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서면서 즉시 연금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었습니다. (관련기사: 매경_2013/2/1_즉시연금) 2억원을 초과하는 상속형 즉시연금에 대하여서는 비과세에서 과세로 전환하는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달(1월) 17일 기획재정부가 입법 예고하였습니다. 이번 달 중순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즉시 연금’이란 일정금액의 원금을 일시에 (보험료의 형태로) 납입하고, 즉시 매달 연금을 받는 보험상품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보험료를 일시에 납입하더라도 일정 기간 후부터 연금을 받는 상품은 즉시 연금과 구분하여 통상적으로 ‘일시납 보험’이라고 부릅니다. (관련기사: 중앙일보_2013/2/12_일시납연금) 즉시 연금은 그 동안 세제 혜택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즉시 연금이나 일시납 보험과 같은 연금 성격의 상품은 단순 투자 상품이 아니라 보험 상품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가입하여야 합니다. 금융 상품에 대한 가장 빈번한 오해 가운데 하나가 보험 상품의 수익률과 관련된 것입니다. 보험회사는 보험 가입자에게 시장 수익률을 보상하였으나 보험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시장 수익률에 못 미치는 수익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즉시연금과 같은 상품을 영어로는 무엇이라고 부를까요? 외국에는 이러한 상품이 없으므로 정확한 영어 이름을 찾기 어렵습니다. 애써 유사한 상품을 찾는다면, 영어 보험용어 가운데 endowment insurance 라는 것이 있습니다. 흔히 ‘양로 보험’이라고 번역하는 말입니다. 일정기간 보험료를 납부하여 보험 원금을 적립한 다음 약정 연령에 다다르면 보험 원금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금을 기반으로 연금형식으로 보험 계약자 혹은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분할 지급하는 보험 상품입니다. 아울러 endowment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인출하면 일반 소득 과세율(ordinary income tax rate)을 적용하여 과세하게 됩니다. 미국의 일반 소득 과세율은 최고 35%에 이릅니다. (최근 재정 절벽에 대한 협상 내용 가운데 소득 과세율의 최고 세율에 대한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endowment 를 단번에 모두 납입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냉정히 비교한다면 이런 endowment 의 수익률이 일반 저축이나 채권의 수익률보다 조금도 높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험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일반 채권 투자보다 수익률이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처럼 즉시 연금이라는 상품이 별 매력이 없습니다. 이 상품의 취지는 오랜 기간- 특히 젊고 수입이 충분할 때에 노후를 대비하여서 조금씩 적립하여, 티끌 모아 태산이 되듯이 모은 원금으로 은퇴 후에 수입이 없을 때에 적절히 꺼내서 쓰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다른 상품에 비하여 특별히 수익률이 높다거나 혹은 세금 혜택이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정확히 살펴 보면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즉시연금도 채권 투자보다 수익률이 좋을 수는 없습니다.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즉시 연금의 원금에 대하여 채권 수익률에 준하는 약정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험 계약자가 인식하는 원금과 보험회사가 인식하는 원금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계약자는 자신이 지불한 보험료 모두가 원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보험료라는 것이 사실은 [저축성 보험의 원금 + 보장성 보험료(순보험료) + 계약 유지비 (사업비) + 모집 수수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험 가입자가 지불한 보험료에서 계약 유지비와 보험 모집인 수수료를 지급한 다음, 보장성 보험료로 준비금을 적립하며, 저축성 보험료만이 원금으로 인식 됩니다. 보험회사는 이 원금에 적정 수준의 시장 수익률을 적용하여 만기에 계약자 또는 수익자에게 돌려 줍니다.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저축성 보험료에 시장 수익률을 적용하여 만기에 돌려 주지만, 보험 계약자의 입장에서는 자칫 자신이 납입한 보험료 총액- 즉, 저축성 보험의 원금, 보장성 보험료(순보험료), 계약 유지비 (사업비), 모집 수수료 등을 모두 합한 금액-에 시장 수익률을 적용한 원리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에 자신이 지급한 보험료 총액에 대하여 시장 수익률만큼의 수익을 기대한다면 보험 상품에 가입하여서는 그러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보험이란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사건에 대비하여 그야말로 보험을 가입하는 것입니다. 사망, 상해, 사고 등 미처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에 금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반 투자 상품과는 다른 금융 상품으로 인식하여야 합니다.
보험 상품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투자와 관련하여 자주 발생하는 오해가 또 있습니다. 채권 투자와 관련된 것입니다. 흔히들 채권은 주식에 비하여 시장 리스크가 낮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로는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채권 포트폴리오의 만기가 분산되어 있어야 합니다.
채권을 보유하고 있을 때에 시장에서의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면 평가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수익률이 오르면 채권의 시장 가격은 하락합니다.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수익률이 상승하면 채권의 시장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현재의 시장 가격이 채권의 매입 가격보다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 시가 평가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가 평가 손실은 채권을 시장에서 재매각하지 않으면 실제로 발생하지는 않고 기회손실로만 인식됩니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채권을 매입할 때의 수익률은 보장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채권 매입 시기의 시장 수익률에 만족하고 채권을 매입하였다면 채권 매입 이후에 시장 수익률이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채권 매입 당시의 시장 수익률은 보장이 됩니다. 따라서 시장 수익률의 변화에 따른 손실 가능성- 즉, 시장 리스크를 피하려면 채권을 매입하고 만기까지 보유하여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만기의 분산입니다. 보유 채권 금액 모두가 일시에 만기 도래하는 것은 시장 수익률 변화에 대한 리스크를 크게 부담하는 결과가 됩니다. 이러한 채권 투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채권 보유액이 10억원이라고 한다면 매달 1억원씩 10 개월에 걸쳐 만기를 분산시킨다거나, 혹은 3 개월에 한번 1억원씩 10번, 즉 2년 반 (30개월)에 걸쳐 만기를 분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러한 만기의 분산 전략을 bond laddering (본드 래더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은 래더링 기간 (10 개월 혹은 30 개월)에 맞춰 다시 투자합니다. 10 개월짜리 래더링의 경우 10억원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면, 매달 만기 도래하는 1억원을 10 개월 만기 채권에 재투자하는 것입니다. 2년 반짜리 래더링에서는 만기 도래한 채권 금액만큼의 재투자를 2년 반 만기 남은 채권에 합니다. 마치 사다리를 옆으로 뉘어 놓은 것처럼 균등한 높이의 막대 여러 개가 세워져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것입니다. 균등한 금액의 만기를 일정 기간에 걸쳐 분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시장 가격의 변화에 의한 포트폴리오 수익률 변화의 충격을 줄여 줍니다. 그리고 안정적인 듀레이션(duration)을 유지합니다. 시장 수익률 변화에 의한 충격이나 듀레이션에 관한 이야기는 다소 전문적인 이야기므로 긴 이야기는 피하기로 하겠습니다.
혹시 채권에 투자를 하고 계신 독자분들은 지금이라도 만기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채권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면서 래더링의 만기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전문가와 상담하신 후 자신의 상황에 맞는 래더링을 구성하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지난 해까지는 채권의 시장 수익률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채권 트레이딩으로 수익을 올리는 채권 트레이더들이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년에는 시장 수익률이 더 하락할 여유가 훨씬 줄어들어 채권 트레이딩을 통한 수익 창출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만약 지난 해 또는 그 이전부터 채권 래더링을 이용한 채권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던 투자자라면 시장 수익률의 변화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입니다.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본드 래더링을 구성하는 시기도 가급적이면 수익률이 높을 때에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요즈음처럼 수익률이 낮을 때에 래더링을 구성하게 되면 시장 수익률이 상승하는 상황을 겪으면서 평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므로 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이는 기회 손실일 뿐입니다. 그리고 래더링 기간- 10 개월 혹은 30 개월, 또는 투자자가 원하는 여하한 래더링 기간- 한 번, 또는 그보다 짧은 기간 안에 그러한 효과는 상쇄됩니다. 시장 수익률이 높은 시기에 처음으로 구성된 본드 래더링과 시장 수익률이 낮은 시기에 최초로 구성된 래더링의 수익률 차이는 처음 구성 초기에만 잠시 나타날 뿐 채권 래더링이 갱신되면서 궁극적으로는 차이가 없어지게 됩니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기에 구성된 채권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시기에 구성된 채권 포트폴리오보다 유리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기는 투자 금액 전액이 한 번 만기가 도래하는 기간과 같거나 짧거나 짧습니다. 시장 수익률의 변화에 따라 유리함을 보이는 시간이 더 짧아 질 수도 있습니다.
이자율, 시장 수익률이 전대 미문의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과거에 흔히 듣던 월 1 부 이자율 (월 1%의 수익률)은 이미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 된 옛 이야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무엇에서인가 조금이라도 투자 수익을 높여 보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즉시 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세금 혜택을 목적으로 한다면 모를까 단순히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추천할 만한 금융 상품이 아닙니다. 또한 채권을 매입하였다고 시장 리스크로부터 해방되는 것도 아닙니다. 투자를 통하여 수익을 올리는 것, 특히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올리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보다 신중하고 전문적인 검토 후에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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