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북한 리스크- 2013. 4. 12.

jaykim1953 2013. 4. 12. 08:08

지난 주 제가 일본 여행을 하는 동안 TV 에서는 계속 하여 키타 초센(北朝鮮) 운운하는 뉴스 방송을 보았습니다. 화면에는 북한의 군사 퍼레이드, 미사일 발사 광경, 핵 시설 등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는 온통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관한 뉴스가 넘쳐 납니다. 지금의 북한 내부 사정에 대한 관찰과 분석, 우리나라의 대응 전략, 앞으로의 사태 진행 예측 등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북한은 우리에게는 아주 커다란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존재입니다.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에도 항상 북한의 불확실성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설마하니 전쟁을 일으키기야 하겠느냐는 낙관적인 전망과 북한은 워낙 예측이 불가능한 비정상적인 집단이기에 어떤 일이든 저지를 수 있고, 전쟁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염려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의 가장 큰 논리적 근거는 북한의 오판 (誤判)입니다. 북한은 그 동안 미국에 대적할 만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는 이 지구상에 자기네들뿐이라고 호언장담하여 왔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그렇게 세뇌 교육을 하며 자부심을 키워 왔습니다. 그런 자부심에 상승효과를 올리기 위하여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을 감행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스스로 북한의 군사력이 정말 대단한 수준이고 미국과도 한번 겨뤄 볼 만 하다는 착각, 또는 자기 최면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기 최면이 실제로 전쟁으로까지 사태를 끌고 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부터 개성공단의 출입을 북한이 차단하였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북한으로서는 매우 좋지 않은 결정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그 동안 경제적으로 알게 모르게 남한에 의존하는 면이 적지 않았습니다. 최고위층을 통한 직접 현금수수도 있었지만,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을 통하여 적잖은 경제적인 이득이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최고위층의 현금수수는 문제가 되어 여론의 지탄을 받고 국회에서 이미 홍역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금강산 관광은 북한 병사가 남한에서 올라간 관광객을 조준 사격하여 사살하는 바람에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에 이번 개성공단의 폐쇄 조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의 중단은 비록 북한측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으로서는 조금은 논쟁의 여지를 남길 수 있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일개 병사가 관광객을 향하여 총을 발사한 것은 백 번 잘못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건으로 인하여 금강산 관광을 아예 중단할 상황이었냐는 것에 대하여 볼 멘 소리를 할 여지가 있었으리라고 보입니다. 적당한 시기에 사태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할 틈도 주지 않았다고 불평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남한의 입장에서는 국민의 목숨을 걸고 관광을 보낼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한 메세지입니다. 서로 다른 논리를 근저로 하고 있어 누군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주면 조금은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만, 북한이 강경조치로 일관하면서 남한에서 건설하고 설치한 재산을 압류하는 것은 아주 서툰 처리 방법이었습니다. 일방적으로 남한 국민, 남한 기업의 재산에 손을 대는 것은 향후 남한 기업 또는 남한 국민이 북한에 투자를 할 때에 매우 불편한 전례가 될 것입니다.

개성공단의 폐쇄는 북한에게는 금강산 관광 중단보다도 더 안 좋은 악수 가운데 악수로 보입니다. 개성공단에서 조업을 하고 있는 남한 기업들은 결코 자선사업단체도 아니고 통일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조금 극단적인 표현을 빌린다면 한낱 장사꾼에 불과합니다. 개성공단에서의 조업이 수익성이 있기에 개성에서 조업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느닷없이 조업이 중단되고 원료와 제품의 수송이 차단되고, 종업원이 철수하게 되면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은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 뿐 아니라 앞으로는 개성공단의 기업들과 거래하는 것조차 꺼리는 기업이 많아질 것입니다. 개성에 있는 기업들의 납품 물량, 날짜 등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사태가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는 것입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거래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으로서는 스스로 약속을 깨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 약속을 안 지키게 되면 신용이 땅에 떨어지게 되고, 그 이후에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여도 믿지 못하게 됩니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상대방에게 어떤 약속을 또 하게 될지 알 수 없으나 개성공단에서 보여준 신뢰하기 힘든 약속 불이행은 앞으로 두고두고 짐이 될 것입니다.

특히 금융에서의 약속, 계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제가 30여 년 전 싱가폴에서 연수를 받을 때의 일입니다. 그 당시 뱅크오브어메리카의 아시아 지역 부채관리 담당 (Asia Division Liability Management) 책임자였던 Hoarst Magiera 라는 분이 싱가폴에 있었습니다. 이 분은 원래 독일 출신이고, 뱅크오브어메리카 싱가폴에서 가장 높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던 분이었습니다. 후에 독일계 West Landes Bank로 옮겼고, 지금은 이미 은퇴하여 노년을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이 분을 처음 만났을 떄에 이 분이 제게 해 준 이야기를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 분 말씀이;

“There are quite a few Do’s and Don’t’s in banking, especially in liability management. The very first thing among the Do’s is to ‘Keep your words.’ That of Don’t’s is ‘Don’t break your words.’” (금융에서, 특히 부채 (채무)관리를 하는 사람에게는 Do’s (하여야 할 것들) Don’t’s (하여서는 안 되는 것들)가 있다. Do 의 첫 번째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고, Don’t 의 첫 번째는 약속을 깨지 말라는 것이다.)

금융업을 영위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중요한 부문이 있습니다. 하나는 여신이고 다른 하나는 수신입니다. 일반적으로 여신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거래 상대방의 신용상태를 점검합니다. 그 반면 수신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금융기관 자신의 신용도를 관리하여야 합니다. Hoarst Magiera 의 이야기는 수신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은행 자신의 신용을 관리하기 위하여서는 은행이 한 약속을 깨지 말고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국가를 경영하는 데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여러 나라들과 계약을 하고, 조약을 맺고, 약속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자기의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고 하여서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약속을 깨겠다고 나선다면 그런 나라와는 아무도 조약을 맺거나 어떤 약속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지켜지지 않을 약속이라는 것을 알면서 약속을 하는 사람도 없고 국가도 없습니다.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북한은 앞으로 어떤 나라와 어떤 약속을 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위정자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국가의 신용도를 높이려면 국가가 한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남한의 기업에게 금강산 관광사업의 독점권을 주겠다고 하였으면 그 약속을 깨지 말고 지켰어야 했고, 개성공단에 남한 기업의 조업 활동을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였으면 그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한자의 믿을 신()자는 사람 인() 옆에 말씀 언()자를 씁니다. 사람이 하는 말은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북한은 자신들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람이 한 말은 믿을 수 있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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