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군중심리- 2013. 5. 3.

jaykim1953 2013. 5. 3. 07:59

서울 시청 앞 대한일보 빌딩 바로 뒤에 코러스라는 이름을 가진 다방이 있었습니다.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 싱얼롱(Sing-along)이라는 문화가 처음 도입되면서 생긴 것입니다. 그러다가 가라오케, 노래 방 등의 문화가 생겨 나면서 다 함께 모여 같은 노래를 부르는 싱얼롱 문화로부터 각자 자기가 원하는 노래를 부르는 문화로 바뀌면서 영업이 잘 안 되기 시작하여 1990년대 초 중반에 문을 닫았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코러스 다방에 두어 번 가 보았습니다. 처음으로 다방을 드나들면서 이런 다방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선배들이 데리고 갔었습니다. 다방에 비치된 가사집을 들고 모두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이 하는 이야기로는 인간에게는 두 가지 욕구에 대한 갈등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려는 것이고 이를 흔히 군중심리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서 주변 사람들과 차별화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니 스커트가 유행할 때에 혼자 긴 치마를 입을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은 군중심리이고, 모처럼의 모임에 새 옷을 입고 나갔는데 똑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발견하고 기분이 언짢다면 그 것은 자신의 개성을 차별화하려는 욕구를 충족하기는커녕 오히려 손상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같은 논리로, 싱얼롱은 주변 사람들과 같은 노래를 같은 음정, 같은 박자로 함께 부르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과 동질의식, 동료감, 공동체로서의 의식을 만끽할 수 있는 군중심리의 발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살려 자신의 스타일로 부릅니다. 자신만의 개성을 마음껏 발산하는 차별화입니다.

금융에서도 이러한 욕구의 갈등은 그대로 드러나곤 합니다.

주식시장에서 소위 테마주라고 불리는 인기 종목 주식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봅니다. 이러한 투자자들은 주변 사람들이 투자하는 종목에 자신도 참여하고자 하는 군중심리가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자주 포착됩니다. 지난 해 소위 ××이라는 별명 속에 자동차, 화학, 정유 관련 주식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일부 권장할 만한 것이기도 합니다. 시장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주목하고 투자하는 종목은 사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흔히들 하는 이야기대로 시장을 따라가면 중간은 한다는 식으로 시장에서 인기 있는 종목에 따라 가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나는 다르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수년 전 나이가 저보다 한 살 위인 선배 한 분이 금융기관에서 일하다가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위로차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선배는 투자자문사를 하나 차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나는 지금까지의 투자자문사와는 다르게 제대로 해 보일 꺼야!’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비단 이 선배뿐이 아닙니다. 투자자문 사업을 시작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모두 나는 달라. 제대로 할 꺼야!’라는 다짐을 하며 도전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국에는 기존의 투자자문사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그렇고 그런 회사가 되는 것을 봅니다. 처음에 마음 먹었던 투자의 원칙은 시장의 변화에 따라 자꾸 바뀌게 되고, 고객과의 약속은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게 됩니다. 차별화하겠다는 마음과는 달리 현실은 차별화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너무나도 차별화된 저만의 방법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투자하다 보면 시장의 움직임과는 너무 괴리(乖離)가 심하여서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남들은 이해해 주지 않는 저만의 독특함이 시장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론과 상식에 부합하지 못하면 시장의 움직임을 쫓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군중심리를 극적으로 이용한 최대의 사건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였습니다. 이 때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광우병 전문가가 되어 그 폐해를 걱정하였고,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미국산 소고기는 모두 광우병에 걸린 소인 양 매도하였습니다. 심지어는 축산, 통상에는 전혀 문외한이라고 생각되는 연예인들조차도 한 마디씩 거들었습니다.

당시의 신문기사(광우병_연예인_2008/5/6_동아일보)일부 입니다;

QUOTE

(전략)… DJ DOC의 이하늘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하루 4시간밖에 수면을 취하지 않는다던데 잠이 덜 깨서 비몽사몽 하느라 그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며 “광우병은 전염 경로가 많아서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같은 도마 위에 올려놓고 조리해도 감염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방송인 김구라 씨는 “우리나라 국교를 (쇠고기를 먹는 걸 금기시하는) 힌두교로 바꾸자”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삼겹살을 생으로 씹겠다”고 했다. 신정환 씨는 “미국인들조차도 미국 쇠고기를 안 먹는다”며 “1주택 1()로 자급자족하자”고 말했다. …(중략)… 탤런트 김민선(*: 현재는 이름을 김규리로 개명) 씨는 과격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김 씨는 1일 미니 홈피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한다니 어이가 없다.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는 글을 올렸다. …(중략)… 탤런트 김혜성 씨도 한동안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김 씨는 미니 홈피 게시판에 “미친 소를 수입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정보지식도 없이 그냥 무개념으로 수입하니까 더 열 받는다. 중국 대만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조건이 까다로운데 우리는 그냥 ‘미친 소 주십시오. 주는 대로 저희가 조건 없이 무조건 사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굽실굽실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룹 ‘클릭 비’ 멤버였던 김상혁 씨는 “앞으로 여자친구 사귈 때 꼭 ‘소고기 좋아하느냐’고 물어 봐야겠다”며 “자국민은 안 먹이면서 우릴 먹이려 들다니 진짜 너무 한다”는 글을 미니 홈피 다이어리에 올렸다. …(후략)

UNQUOTE

 

지금 읽어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내용들이지만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들의 용기(?)에 성원을 보냈습니다. 군중심리가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자국민은 먹이지 않고 미친 소를 골라서 한국에 수출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여과 없이 진실로 믿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당시를 회상하며 만들어낸 우스갯 소리 가운데 하나가 만약 미국산 소고기 주식이 있다면 이 때에 공매도 (空賣渡, *: 실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미리 매도하는 행위)를 하여서 큰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시장에서는 사실여부보다는 군중심리에 의하여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흔히 하는 이야기가 ‘Buy on rumors and sell on news.’ 입니다. 소문이 돌 때에 그 소문에 의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주식을 사고,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면 팔라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시장을 잘 읽고 시장 분위기에 잘 따라야 합니다. 남 달리 현명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저 혼자만의 방법으로 훌륭한 종목을 찾아내었다 하여도 시장에서 알아주지 않으면 아무도 그 종목에 주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종목을 사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그에 따라 가격도 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듯이 혼자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시장의 움직임과 너무 동떨어지면 별 쓸모가 없어집니다.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하여서는 차별화된 남다른 명석한 두뇌도 필요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군중심리도 이해하여야 합니다. 너무나 군중심리에만 묻혀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시장의 논리와 분위기를 무시하는 차별화도 피하여야겠습니다. 군중심리와 차별화를 잘 조화하는 마음 가짐과 전략으로 시장에서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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