘쳐나 앞으로는 더 이상 “Occupy Wall Street” 또는 “Blockupy Frankfurt”와 같은 운동이 일어나지 않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