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Lady Diana- 2012. 8.31

jaykim1953 2012. 8. 31. 09:47

오늘은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15년 전 오늘 전세계 언론이 보도한 톱 뉴스가 있었습니다. 영국의 다이애나 전() 황태자비가(Lady Diana)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1997 8 31일 새벽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이애나 황태자비는 마치 이슬만 먹고 살 것 같다는 환상을 가졌던 일부 남성들에게는 그녀도 결국은 돈 많은 사람과의 비밀 데이트를 즐기다가 세상을 마감하고 말았다는 일말의 배신감(?)마저 느끼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사고로 목숨을 잃을 당시의 상황은 매우 극적이며 교통사고 한 건을 여러 가지 면에서 국제적인 사건으로 만들었습니다. 영국의 전 황태자비가 중동 출신 대부호의 아들 도디 파예드’ (Dodi Fayed)와 독일제 최고급 차량(메르체데스 벤츠)을 타고 파리 최고의 호텔인 리츠(Ritz)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프랑스의 수도 파리 한 복판 세느 강변에서 교통사고로 일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파리의 상류사회 사교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고 차량의 뒷 좌석에 다이애나 황태자비와 함께 타고 있던 사람이 아랍계 대부호인 모하마드 알 파예드’ (Mohamad Al-Fayed)의 아들이고 그들이 남몰래 데이트 중이었다는 보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과 질시, 아쉬움의 감정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모하마드 알 파예드는 영국 최고의 백화점인 해로즈 (Harrod’s)와 프랑스 최고의 호텔 가운데 하나인 리츠 호텔을 소유하고 있던 에집트 출신 대부호입니다. (해로즈 백화점은 2010년 카타르 국부 펀드에 매각되었습니다.) 그는 후에 영국의 프로 축구 구단인 풀햄 (Fulham F.C.)을 매입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리츠 호텔은 파리에서도 손 꼽히는 최고의 호텔 가운데 하나입니다. 파리에서 전통적으로 최고의 호텔로 꼽히는 곳은 George V (조르주 상: ‘r’을 발음할 때 목젖을 떠는 프랑스어 발음 탓에 조흐주라고 들리기도 합니다.)을 첫 손가락으로 꼽고, Le Bristol (르 브리스톨), De Crillon (드 끄리용), Plaza Athenee (플라자 아테네) 그리고 모하마드 알 파예드가 소유하고 있는 Ritz(리츠)가 있습니다. 최근에 새로이 지어진 최고급 호텔들도 파리 시내에 있습니다만, 이들 5 개의 호텔들은 일찍이 20세기 초에 문을 연 오래 된 전통과 클래식한 건물, 실내 장식 등으로 오랫동안 파리 최고의 호텔로 꼽혀 왔습니다. 이 들 호텔은 대부분 중동계 부호들의 소유입니다. (플라자 아테네는 브루나이계 자본소유) De Crillon 호텔만은 파리의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프랑스 주주들의 소유였으나 수 년 전에 이마저도 중동계 자본의 손으로 넘어 갔다고 합니다. 뉴욕과 함께 전세계 관광객수 1~2 위를 다투는 파리의 최고급 호텔들이 외국(중동계) 자본의 손 안에 있는 현실이 조금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저도 한 동안은 프랑스계 은행들에서 근무를 하였고, 그 당시에는 매년 수 차례씩 파리를 방문하였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들으면서 경험한 프랑스는 단순히 예술의 나라일 것이라는 단편적이고 수준 낮은 저의 상식을 무너뜨렸습니다. 프랑스는 물론 예술의 나라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땅 덩어리가 큰 나라이고, 농업 생산이 유럽에서 가장 많은 농산품 수출국입니다. 지금은 합병을 통하여 여러 은행을 거느리고 있는 Credit Agricole 금융그룹도 처음 시작은 우리나라의 농협은행과 유사한 Credit Agricole 은행이었고 지금도 프랑스 안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금융기관입니다.

농업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도 발달하여 르노(Renault), 씨트뢴(Citroen), 퓌조(Peugeot) 3개의 주요 자동차 제조 업체가 있어, 유럽 안에서 독일, 영국과 함께 주요 자동차 생산국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공기와 초고속열차 TGV (떠제베)를 수출하는 나라입니다. 미국의 보잉(Boeing), 록히드(Lockheed), 맥도넬 더글라스(McDonnell Douglas: 후에 보잉에게 피흡수) 등 비행기 제조업체에 맞서 유럽의 영국, 독일 등과 함께 공동으로 설립한 에어버스(Airbus)회사의 비행기 제조공장이 남부 프랑스에 세워지면서 비행기 금융 (Aircraft financing) 등의 연관 금융산업도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금액($억 단위)의 제조 비용이 소요되는 비행기(또는 선박)의 금융에는 Installment Sale Agreement라는 방식의 금융이 많이 사용됩니다. 이 방법은 리스(Lease)의 형태를 취하는 금융으로서 비행기의 제조가 완료되면 비행기는 항공사가 점유하고, 비행기의 법적인 소유권(title 또는 deed)은 금융을 제공한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게 됩니다. 비행기를 운항하는 항공사가 운항 수입으로 리스료를 납입하고 계약 기간이 경과하면 소유권을 이전 받을 수 있는 형태입니다. 리스료의 형태로 항공사가 지불하는 금액은 실제로는 비행기 금융의 원금과 이자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프랑스 은행들은 일찍이 Installment Sale Agreement를 에어버스 구매 항공사에게 제공하는 등, 장기현금흐름금융(long-term cash-flow financing) 상품을 많이 취급하였습니다.

또 한가지 장기금융 상품과 연계된 산업은 TGV의 수출입니다. 우리나라의 KTX도 프랑스의 TGV에서 기술을 도입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건설하는 KTX의 초기 시설 금융에는 프랑스 은행들이 금융지원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였고, 또한 금융고문계약(financial advisory contract)을 통한 참여도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카 엥도수에즈 아시아(Carr Indo-Suez Asia)의 모기업인 엥도수에즈 은행(Banque Indo-Suez)이 한국에서의 TGV 건설- 후에 KTX라고 명명-의 금융자문계약은행이었습니다. 프랑스 은행들은 TGV 건설과 관련된 금융의 노하우(know-how)를 축적하여 이를 전세계 철도 건설 사업 현장에서 활용하였습니다.

프랑스의 금융은 장기 금융 등 기업 관련 금융에는 많은 강점을 보이고 있으나 소매 금융에는 그리 경쟁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은행에서는 고객에게 통장을 발행하는 우리나라의 보통예금, 미국의 passbook account와 같은 예금은 찾아보기 어렵고, 일반적으로 수표 발행이 허용되는 당좌예금- checking account-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당좌예금의 월말거래내역서를 받아보려면 별도의 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했습니다. (모든 은행이 수수료를 받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지 않은 은행들이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인터넷 뱅킹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만, 과거에는 수수료를 내고 월말 거래내역서를 받아 보지 않고서는 자신의 예금 잔고조차 쉽사리 알아 볼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수표 거래가 아닌 현금 거래(현금 인출 또는 현금 입금)를 하려면 현금 취급 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하였습니다. 많은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낮추면서 다행히 수수료를 받는 은행 숫자가 이제는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거래내역서를 받는 것과 현금 거래에 대하여 수수료를 징구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은행거래 관행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와는 여러 가지 환경이 다른 프랑스에서는 도매금융 면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지만, 소매금융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앞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매금융뿐 아니라 모든 금융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여러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