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저축- 2013. 3. 8.

jaykim1953 2013. 3. 8. 08:35

3 주전 금요일 모닝커피에서 즉시연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외국에서는 그와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여러 독자 분들이 항의성 메일과 전화를 주셨습니다. 외국에도 즉시 연금과 같은 방법으로 이용이 가능한 상품이 있는데 왜 그런 상품이 없다고 하였느냐는 지적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정정하겠습니다. 즉시연금과 같은 의미의 이름은 없으나 형식이 유사한 상품은 외국에도 있습니다.

Annuity (연금보험) 가 바로 그러한 상품입니다. 원래의 annuity 상품의 의도는 보험료 불입기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한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나서 연금을 받기 시작하도록 설계한 상품입니다. 그렇지만 annuity도 원금을 납입하고 즉시 연금과 같은 방법으로 연금을 받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annuity 상품이 우리나라의 즉시연금과 같은 광풍(狂風)을 일으키는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나라의 즉시연금에는 그 동안 세제 혜택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습니다. 외국의 annuity 상품에는 세금 혜택이 없습니다. 두 번째로는 국내에서는 과세소득이 늘어나면 그에 따른 건강보험료의 상승이 있으나 외국에는 그런 제도가 없습니다. 따라서 과세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세금만 늘어날 뿐 다른 추가적인 비용 부담의 불이익이 없습니다. 외국의 annuity 는 일반 소득세 (ordinary income tax) 과세 대상 소득이라는 것이 우리나라 즉시연금과 가장 큰 차이점이었습니다.

즉시연금과 annuity 모두가 공통적으로 수익률은 다른 보험상품 또는 투자상품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수익률에 주목한다면 특별히 annuity 상품을 택할 이유는 없습니다. 노후 대비 자산을 한꺼번에 연금 상품에 모두 집어 넣은 다음 다달이 연금을 받는다는 것이 수익률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닙니다.

개인의 부(, wealth)를 축적할 목적이라면 장기간 꾸준히 저축하는 방법이 가장 권장할 만한 방법입니다. 이러한 개념으로 판매되는 보험이 endowment insurance (양로보험) 입니다. 제가 3 주 전에 즉시연금과 해외 금융상품을 비교하면서 시야를 좀더 넓게 보지 못하고 목돈을 조성하는 것에 주목하여 언급하였던 바로 그 상품입니다.

저축이 주된 목적이라면 구태여 보험상품을 파헤치지 않더라도 은행 예금만으로도 그 위력은 곧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매년 월 10만 원씩 30년간 연 3.5%의 이자율로 저축을 하면 만기에는 원리금 합계가 6,354만 원이 됩니다. 원금은 3,600만 원이고 그 동안 쌓인 이자 금액이 2,754만 원입니다. 3.5%의 이자율이라면 결코 높지 않은 이자율이지만 오랜 시간 저축하게 되면 적지 않은 금액의 이자가 쌓이게 됩니다. 무시할 수 없는 저축의 위력입니다.

만약 30세인 사람이 60세가 될 때까지 매월 10만원씩 저축하고, 60세에 은퇴하여서 그 동안 쌓인 원금으로 30년간 (90세가 될 때까지) 같은 이자율 ( 3.5%)로 매달 같은 금액을 나누어 받는다면 월 28 5천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자율이 3.5%라면 이론적으로 인플레이션도 그리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므로 처음 30년간 매월 10만원씩 적립하였다가 그 다음 30년간 매월 28 5천 원씩 받는다면 노후 대책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금액에 곱하기 5를 한다면 월 50만 원씩 저축한 다음 30년 뒤부터 월 142 5천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이 계산은 보험이 아닌 고정 금리의 단순 저축 상품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로는 세금 (이자의 원천징수세)이 부과되므로 이자율 계산은 조금 달라져야만 합니다. 수익률 3.5%를 맞추려면 예금 이자율이 4.14%가 되어야 합니다. 이자 금액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은 15.4% (이자 원천 징수세율 14% + 14% 10% 지방세)이므로, 4.14% X (1 – 15.4%) = 3.50% 가 됩니다. 따라서 예금 이자율이 4.14%는 되어야 세후(稅後) 수익률이 3.5%가 됩니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자율이 낮아서 저축할 맛이 안 난다고 불평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축이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여서만이 아니라 장기간 저축을 한다는 것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자율이 낮다고 저축을 하지 않고 그 나마도 모두 써버리고 나면 세월이 흐른 뒤에는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작은 금액을 소비하는 것이 쌓이고 쌓이면 큰 낭비가 되듯이, 아무리 이자율이 낮고 수익률이 보잘것없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 저축을 하면 푼돈이 목돈 되고,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최근 상황은 낮은 저축률로 인하여 저축 캠페인이 다시 부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관련기사: 한국일보 2013.2.6. 저축캠페인)

저축은 영어로 saving, 즉 나중을 위하여 쓰지 않고 남겨서 모아 두는 것입니다. 저축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개념은 예금 (deposit) 입니다. 예금은 원금을 보존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상대적으로 수익- 이자율 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습니다. 저축의 수단으로 예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투자(investment) 는 조금 다릅니다. 원금 손실의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높은 수익(return)을 기대합니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에서는 이따금 이러한 개념에 대한 혼선을 일으키면서 여러 가지 금융사고를 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예금을 하러 온 고객에게 투자 상품인 펀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였다가 원금 손실이 발생하여 곤혹을 치르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2012.11.27. 중앙일보_노인금융)

금융기관에 돈을 맡길 때에는 목적을 분명히 하여야 합니다. 미래를 위한 저축이라면 수익률에 연연하지 말고 저축이라는 목표에 충실하여야 합니다. 원금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예금이라면 투자 상품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합니다. 투자가 목적이라면 수익률과 리스크를 감안하여야 합니다.

흔히들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채권 투자에도 시장 리스크와 신용 리스크가 엄연히 존재합니다.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고, 만기를 분산하는 래더링 (laddering) 전략이 필요함은 이미 2 주 전 금요일 모닝커피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습니다. (참조: 금요일모닝커피_2013.2.15.)

요즈음에는 은행에서 펀드, 보험 등의 상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은행에 돈을 맡긴다는 것은 곧 예금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다릅니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목적이 저축인지, 혹은 단순한 예금인지 또는 투자인지를 분명히 하여야 합니다. 혹여 창구직원의 권유에 끌려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상품에 돈을 맡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없어진 우리나라의 시중은행 가운데 상업은행이라는 이름을 가진 은행이 있었습니다. 그 은행의 본점은 한국은행 본점 바로 옆 건물- 지금의 한국은행 소공 별관-이었습니다. 그 곳 입구에는 이 은행의 캐치 프레이즈가 커다란 글씨로 적혀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글귀입니다. 그리고 저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저축을 장려하는 짧고도 강력한 메시지였습니다.

커가는 꿈 밝은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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