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백만불의 사나이- 2024. 5. 24.

60대 이상의 독자들은 아마도 ‘6백만불의 사나이’라는 TV 쇼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 이름은 영어 제목인 ‘Six Million Dollar Man’을 직역한 것입니다. 매주 방영되는 프로에서는 우주 로켓 발사 사고로 두 다리와 한 쪽 팔, 그리고 한 쪽 눈을 잃은 우주 비행사가 6백만 달러를 들여 만든 인공 다리와 팔, 줌 렌즈를 삽입한 눈을 가지고 초능력을 발휘하여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합니다.
이 TV 시리즈가 인기를 끌자 이와 유사한 초능력 여인 ‘소머즈’라는 TV 쇼도 만들어졌습니다. 이 프로의 영어 제목은 ‘Bionic Woman’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이 제이미 소머즈(Jaime Sommers)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이 프로의 제목을 ‘소머즈’라고 방영하였었습니다.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불의의 사고로 신체에 막중한 손상을 입은 사람들을 생체공학(bionic)적으로 재활하여 초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되살려 놓고 그들의 초능력을 이용하여 악에 대항하여 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입니다.
1970년대 중반에 시작된 이 두 프로그램은 약 5 – 6 년간 상당히 높은 인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의 활약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스스로 초능력을 가진다면 어떠할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하였습니다. 아마도 그 당시 이 프로그램을 보던 사람들 가운데에는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초능력을 자신도 가진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 당시 이 프로그램들이 성공하였던 것은 이들 초 능력자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이 초능력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에 더하여 자신이 그런 초능력을 가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상상하며 이 프로에 흠뻑 빠져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초능력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각종 초능력을 가진 사람을 소재로 하는 영화나 만화 가운데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퍼 맨, 스파이더 맨, 배트 맨 등은 뛰어난 초능력을 겸비한 정의의 사도들로 만화와 영화 모두 상당한 인기를 끌었었습니다.
사람들은 초능력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부러워합니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초능력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트레이더들에게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떤 트레이더는 자신에게 단 10초라도 다가올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와 함께 미국의 쌘프란씨스코에서 일하던 트레이더 가운데 한 사람은 자신에게 그런 초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하였습니다. 제가 Bank of America의 본점에서 일하던 당시 Andrew라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친구가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Andy라고 불렀습니다. Andy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새내기 트레이더였으므로 거래 비중이 큰 통화는 맡지 못하고 네델란드 길더화 (Dutch guilder) 거래를 맡고 있었습니다. 길더화는 거래가 그리 활발하지 않고 거래 건수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Andy와 같은 신입 트레이더에게 경험을 쌓으라는 의미에서 거래를 맡기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Andy는 길더화 거래에서 거의 매일 조금씩 손실을 보고 있었습니다. 거래량도 많지 않은데 조금씩 손해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트레이딩 룸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고 자산 부채 관리 (Asset & Liability Management) 담당 부서에서 정책과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보스는 Dr. Townsend Walker라는 분이 계셨고 그 분의 보스는 Dr. Terry Turner 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12. 7. 20. 참조) 어느 날 Dr. Terry Turner가 전부서 회의를 소집하였습니다. 그 회의에는 트레이딩 룸도 참석대상으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때마침 트레이딩 룸의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과 함께 특히 실적이 저조한 몇몇 트레이더를 지적하며 앞으로의 대책을 물었습니다. Andy도 실적이 저조한 트레이더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목되어 무언가 앞으로의 대책을 이야기하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Andy는 느닷없이 자신이 초능력(superpower)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큰 욕심도 아니고 단지 몇 초만이라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먼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회의장 안은 박장대소가 터졌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웃고 있을 때에 Dr. Walker가 차분하게 Andy를 타일렀습니다. 그의 말은 대강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초능력을 가지지 않고도 시장의 움직임과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잘 분석하면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초능력을 가지지 못하였지만 자신의 능력을 제고(提高)시키는 무한한 노력을 한다면 초능력 못지 않게 앞으로의 시장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저도 Dr. Townsend Walker의 말씀에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저에게 갑자기 6백만불의 사나이와 같은 초능력이 생길 리는 만무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시장을 예측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공부한다면 앞으로의 시장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시장 분석 능력이 생길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예측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구 가운데 하나가 기술적 분석 (技術的 分析, technical analysis)입니다. 이는 이미 제가 수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금요일 모닝커피- 2020. 8. 28. 참조)
막연히 어떤 초능력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은 허황된 꿈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시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육백만불의 사나이는 TV쇼에서나 있을 수 있는 픽션일 뿐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그와 같은 인위적인 초능력은 있을 수 없습니다. 부단히 노력하고 공부하는 것만이 현실적인 가장 좋은 우리의 능력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을 갈고 닦아서 어떤 초능력 못지 않은 미래 예측의 능력으로 키워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