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한자(漢字)- 2013. 4. 26.

jaykim1953 2013. 4. 26. 08:55

 

지난 주에는 아는 분의 모친상(母親喪)이 있어 문상을 다녀 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며칠 지난 다음 편지를 한 통 받았습니다. 문상에 대한 답례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내용 가운데;

 

‘(전략)…베풀어 주신 厚意에 忠心으로 感謝의 말씀을 드립니다…(후략)’

 

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혹시 이상하다고 느끼시지 않으시나요? 이 문장에서 충심은 한자로 衷心이라고 써야 합니다. 그런데 이 편지에는 忠心’이라고 잘못 씌어져 있었습니다. 충심을 사전에서 찾아 보면; (1)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참된 마음, (2) 충성스러운 마음. 이렇게 두 가지 뜻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1)은 한자로 衷心이라고 쓰고, (2)는 忠心이라고 씁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자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한자를 사용하지 않고, 어쩌다 한번 한자를 쓰려다 보니 이렇게 잘못 쓰이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 밖에도 한자와 관련된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編輯: 편집은 책, 신문 등을 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編集이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隘路: ‘애로입니다. ‘자가 자와 흡사하여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障碍: ‘장애입니다. ‘자가 자와 유사하여 잘못 읽기도 합니다. 示唆: ‘시사입니다. ‘자가 자와 유사하여 이를 시준이라고 읽는 사람이 많습니다. 敗北: ‘패배입니다. 이를 패북이라고 읽으면 안 됩니다.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패북이라고 읽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생각을 한자로 生覺이라고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는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생각은 순 우리말입니다. 한자어가 아닙니다. 그런가 하면, ‘양말은 한자로 洋襪이라고 씁니다. 큰 바다 ’, 버선 입니다. 서양에서 건너온 버선이라는 것입니다.

 

요즈음에는 생활용어뿐 아니라 금융용어들도 많이 한글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익숙지 않은 한자어로 된 용어들이 많았습니다. 한자 용어 가운데 한 가지 해태’(懈怠)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 뜻은 일을 게을리 하여 기일에 맞추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가 은행 초년병 시절 한국은행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떤 보고서가 마감 기일이 지난 다음에야 도착하였다고 야단을 치면서 해태 사유서를 제출하라는 것입니다. 일단은 알았다고 대답을 하여 놓고 사전을 찾아 보았습니다. 해태가 무슨 말인지. 그 뜻을 알고 보니 억울하였습니다. 저는 조금도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제가 담당하는 기업체에서 자료를 늦게 주어 보고서가 늦어졌을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중앙은행에서 써 오라는 요구가 있었으니 해태사유서를 작성하여 보냈습니다. 해태사유서마저 해태하여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말 가운데 대사라는 말도 있습니다. 한자로 對査 라고 씁니다. 그 뜻은 대조하여 조사한다는 의미입니다. 영어로는 reconciliation이라고 하고 동사는 reconcile 입니다. 이 말은, 예를 들어, 회사의 장부와 은행의 예금 원장을 서로 대조하여 거래가 제대로 기록되어 있고 잔액은 맞는지 검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용어는 아마도 일본 사람들이 사용하던 용어를 마땅하게 대치할 만한 용어가 없어 그대로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도 은행에 가면 대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자는 원래 중국에서 사용하는 문자입니다. 중국 본토에서는 지금 간자(簡字)를 사용하여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와 많이 다르기는 합니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한자의 의미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한자의 의미가 다른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저의 선친으로부터 들어 온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희 선친께서는 일찍이 중국 상해에서 청소년기를 보내시고 중국 상해 법정대학을 졸업하셔서 중국어를 거의 모국어처럼 구사하십니다.

 

저희 선친의 말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장궤라는 말을 잘 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중국 사람을 비하하면서 장궤라고 부르지만 장궤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는 소유주, 즉 주인이라는 것입니다. 한자로 장궤는 라고 씁니다. 은 손바닥 장으로, (무엇을) 장악(掌握)한다는 의미로 쓰인답니다. 그리고 돈을 담아 놓는 궤’, 곧 금고를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장궤는 금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 즉 주인, 또는 소유주, 돈이 많은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중국 사람들에게 주인(主人)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주인, 또는 소유를 많이 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지체가 높은 군주(君主) 혹은 영주(領主)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일찍이 소유와 지배를 서로 다른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말에서 주인이라는 말은 곧 소유주를 의미하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주인이나 장궤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의미가 다르게 쓰이는 한자도 있지만 한자는 뜻 글자이다 보니 일반적으로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미 우리 말에 한자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다 보니 전혀 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자를 아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르되, 기왕에 한자를 사용하게 된다면 좀 더 정확하게 사용하기를 바랍니다.

 

글로벌 시대입니다. 가까이 있는 나라 중국의 글자와 언어에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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