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구 다이 마잇! - 2012. 8. 24.

jaykim1953 2012. 8. 24. 08:18

 

혹시 ‘Good day mate.’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단어 뜻대로 번역하면, ‘좋은 날이네 친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굿 데이 메이트라고 읽으면 제 맛(?)이 안 납니다. ‘구 다이 마잇이라고 읽어야 합니다.

호주- Australia-를 다녀 오신 분들은 이 말을 들으며 입가에 빙그레 웃음을 머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호주 사람들의 인사로는 우리가 아는 굿 모닝이나 하우 아 유라는 말보다 구 다이 마잇을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물론 굿 모닝이라는 말도 사용하고, ‘하우 아 유라는 말도 사용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는 흔히 들을 수 없는 구 다이 마잇은 아마도 호주에서만 들을 수 있는 영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며칠 전 집사람의 휴대폰을 바꾸려고 집 근처 휴대폰 대리점에 잠시 들렸습니다. 전화기를 교환하는 동안 앉아서 기다리는 중에 외국 사람 몇이 그 곳에 들어와서 자신들의 전화는 선불 전화인데 인터넷 데이터 다운로드가 되지 않으니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곳 대리점 직원이 영어를 못 알아 들었습니다. 도와주는 차원에서 제가 그 외국인의 말을 직원에게 통역하여 주었습니다. 대리점 직원은, ‘선불 전화는 인터넷 데이터 다운로드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도 통역을 해 주고 나니 그 외국인들 가운데 여자 한 사람이 고맙다고 하며 자기의 명함을 건네 주었습니다. 그 외국인 여자는 호주에서 온 원주민 출신의 호주 사람이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실내에 더 머무르고 싶어서인지 저에게 계속 이야기를 걸었습니다. 저도 기다리며 무료하던 차에 그 여자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 요즈음도 호주에서는 아직 구 다이 마잇이라는 인사 말을 하는지도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는 웃으며, ‘오 예~,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들 말하지요하며 내게 구 다이 마잇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영어의 에이(A)아이처럼 들리게 발음하는 것은 영국의 식민지였던 호주가 런던 사투리인 콕니(Cockney)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발음이 호주 영어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혼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들었던 우스개 이야기입니다; 호주의 유명인사 한 사람이 미국의 어느 학교에서 연설을 하는데 시작 부분에 ‘I came here today.’- ‘나는 오늘 여기에 왔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려는데 발음을, ‘아이 케임 히어 투다이라고 하였고, 이를 ‘I came here TO DIE.’ , ‘나는 죽으러 여기에 왔습니다라고 알아들은 학생들이 크게 동요하였다는 것입니다.

호주는 구 다이 마잇이라는 인사말이 보여 주듯, 독특한 언어만큼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남다른 면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을 찾아 보면, 자동차가 영국이나 일본처럼 좌측 통행을 한다는 것도 우리와 다른 점입니다.

제가 느낀 색다른 점은 호주 TV에서는 굉장히 오래된 예전 프로그램도 방영한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에 제가 호주에 갔을 때에 예전에 이미 종영된 TV 시리즈 페리 메이슨’ (Perry Mason)을 그 곳에서 보았습니다. 아마도 페리 메이슨을 기억하는 분들조차 이제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페리 메이슨은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 미국 TV에서 방영하였던 범죄 드라마로, 주인공은 페리 메이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변호사였습니다. 법정에서 치열한 사실 관계를 따지며 증인, 혹은 범인의 앞 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명쾌하게 집어 내서 반전을 일으키는 것으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입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에 우리나라 TV에서도 우리 말로 더빙을 하여서 방영 하였었습니다. TV 극의 주인공은 레이먼드 버 (Raymond Burr)였고 1960년 대 중반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페리 메이슨이 종영된 다음 레이먼드 버는 아이언사이드(Ironside)라는 또 다른 범죄물 TV 시리즈의 주연을 맡아 범죄자들의 총에 맞아 걷지 못하게 되어 휠 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자 경찰 총수로 출연하기도 하였습니다. 1990년대 당시에 미국에서 조차 보기 어려웠던 페리 메이슨을 호주 TV에서 볼 수 있어서 반갑기도 하였고, 또 그렇게 오래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였습니다.

금융 분야에서도 호주가 색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여도 호주는 독특한 외환관리 규정이 있어서, 수출입 등의 상거래는 물론이고 외화 차입, 자본 도입 등 자본 거래도 거래가 확정된 날로부터 일정 기간(제 기억으로는 2 주일이었습니다) 안에 반드시 선물환 계약을 하여 외환 리스크를 헤지하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중앙은행의 특별 승인이 있으면 1~2 차례 연기가 가능하였으나, 모든 외환 거래는 선물환 거래를 통하여 헤지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호주에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선물환 시장이 일찍이 발달하였고, 호주 출신의 외환 트레이더들은 스팟 (현물 시장)거래 보다는 선물 시장 거래에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에는 세계 곳곳에서 호주 출신 트레이더들이 선물환 트레이더로 활약하고 있었습니다.

또 제가 알게 된 호주 금융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담보를 우선하는 자산 중심 금융 (asset based financing)입니다. 제가 체이스 맨하탄 은행 서울 지점에서 Account Officer로 잠시 일하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에 제 동료 여신 심사역(Credit Officer) 가운데 필리핀에서 온 Iggi Yenko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한 때에는 호주의 여신을 담당하였었고, 제게 호주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들을 자주 이야기하여 주었습니다. 그가 제게 알려준 호주의 금융 특징 가운데 하나가 호주에서는 현금 흐름 금융 (cash flow financing)은 찾아 보기 힘들고, 우리나라처럼 담보를 우선시하는 자산 중심 금융이 지배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호주가 금융 분야에서 우리나라에 비하여 크게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호주와 우리나라와의 차이 가운데에서 가장 극명한 것은 무엇보다도 계절이 반대라는 것입니다. 지구 상에서 적도보다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적도의 남쪽- 남반구(南半球, Southern Hemisphere)에 있는 호주는 지금 한 겨울을 갓 넘겨 봄을 기다리는, 늦겨울입니다. 우리는 아직 한 여름 무더위의 끝자락에서 헉헉거리고 있습니다만, 호주에서는 이제 곧 봄이 오면 눈이 녹게 될 것이고, 눈이 모두 녹기 전에 마지막 스키 시즌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스키 리조트가 붐빌 것입니다.

뒤늦은 장마 끝에 늦더위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남반구의 호주에 있는 눈 덮인 스키 리조트를 상상하면서 마지막 더위와 습기를 잊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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