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북한의 경제와 금융- 2013. 5. 24.

jaykim1953 2013. 5. 24. 08:30

 

엊그제 수요일에는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력체(Trans Pacific Partnership: TPP)와 최근의 남북관계에 대한 포럼이 있어서 참석하였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각 분야 두 사람의 전문가가 스피치를 하고 난 다음 질문 (Q&A) 시간에는 대부분의 질문이 남북관계에 대한 것이었고, TPP에 관한 질문이 너무 없어 보기에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보다 못한 사회자가 TPP 관련 질문을 두어 번 하여야 할 정도였습니다.

 

이날의 연사는 첫 말문을 이렇게 떼었습니다;

북한 관련 업무를 하는 미국의 고위층 관료들은 (먼데일 전 부통령을 위시하여) 북한 문제 전문가는 1. 거짓말쟁이 (liar) 이거나 2.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 (fool) 둘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코멘트를 하는 배경에는 그 만큼 북한에 관련된 정보의 질과 양이 기대 이하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하여 관찰하고, 연구하고 행동을 예측하려 애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말을 정리하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시장’ (市場, market)입니다. 시장 경제라는 것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원초적인 욕구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이 시장이 북한의 사회주의적 경제를 구석에서부터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에서의 폭동, 혹은 반란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만에 하나 폭동이나 반란이 일어난다면 그 것은 정치적인 이슈보다는 원초적인 욕구 충족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물이 부족하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공급되기를 요구하는 폭동이 될 것입니다.

북한이 의도하는 배급경제는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하였습니다. 일종의 암시장이라고 볼 수 있는 시장에서 먹거리를 구해 오지 않으면 당장의 식탁에 올릴 음식이 없는 것이 북한의 현실입니다. 현실적으로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공공의료시설의 의사와 간호사 등은 더 이상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만을 수행하여서는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결혼을 하면 남자는 보수는 거의 받지 못하는 직장에 얽매이고, 집에 남겨진 여자들이 시장에 나가 경제활동을 하여 가계를 꾸려가야 합니다.

최근 유니세프(UNICEF: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국제연합아동기금)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 내에서 2세 아동의 성장이 심각하게 저해(severely stunted) 되었다고 합니다. 자식에게 먼저 먹을 것을 제공하려는 동물적인 모성애마저도 음식이 없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먹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식량 기근과 경제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북한의 두 가지 커다란 문제점은; 1. 부패 (corruption), 2. 예측불가한 지도자 (unpredictable leadership)입니다.

북한에 진출하여 있는 300여개의 중국 기업들이 꼽은 북한에서 기업활동하기에 어려움의 첫째는 사회전반에 만연한 부패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구글의 쉬미트(Eric Schmidt) 회장이 방북하였을 때에는 김정은을 만날 수 없었으나, 은퇴한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Dennis Rodman)에게는 김정은이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농구경기를 함께 관람하기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쉬미트 회장과 데니스 로드먼의 두 사람 가운데 김정은이 만나서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하여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것은 우스운 질문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벌어진 상황은 우리의 예측을 벗어납니다.

북한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인 문제는 금융제재입니다. 북한은 지금 금융제재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금융제재 이전부터 북한의 대외 경제활동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북한의 가장 중요한 대외 교역 상대는 말할 것도 없이 중국입니다. 중국과의 교역 대부분은 현금거래입니다. 신용장 (L/C; letters of credit)이라던가 혹은 계약에 의한 신용 거래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현금 거래만이 가능하게 만든 것은 북한 스스로 자초한 것입니다. 북한은 믿을 수 없는 국가이고, 신용할 수 없는 국가라는 것은 지난 세월 동안 전세계의 나라들이 다 보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에 물자를 보내려면 현금을 먼저 받아야만 물건을 보냅니다. 그런데 북한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북중 국경지대에서 소규모 보따리 장사 수준의 교역이 고작입니다. 철도를 이용하여 중국으로 지하자원을 수송하고 현금을 받아 생필품을 사오는 수준의 교역이 이루어집니다. 북한의 항구에 배로 실어 나르는 물건은 거의 모두 원조물품이라고 보아도 됩니다. 배로 실어 나를 만한 물량의 교역을 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군사적 위협을 가하려니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겠습니까? 실제로 지난 1~2 개월 사이에 북한이 그렇게 위협하고 공갈을 쳐도 남한의 경제는 거의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시장 경제는 거의 붕괴 직전까지 가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절대적인 금액으로 치면 한국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규모이지만, 북한의 많은 사람들이 뒷골목 암시장의 거래에 의존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북한이 남한을 위협하기 위하여 주민 생활을 압박하는 것은 거의 숨을 조르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끝으로 인류 역사상 어떤 나라도 적대 국가에게 너희 나라를 내가 가진 무시무시한 무기로 공격하겠다는 협박을 한 나라가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 소련도, 쿠바도 미국에 대하여 그런 공갈은 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히틀러 조차도 그런 식의 협박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북한이 미국에 대하여 핵 공격 위협을 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유치한 허풍 공갈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이 그제 있었던 포럼에서 이야기 내용을 간추린 것입니다.

 

이런 내용을 듣고 나니 얼마 전 신문 기사가 생각 났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개성공단에서 쫓겨나듯 철수할 때에 북한에 현금으로 밀린 임금과 기타 부대 비용을 지급하였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중앙일보_2013_5_3_북한_1300만달러) 그런데 이 돈을 차량 두 대에 나누어 싣고 갔다는 보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도 30~40 년 전쯤에나 있었을 법한 일입니다. 월급날 현금을 찾아 와서 나누어 주는 일은 시간과 노력과 분실, 도난 등 사고의 위험을 고려한다면 지극히 전근대적인 방법입니다. 게다가 북한에서는 미화 100 달러 지폐는 받지 않는답니다. 최고권은 50달러 지폐까지만 받는답니다. 그 이유는 북한에서 제작한 슈퍼 노트 (super note; 진짜 화폐와 다름없을 정도로 극히 정밀하게 만들어진 미화(美貨) 100달러권의 위조지폐)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골목 안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사고도 신용카드를 제시하는 것이 익숙한 상황입니다. 가까운 친구 또는 집안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면 은행계좌로 축의금을 송금하는 것도 흔히 있는 일입니다. 물건을 살 때에- 그 것도 국제 교역에서 현금을 싸 들고 가서 물건을 사오고, 노동자의 임금을 현금으로 받아가는 수준의 경제 시스템을 가진 나라가 북한이라고 합니다. 금융 시스템을 찾아 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남북한의 경제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 시스템, 금융 시스템에서의 격차는 너무 많이 벌어져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가 통일이 된다면 너무나 격차가 벌어져 있는 남북간의 경제 시스템으로 인하여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발달된 경제 시스템을 북한에 적용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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