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일광 절약 시간 - 2013. 3. 15.

jaykim1953 2013. 3. 18. 09:36

지난 일요일 3 10일은 미국에서 일광절약시간 (日光節約時間, Daylight Saving Time 혹은 Daylight Savings Time: DST)이 시작하는 날입니다. 매년 3월 둘 째 일요일부터 11월의 첫째 일요일까지 적용됩니다. 3월 둘 째 일요일에는 새벽 1시를 2시로 바꾸어 1 시간을 더 가도록 하고, 11월 첫째 일요일에는 새벽 2시를 다시 1시로 바꾸어서 1시간을 뒤로 돌리게 됩니다. 과거에는 4월부터 10월까지 DST를 사용하였으나 2007년부터 규정이 바뀌어 3월부터 11월까지 사용합니다. 일명 써머타임(summertim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제도입니다.

일광절약시간이 시작되는 주의 직전 일요일에는 미국의 교회들이 부산을 떱니다. 다음 주일부터 일광절약시간이 적용되어 평소보다 예배시간이 한 시간 당겨지게 되므로 새로 적용되는 시간에 맞추어 교회로 나올 것을 당부합니다. 일광절약시간이 바뀌는 것이 일요일이므로 일요일에 행하여지는 가장 많은 행사가 교회의 예배이다 보니 행여 교인들이 무심히 지내다가 교회시간에 늦을까 보아 미리미리 주의를 환기하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1950년대에 시행된 적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1988년에 한 번 도입된 적이 있습니다. 올림픽을 주최하면서 유럽, 미국과의 시차를 조정하여 TV 중계 시청률을 올리고 그에 따른 중계권료를 더 받을 수 있게 하려는 고육책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국가들의 배경을 살펴보면 한결 같이 위도가 매우 높은 지역의 국가들이라는 것입니다. 독일, 영국 등이 처음 이 제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반구에서는 위도가 높으면 여름에 낮 시간이 매우 길어지고 밤시간은 그 만큼 짧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날이 밝으면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려는 의도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이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영국, 프랑스, 독일을 위시한 서유럽 국가들, 미국, 캐나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입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이 제도를 사용하고 있으나 북반구와는 반대되는 시간인 남반구의 여름- 즉 북반구의 겨울에 일광절약시간을 사용합니다.

한 가지 재미 있는 것은 미국 안에서도 일광절약시간을 사용하지 않는 주()도 있다는 것입니다. 알라스카와 아리조나, 하와이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알라스카는 위도가 너무 높아 일부 지역에서는 백야(白夜) 현상까지 있으므로 한 시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리조나와 하와이 주는 반대로 위도가 낮아 일출, 일몰 시간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어 일광절약시간을 구태여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근무할 때에는 일광절약시간이 시행되는 첫 날, 그리고 첫 한 주일 동안은 제 몸의 생체 리듬을 한 시간 빨라진 시간에 맞추어 조절하느라 조금은 힘들어 하였습니다. 그리고 11월에 일광절약시간이 끝나는 날이면 한 시간을 더 잘 수 있다는 자그마한 달콤함을 맛 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일광절약시간은 영국, 미국을 위시한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나라와 생활 관습, 환경 등이 다른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거나 혹은 독특한 제도들이 있습니다. 금융에도 그러한 제도가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우리나라에는 무진회사라는 금융기관이 있었습니다. 무진이라는 제도는 일본을 제외한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독특한 제도입니다. 무진회사의 상품은 요즈음에도 우리 주변에서 간혹 찾아 볼 수 있는 ’ ()입니다. 무진회사라는 이름은 일본어의 무진가이샤’ (無尽会社, -じんがいしゃ)와 같은 의미입니다.

1961년 우리나라에서 국민은행법이 발효되면서 특수은행의 지위를 가진 국민은행이 설립될 때에 모태가 되었던 금융기관이 바로 한국무진주식회사였습니다. 1960년 대 초까지만 하여도 서민금융에서 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하였습니다. 그런데 계는 사금융(私金融)의 성격이 강하여 구성원의 신용도가 전반적으로 낮아 계가 쉽사리 깨지고 여러 계원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였습니다. 이러한 폐해를 줄이기 위하여 계를 구성하는 계주’ (契主)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하여 무진회사가 그 역할을 담당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금융 제도를 발전시켜 서민금융을 전담하는 은행으로 국민은행을 발족하였던 것입니다. 국민은행은 1995년 국민은행법이 폐기되어 일반은행으로 지위가 바뀔 때까지 30여년간을 특수은행의 지위를 누렸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으나 서구의 금융제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금융제도가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 있었던 무진회사입니다. 그리고 무진회사에서 비롯된 상품 가운데 아직도 남아 있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독특한 상품이 있습니다. ‘정기적금이 그것입니다. 정기적금 역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나 서구의 금융기관에서는 흔하지 않은 상품입니다. 더욱이 6 개월 만기, 12 개월 만기, 24 개월 만기 등 특정 기간을 미리 정하여 놓고 판매하는 상품은 외국에는 찾아 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매달 예금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금액을 미리 약정하고 이자율에 우대금리를 적용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정기적금을 영어로 번역한다면 ‘time installment deposit’ 정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예금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있는 한인 커뮤니티 은행에 가면 혹시 이러한 금융 상품을 발견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정기적금은 예금이라는 상품과 계라는 상품의 합성상품- 요새 말로 표현한다면 일종의 파생상품-입니다. 계에 가입하여 마지막 번으로 계를 타게 되면 정기적금을 붓는 것과 똑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의 마지막 번에 가입한다고 마음먹고 공신력이 높은 금융기관에 저금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 것이 바로 정기적금입니다. 이 상품은 1960년대에 저축을 장려하는 국가시책에도 잘 부합하여 매우 널리 이용되었던 저축의 수단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다부지게 마음을 다잡아도 결심이 흐트러지기 쉬운 것입니다. 게다가 일정 금액을 매월 계속 저축하겠다는 결심은 조그마한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쉽게 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미리 매달 저금할 금액을 약정하게 만들어 저축을 계속 이어가도록 하려는 목적의 예금이 정기적금입니다. 한 때는 정기적금의 이러한 특징을 두고 일종의 강제 저축 성격이 있다는 평가까지 받았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영국, 미국 등 소위 금융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에 정착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자리잡지 못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개인 수표의 통용과 수표의 지급인 (payee 혹은 beneficiary)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개인 수표는 통용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은행에서 발행한 자기앞 수표는 모두 소지인에게 지급하도록 발행됩니다. 연세 드신 분들은 아직도 은행이 발행한 수표를 보증수표라고 부릅니다. 은행이 발행한 수표는 보증수표이므로 믿을 수 있고 개인 수표는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이 발행한 수표를 선뜻 받는 것은 저로서도 조금은 꺼림직하게 느껴집니다. 그런가 하면 은행에서 발행한 수표는 아무에게나 지급할 수 있도록 소지인을 지급인으로 발행하여야 사용하기 편합니다. 외국의 관습이 반듯이 옳은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의 관습이 잘 못된 것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각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관습이 다를 뿐입니다.

서로의 개성과 차이점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제도와 상품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그들의 생활관습에 맞는 일광절약시간 제도가 있고, 우리에게는 우리의 생활관습에 어울리는 정기적금 제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는 개인 수표가 통용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통용되지 않습니다. 외국에서는 수표를 발행할 때에 지급인을 지정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지인에게 지급합니다. 이렇게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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