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은 고용보험과 함께 사회보장제도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의료보험 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 되어 있다는 말은 조금은 두루뭉실한 표현입니다. 정확히 어떤 면이 잘 되어 있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저 일반적으로 여러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탈북민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의료보험 제도의 혜택을 받으며 놀라기도 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제도가 자본주의 사회에 있으니 북한이 주장하는 사회주의 제도 아래에서의 무료의료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분들의 눈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는 매우 잘 되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건강 보험 수지 적자입니다. (관련기사: 건보료 수지 적자 12조원 역대 최대-hankyung.com- 2026. 1. 1.) 건강 보험 공단이 거두어 들인 건강 보험료 수입으로 건강 보험 가입자들이 누리는 혜택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2024년 한 해에 건강 보험의 적자를 정부가 메꾸어 준 금액이 12조 원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건강 보험 혜택의 과도한 확충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018년에 도입된 소위 ‘문재인 케어’ 이후 건강 보험 재정이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무차별 초음파·MRI. 6兆 쓴 文케어 ‘1인당 부담액만 50%↑’ - chosun.com- 2026. 1. 2.)
의료보험도 보험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보험은 엄연히 재무관리의 영역에 속합니다. 그러니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의료보험 만을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재정 운용의 면도 정교하게 운용되어야 합니다. 무책임하게 의료보험의 혜택을 늘리겠다는 인기 영합 정책은 정치인이 자신의 잘못된 행적을 마치 잘했다는 듯이 과대선전하는 아주 어리석은 작태입니다. 혜택이 늘어나게 되면 그에 따른 비용 부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재정적인 부담의 대책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혜택만 늘리겠다는 것은 의료보험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입니다. 그런 최악의 만용을 저지르고도 이를 마치 자신의 엄청난 치적인 양 내세우는 것은 스스로 무지(無知) 무능(無能)함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건강 보험의 재정적자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미국도 소위 오바마 케어라는 전국민 의료보험 혜택 정책에 의한 보험재정 적자를 메꾸기 위한 정부 보조금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건강보험료 감당못해" 오바마케어보조금 폐지로 美서 '비명'- yna.co.kr- 2026. 1. 3.)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전국민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소위 오바마 케어 정책을 크게 선전하였습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의료 보험료의 상승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우려를 표명하였지만, 당시 오바마 대통령 후보는 “보험료 인상은 0 (제로)” 라고 공언하였습니다. 실제로 그의 선거 TV 유세 도중에 한 유권자가 자신의 가족 상황과 의료 보험료 등을 공개하며 오바마 케어가 시행되면 자신의 보험료가 오르게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그에 대하여 오바마 후보는, “Your insurance premium increase will be 0.” (당신의 보험료 인상은 0이 될 것입니다)라며 엄지와 검지를 붙여 손가락으로 “0”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 후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선거 유세를 할 시기에 어느 TV 채널에서 4년 전 오바마 케어로 인하여 보험료 인상을 걱정하였던 그 사람을 찾아가 보험료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습니다. 그의 대답은 “2배 상승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모든 국민이 보험 혜택을 받는다는 것만 선전하였을 뿐 그러한 조치에 필요한 재정에는 전혀 무지하고 어떻게 재정을 조달하여야 하는지 무능하였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일반 미국 시민들은 과거 오바마 케어 이전에 비하여 3~4 배에 달하는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여 보험료가 더 이상 인상되는 것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가들 가운데 우리나라 건강 보험 제도에서 보험료와 보험 혜택 사이에 재정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건강 보험 혜택을 늘리는 것을 자신의 엄청난 치적인 양 자랑하기 바쁩니다. 그로 인하여 건강 보험 재정이 얼마나 어려워지고 부실해지는가 하는 것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들은 건강 보험의 혜택이 늘어나게 되면 건강 보험 재정이 나빠진다는 사실조차도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까지 해 왔듯이 저렇게 무분별하게 건강 보험 혜택을 마구잡이로 늘려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비단 건강 보험뿐 아니라 모든 사회보장이라 불리는 복지 혜택은 한번 제공되기 시작하면 다시 거두어들이기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한번 베풀어진 복지 혜택을 취소하고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건강 보험 혜택을 마구잡이로 늘려 오기만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심지어 탈모도 건강보험으로 혜택을 받도록 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李대통령 "탈모약, 요즘은 생존의 문제…건보 적용 검토하라" -yna.co.kr- 2025. 12. 16.) 인기 영합 발언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약 적용이 어려워 건강 보험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난치병 환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데 한가하게 탈모가 생존의 문제라고 합니다. 탈모를 겪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탈모가 심각한 문제임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하여서 이런 문제들을 모두 건강 보험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무분별하게 건강 보험의 혜택을 늘려 나가면 건강 보험 재정은 더 빨리 더욱 부실하게 나빠질 것입니다.
보험회사에서는 보험 상품을 설계할 때에 혜택의 범위와 확률을 놓고 치밀한 사전 계산을 합니다. 그런 검토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하고 설계된 보험 상품의 원칙을 지키면서 상품 운용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건강 보험 처럼 사전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인기 영합 발언에 맞추어 혜택을 늘려 나가면 결국에는 건강 보험 재정은 파탄이 나고 보험 가입자들이 제대로 혜택을 누릴 수 없는 파국이 올 수도 있습니다. 건강 보험을 보험답게 설계하고 운용하여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건강 보험이 보다 건전하게 운용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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