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틀린 말, 다른 말 - 2013. 3. 22.

jaykim1953 2013. 3. 22. 08:17

얼마 전 금요일 모닝커피 독자 가운데 한 분께서 제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2 주 전 제가 쓴 저축에 관한 글 가운데 아무리 이자율이 낮고 수익률이 보잘것없다고 하더라도 …”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 보잘것없다고 의 띄어 쓰기가 잘 못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보잘 것 없다고 …”라고 띄어 써야 맞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보잘것없다라는 단어는 원래 보자 할 것 없다라는 말이 줄어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그런데 관용적으로 보잘것없다라는 말이 하나의 단어로 인정 받았습니다. 사전에도 보잘것없다라는 하나의 단어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수익률이 보잘것없다고 …”는 띄어 쓰기가 옳게 표기된 것입니다.

오히려 요즈음 우리가 흔히 발견하는 표현 가운데 틀린 줄도 모르고 사용하는 잘 못된 말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왠 일이라는 표현은 잘 못된 것이고 웬 일이 맞습니다. 지금 우리가 쉽게 발견하는 이라고 쓰인 말은 99.9% 잘 못 쓰였으므로 이라고 고쳐 써야 합니다. ‘이라는 말은 우리 말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가 아닙니다. ‘온통, 사방에의 사투리입니다.

어찌 된이라는 의미로 이 말이 쓰인 곳에 어쩐혹은 어떤을 대입하면 그 뜻이 통합니다. ‘웬 일어쩐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웬 놈이냐?’어떤 놈이냐?’라는 뜻입니다. ‘어쩐또는 어떤을 대입하여 뜻이 통한다면 거기에는 을 사용하여서는 안 되고, ‘을 써야 합니다.

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년 남짓 되었습니다. 어떤 코메디언이 나이 많은 라디오 DJ 한 사람을 흉내 내며 오늘은 왠지…’라는 말을 하면서 왠지라는 말이 유행을 하였습니다. 이 때 사용한 왠지왜인지의 준 말입니다. 그러던 것이 엉뚱하게 잘 못 쓰이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러서는 을 써야 할 곳에 ’(온통) ‘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우리 말을 망가뜨리는 잘 못된 쓰임새입니다.

또 한 가지 잘 못 쓰이고 있는 단어는 너무입니다. ‘너무의 뜻은 지나치게라는 의미로,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 너무 잘난 척 한다.) 간혹 과장을 나타낼 때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 너무 배고프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너무 좋아’, ‘너무 예뻐와 같이 강한 긍정의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의 두 가지 사례를 보면 차이점이 있습니다. ‘은 분명히 잘 못 사용되고 있는 것이고, 고쳐져야 할 쓰임새입니다. 그에 반하여 너무는 반드시 고쳐지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말의 쓰임새가 변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초가집이라는 말은 집을 의미하는 ’()이 중복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이 것은 잘 못된 표현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초가집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또 초가집이 표준어로 사전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는 우리 말 사전에서 너무라는 단어를 설명할 때에 과거에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였으나 현재에는 강한 긍정의 의미로 사용함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언어는 살아서 변화하는 것이므로 너무라는 단어의 쓰임새가 변하는 것에 너무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의 언어 생활에서는 외국어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습니다. 외국어를 사용할 때에도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였으면 합니다. 간혹 듣기 거북한 표현이 쓰이고 있는 것을 봅니다. 예를 들어 네 패션 컨셉트가 엣지 있어 보인다라는 표현을 TV 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fashion, concept, edge (edge 는 엣지가 아니라 에지라고 발음하여야 합니다)와 같은 영어 단어가 난무합니다. 그런데 이 문장이 뜻하는 바를 영어로 옮기면 “Your styling idea looks like on the cutting edge.” 라고 하여야 의도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할 것입니다. fashion, concept 은 정확하게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그리고 ‘edge 있다라는 표현도 듣기에는 엣지 있게들릴지 모르겠으나 바람직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과음을 하고 구토를 하는 것을 흔히들 오바 잇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그런데 이 때 사용하는 영어 단어 ‘overeat’은 구토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과식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구토의 정확한 표현은 ‘throw up’ 혹은 ‘vomit’입니다. 심지어는 예전에 송창식이 부른 토함산’ (산 자락에는 신라의 고찰 불국사, 산 위에는 석굴암이 있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경상북도 경주에 있는 산)이라는 노래 제목을 오바 잇 마운틴이라고 이야기하며 키득대는 것을 라디오에서 들은 적도 있습니다. 잘 못 되어도 아주 잘 못 된 표현입니다. 외국어를 사용하더라도 정확한 의미의 단어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단어 하나가 전체의 느낌을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증권회사의 이름이 모두 ‘XX 증권 주식회사’, 또는 주식회사 OO 증권의 형식을 취하였습니다. 1980 년대 초, 당시 효성증권 주식회사를 인수한 쌍용 그룹에서 효성증권의 새로운 이름을 쌍용 투자 증권 주식회사라고 지었습니다. 증권회사의 이름에 투자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첫 사례입니다. 그 이후에는 여러 증권회사들이 이름에 투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증권회사의 업무가 어차피 투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증권회사의 이름에 투자라는 단어를 사용할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한 곳 두 곳 이름을 투자증권이라고 부르다 보니 이제는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투자증권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냥 ‘XX 증권이라는 이름보다 오히려 ‘XX 투자증권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온통 투자증권회사뿐이고 그냥 증권회사는 이제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금융과 관련된 단어들 가운데에도 처음의 쓰임새와는 조금 다르게 사용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 대단한 차이는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재 테크라는 말도 어원을 따져 보면 처음 사용되던 의미로부터 아주 미세한 변화가 있습니다. 사전에서 재테크라는 말을 찾아 보면 재무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준 말이라는 설명을 찾을 수 있습니다. 뜻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쓰이게 된 원인 제공 단어는 하이테크’ (high-tech)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아쉬운 설명입니다. 일본에서 처음 자이테크;라는 말이 만들어질 때에는 재무 + 하이테크의 의미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재테크라는 용어에서는 하이테크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고도의 첨단 기술을 가리켜 하이테크라고 널리 불리게 된 것은 1980년대 들어서입니다. 그 전에도 하이테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컴퓨터의 발달로 인한 첨단 기술을 가리켜 하이테크라는 표현을 쓰면서 대중들에게 친근하여졌습니다. 이 즈음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가 하이테크와 발음이 비슷한 자이 테크’ ( tech)입니다. 재무를 가르키는 를 일본어로는 자이라고 읽고, 여기에 테크를 붙여서 자이테크라는 말을 만들어 재무와 관련된 고도의 최첨단 기술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하였습니다. 한 동안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는 자이테크라 불리는 재무기법…’과 같은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일본에서는 자이테크라 불리는 재테크…’라고 하더니 오늘에 이르러서는 재테크라는 말이 쉽게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금융 용어 가운데에는 조금은 적절치 못한 용어의 선택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기지(mortgage)라는 용어를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의미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진다면 두 용어는 조금 다릅니다.

모기지는 주택 구입 자금을 지원하여주는 대출을 의미합니다. 주택담보대출은 대출의 담보가 주택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그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두 용어는 관점이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기지는 원칙적으로 주택을 구입할 목적으로 빌린 것이고, 주택담보대출은 자금의 용도에 관계 없이 주택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일으킨 것입니다.

모기지도 리파이낸스 (refinance; 차환- 借還)를 통하여 새로운 모기지로 기존 모기지를 상환하기도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환되는 기존 모기지는 처음 대출이 일어나는 시점에 주택을 구입하는 데에 자금이 사용되었어야 합니다. 또한 주택 개선(housing improvement)을 위하여 모기지 금액을 증액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모기지 증액을 통하여 반드시 주택이 개선되고 주택의 가치가 증가하여야 한다는 전제가 따릅니다.

그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담보로 주택을 제공하면 자금의 용도는 여러 가지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사업자금이 될 수도 있고, 생활비에 전용될 수도 있습니다.

모기지와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상품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점을 인식하고 상황에 맞는 상품을 정확한 이름을 사용하여 고객에게 제공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으로써 금융이 금융답게 금융의 원칙이 지켜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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