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콩글리쉬- 2013. 2. 22.

jaykim1953 2013. 2. 22. 08:20

영어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외국어입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는 외국어로는 영어가 첫 번째로 꼽힙니다. 이렇게 널리 쓰이다 보니 각종 변형 언어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영어는 콩글리쉬(Konglish), 일본에서 생긴 말은 쟁글리쉬(Janglish)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영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는 싱가폴 (Singapore)에는 독특한 싱글리쉬(Singlish)도 있습니다. 콩글리쉬나 쟁글리쉬는 대체로 어법과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를 일컫는 것에 비하면 싱글리쉬는 주로 발음에 관련된 것입니다. 물론 어법이 다르게 사용되는 예도 있습니다.

먼저, 싱글리쉬의 가장 큰 특징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는 말을 마칠 때에 끄트머리에 ’ (lah)라는 말을 붙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강한 어조로 부정을 할 때에는 그냥 ’ (no)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no lah’라고 이야기합니다. 두번째 특징은 액센트를 엉뚱한 곳에 준다는 것입니다. 주로 뒤쪽으로 액센트를 옮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에서 한 쪽 사이드로 공을 몰고 가서 중앙으로 공을 띄워서 올려 주는 것을 쎈터’ (center, *: 우리나라에서는 쎈터링이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라고 합니다. 쎈터는 액센트가 앞에 있습니다. ‘↘터라고 발음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싱가폴에서는 종종 라고 뒤에 액센트를 주어서 발음하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싱글리쉬의 세 번째 특징은 어순을 뒤섞어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6시 이후또는 ‘6시가 지나서라는 말을 영어로 ‘over 6 (o’clock)’ 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를 싱글리쉬에서는 ‘6 over’ 라고도 합니다. 이 때에도 발음을 하면서 오버를 제대로 된 영어로 ↘버라고 발음하는 것이 아니라 라고 뒤에 액세트를 주어서 발음합니다.

싱글리쉬와는 달리 콩글리쉬나 쟁글리쉬는 영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영어를 이용하여 독특한 표현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처음 시작은 쟁글리쉬에서 비롯되어 콩글리쉬에까지 영향을 미친 영어 단어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든다면:

After Service (애프터 서비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이를 A/S라고 줄여서 쓰고 에이 에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 말의 뜻은 제조사가 보증기간 동안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정확한 영어로는 ‘warranty service’ (워런티 서비스) 라고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을 심지어는 영어의 본 고장인 영국과 미국에서도 일본, 한국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일부 영국, 미국의 제조업체에서는 ‘after sale service’ (애프터 세일 서비스) 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애프터 서비스라는 말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자 자기들 나름대로 이해를 하려고 새로이 만들어 낸 말이 애프터 세일 서비스일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 물건을 팔고 난 후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글의 독자분들 가운데 혹시라도 외국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그냥 애프터 서비스라는 말보다는 애프터 세일 서비스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좀 더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시려면 워런티 서비스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또 다른 콩글리쉬의 예를 들면;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가방 상표 가운데 스리 세븐가방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손톱 깎기의 상표로도 사용되고 있는 이름입니다. ‘스리 세븐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777’을 떠올릴 것입니다. 세븐 (seven: 7)이 세(three) 개 있으니 스스럼 없이 스리 세븐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영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는 영국과 미국 사람들에게 스리 세븐이라고 말하면 그들은 ‘777’이 아니라 ‘37’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렇다면 ‘777’은 영어로 어떻게 읽어야 하였을까요? 정확한 표현은 스리 세븐’ (three sevens, 혹은 트리플 세븐즈- triple sevens) 입니다. 영어에서는 우리 말과 달리 복수의 표현을 정확히 사용합니다.

금융 용어에도 콩글리쉬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슈퍼 리치’ (super rich) 입니다. 이 말은 돈이 많은 부유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쓰입니다. 그런데 외국의 PB (private banking; 프라이빗 뱅킹)에서는 타겟 고객이 되는 부유한 사람들을 가리켜 수퍼 리치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정확한 용어는 하이 넷 워스 인디비쥬얼’ (high net worth individual), 줄여서 HNWI 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각 금융기관마다 HNWI 의 기준 금액이 있습니다. 그 기준에 미치지는 못 하지만 상당한 금액을 가진 사람 가운데 향후 HNWI 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어플루언트’ (affluent: 부유한) 부류의 사람이라고 부르고, HNWI 가운데에서도 상당한 수준을 초과하는 금액을 보유한 사람들을 가리켜 울트라(ultra: ) HNWI’라고 부릅니다.

외국의 PB 시장에서는 슈퍼 리치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고 HNWI 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수퍼 리치라고 부르면 () 아주 많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그보다는 높은 재력을 갖춘 분이라는 표현이 고객 입장에서는 듣기에 더 좋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콩글리쉬;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ELW (Equity Linked Warrant; 주식 워런트 증권) 라는 상품을 거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ELW 라는 상품을 찾을 수 없습니다. 외국의 자본 시장에서는 이를 그냥 Warrant (신주인수권) 혹은 Naked Warrant 이라고 부릅니다. Naked Warrant 라는 말은 BW (Bond with Warrant: 신주인수권부채권) 와 구별하여 채권에 연계되지 않은 아무 것도 딸린 것이 없는주식인수권이라는 의미입니다. Warrant 은 특정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당연히 주식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외국의 금융시장에서는 구태여 주식과 연계되어 있다는 Equity Linked 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Warrant 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원산지에서 사용하지 않는 Equity Linked 라는 표현을 굳이 추가한 ELW 도 콩글리쉬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하우스 푸어’ (house poor)라는 단어는 얼핏 콩글리쉬 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외국의 금융시장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금융 용어입니다.

하우스 푸어를 판단하는 데에 사용되는 개념 가운데 뎃 서비스 레이쇼’ (debt service ratio) 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느 개인이 자신의 수입으로 자신의 부채(debt)의 원리금 상환(service)을 부담하는 비율(ratio)을 의미합니다. 만약 뎃 서비스 레이쇼가 100%를 넘는다면 이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자신의 수입으로 부채의 원리금 상환을 하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실적으로 하우스 푸어에 다다른 사람들 가운데에는 뎃 서비스 레이쇼가 거의 100%에 이르거나 혹은 100%를 초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뎃 서비스 레이쇼가 가처분소득 (disposable income 혹은 DI) 1/3이 초과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금융기관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이러한 기준이 완화된 것이 오늘에 이르러 하우스 푸어에까지 이르게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뎃 서비스 레이쇼 보다는 뎃 투 인컴 (debt to income 혹은 DTI)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뎃 투 인컴은 소득 대비 채무 비율을 의미합니다. 이는 뎃 서비스 레이쇼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측정한 것입니다.

언어라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외국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외국인이 우리 말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 20 분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 시 이십 분이라고 읽습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왜 한 시 스무 분’, 또는 일 시 이십 분’, ‘일 시 스무 분은 안 되느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관용적으로 모든 사람이 한 시 이십 분이라고 말합니다. ‘라는 질문이 통하지 않습니다.

금융시장도 글로벌화하면서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우리끼리만 사용하는 우리식 용어보다는 보다 정확한 글로벌 스탠다드 용어를 사용하게 되기 바랍니다. ‘라는 질문을 하지 말고 금융 시장에서 관용적으로 쓰는 용어를 함께 사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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