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국내 언론에 빠짐 없이 보도되었던 내용 가운데 대통령이 시내에 있는 중학교에서 진행되는 체험 학습 현장을 방문하여서 그 곳에서 한 질문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미래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있느냐?’고 하자 대통령이 선생님에게 ‘미래의 부동산’이 궁금하다는 질문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donga.com_2020/08/18_미래에 대하여 궁금한 것은?_부동산)
이 기사를 보면 대통령의 질문에 선생님이 답한 내용이 나옵니다. 두 가지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첫번 째로는 ‘함수를 사용하면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라고 하였고, 그 다음에는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법으로 ‘그래프를 그려보시라’고 권하였습니다. 이 답을 해준 선생님이 실제로 기술적 분석(技術的 分析, technical analysis)에 대한 이해가 있거나, 공부를 하였던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위의 두 가지 답변을 듣는 순간 마치 기술적 분석의 교과서 첫 머리에 나오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격이 움직이는 모든 것은 그래프를 그려서 분석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미래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기술적 분석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가격의 움직임을 그래프로 그려서 시각화(視覺化)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기술적 분석을 챠트 분석(chart analysis)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머릿속으로 하는 개념적인 분석보다는 시각적으로 그래프를 그려서 분석하는 것이 훨씬 더 이해도 빠르고 정확도도 높일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술적 분석에는 그래프가 빠지지 않습니다.
그래프를 그려서 가격 움직임을 분석하게 되면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되는 것이 추세(趨勢, trend)입니다. 기술적 분석의 가장 첫번째는 추세의 분석입니다. 시장 움직임의 추세를 파악하여야 합니다. 추세는 계속 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추세는 언젠가는 바뀝니다. 추세가 가파르면 가파를 수록 추세가 바뀔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집니다.
수학 선생님이 대통령에게 답해 준 대로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을 그래프로 그려 추세를 분석한다면 아마도 부동산 정책에 많은 변화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선 부동산 가격의 추세에 대한 이해가 쉬워질 것입니다. 가격이 상승하다가 꺾여서 안정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예측해 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렵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한 분석을 하기 위하여서는 지나간 부동산 가격의 자료들을 정확하게 뽑아내어 그래프를 그려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언론 보도를 보면 정부가 부동산 관련 통계를 작성하는 기준을 바꿨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mk.co.kr_2020/08/18_통계 바꾼다는 정부) 이렇게 통계 기준을 바꾸게 되면 통계 자료의 일관성이 없어져서 차트를 만들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통계 기준을 바꾸는 이유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부동산 관련 가격 지표가 계속 상승하자 이 결과를 마치 가격이 조금씩 안정 되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실제 가격은 안정되지 않았는데 통계 숫자를 일부 조작하여 안정 되는 듯이 보이게 만들어서는 정확한 시장 분석이 이루어질 수 없고 올바른 대책도 나올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언론에서는 미국계 금융기관인 JP 모건이 우리나라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예측을 하였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joins.com_2020/08/23_석달내 7천명 확진) 이러한 예측이 가능한 것은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와 기술적인 분석을 통하여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에 관하여서도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통계와 기술적 분석을 거치면 상당히 정확한 시장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에서 이미 언급하였 듯이 추세의 움직임이 가파르면 가파를 수록 추세가 꺾이게 될 가능성이 점차 커집니다. 따라서 가격 움직임이 점점 더 가파르게 오른다고 하여 끝 없이 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가격 움직임의 추세를 기술적인 분석을 통하여 살펴 보면 어느 선의 가격이 저항선(상승을 제어하는 가격대)이고 어느 정도의 가격 하락하면 가격 지지선(하락을 막으려는 가격대)이 되는지 분석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항선이나 지지선에 이르면 하락, 또는 반등하는 가격의 목표는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도 알아낼 수가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였으나 시장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일이 지금까지 자주 있었습니다. 그 동안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황망히 새로운 추가 대책을 발표하여 왔습니다. 만약 정부가 그 동안 부동산 대책이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시장의 반응을 계속 지켜 보았더라면 아마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정부가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즉시 후속 대책을 급작스레 마련하여 왔습니다. 그 결과 시장을 더욱 자극하고 가격 상승을 한층 더 부추긴 면도 없지 않습니다.
정부가 계속 대책을 내어 놓는다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시장의 자기 조절 능력을 믿고 안정을 찾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술적 분석의 커다란 장점 가운데 하나는 시장에 가해지는 자극 뿐 아니라 모든 시장 상황의 변화가 가격에 반영되었음에 주목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가격의 변화는 그 원인이 무엇이던 간에 기술적 분석을 통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 분석에 반하여 전통적인 시장 분석 방법으로는 근본적 분석 (根本的分析, Fundamental analysis)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시장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하나하나 찾아 내어 그 요소들이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부동산 대책은 그런 의미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근본적 분석을 바탕으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고 그에 대한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 시키려 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대책을 발표하였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기대와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대체로 발표한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또 다른 효과를 미쳐 생각하지 못하였거나, 다른 요소들과 새로운 대책이 충돌하여 예상하지 못한 다른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시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부동산 시장도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여 어느 한 가지 효과를 기대하였으나 엉뚱하게 다른 곳에서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직접 개입보다는 간접 개입이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예를 보면,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보이게 되면 재정 금융 대책의 일환으로 이자율을 올리는 정책을 씁니다. 그렇다고 급작스럽게 이자율을 크게 올리는 것은 아니고 전통적인 방법- 공개 시장 조작이나, 지불준비율 변경, 재할인율 조정 등-을 통하여 이자율을 관리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이자율을 올립니다. 그러면 전반적으로 소비자 금융, 주택 대출이 모두 줄어듭니다. 그리고 한 편에서는 주택 가격의 상승으로 인하여 주택 공급이 늘어나게 됩니다. 소비자 금융과 주택 대출이 줄어드는 시간, 또 주택을 건설하여 시장에 공급되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면 주택 매입 자금을 조달하는 유동성이 줄어들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줄고, 새로운 주택 건설을 통하여 공급이 늘어 납니다. 그 결과 주택 가격은 자연스럽게 안정 됩니다. 물론 미국이 주택 시장을 완벽하게 관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는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시장의 자율적인 움직임을 존중하면서 정부의 직접 개입은 가급적 줄이고 있습니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시장에 직접 개입합니다. 주택 담보 대출의 담보비율을 낮추고, 상환능력 기준을 강화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주택 담보 대출을 줄이면 십중팔구 주택 수요자는 필요한 자금을 주택 담보 대출이 아닌 신용 대출 또는 그 밖의 자산 담보 대출 등을 통하여 조달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정부는 주택 거래에 수반 되는 거래세,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 모든 세금을 올렸습니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거래 건수가 현격히 줄어듭니다. 부동산 매매에 수반하는 비용과 세금이 커지면 수요자는 평생에 단 한 건의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마음으로 집을 구입합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 생각도 합니다. 그러므로 가장 생활여건이 좋고 교육환경도 좋은 곳에 집을 마련하려 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똘똘한 한 채’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울러 한 번 집을 마련하면 더 큰 집으로, 또는 더 좋은 집으로 옮기는 일이 없어집니다. 그냥 처음에 장만한 ‘똘똘한 한 채’에 계속 눌러 삽니다. 그러니 팔려고 내어 놓는 매물도 없어지고 공급은 부족하여 주택 가격이 더욱 상승합니다.
만약 대통령이 수학선생님에게 한 질문에 제가 답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을 것입니다;
‘부동산의 미래는 이미 여러 경제학 서적에 설명되어 있는 대로입니다. 부동산 가격은 상승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보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항상 컸습니다. 그렇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를 것인지 혹은 완만하게 오를 것인지는 일정한 기준으로 작성된 통계를 이용하여 장기간 그래프를 그려서 연구하면 상당히 정확한 예측이 가능합니다. 특히 주택 거래 건수, 이자율, 통화량, 물가지수, 연령별 인구 변화 등을 보조 자료로 함께 분석하면 정확도를 훨씬 더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한 통계와 분석을 바탕으로 부동산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동시에 부동산 정책은 인내심도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주택 가격을 단기간에 인플레이션보다 낮게 잡고야 말겠다는 과욕을 부린다면 반드시 실패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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