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공시(公示)- 2013. 5. 31.

jaykim1953 2013. 5. 31. 08:48

 

지난 월요일은 미국의 현충일 (顯忠日) Memorial Day여서 미국 내의 모든 금융 시장이 문을 닫고 하루 쉬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자 월 스트리트 저널에는 작은 기사 한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목은 ‘Electric-Battery Startup Better Place to Fold’ (관련기사: wsj.com/5_26_2013_Better_Place) 우리 말로 번역하면 전기 차 배터리 창업사 베터 플레이스 접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사 내용은 그리 길지도 않고 프랑스의 르노 자동차와 협력하여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하여 2007년 이스라엘의 기업가 샤이 애거씨(Shai Agassi)가 창업한 이 회사가 청산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사업 부진이고, 샤이 애거씨는 이미 여러 해 전에 회사를 떠났습니다. 10만 대를 목표하였으나 2 5백 대가 판매 되었다니 문을 닫을 만 해 보입니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스라엘의 전기 충전 네트웍 안에 있는 충전소에서 휘발유를 주입하는 시간 정도의 소요 시간 안에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르노 자동차마저도 배터리 교환 방식이 아닌 배터리를 차에 고정한 상태에서 충전하는 방식의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결국 문을 닫기로 결정하였고 이를 공시(公示)하여 신문에까지 보도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에서도 각종 주요사항 대하여서는 공시를 의무화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에 공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공시에 대하여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이를 위반하면 제재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 법 적용의 엄격성은 부차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아무리 공시에 대한 규제를 엄격히 한다고 하여도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게 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5 년 전 제가 국내의 바이오 벤처회사를 위하여 일하면서 느낀 것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진단분야에 획기적인 새로운 물질을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신제품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실험을 성공하여 가까운 장래에 미국을 위시한 세계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공시를 하였습니다. 저도 이 회사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하여 세계적인 진단 관련분야의 회사들을 접촉하였습니다. 대전에 있는 본사와 협력하여 전세계 진단업계 부동의 1위인 로슈 (Roche)사를 뚫었습니다. 또 머크 (Merck)사의 연구 책임자를 접촉하였고, 저의 선배를 통하여 벡튼 디킨슨 (Becton Dickinsen)도 접촉하였습니다. 머크와 벡튼 디킨슨은 업계 2, 3위 업체들입니다. 이런 쟁쟁한 회사와 비즈니스를 연결한 것은 제가 함께 일하였던 국내 바이오 벤처회사가 공시한 내용을 저는 철석 같이 믿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화학과 같은 과학 분야의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으므로 화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가진 그 회사의 CEO가 자신 있게 설명하는 것을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제가 CEO에게서 들었던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해외의 세 회사 (로슈, 머크, 벡튼 디킨슨)가 자체 실험에 소요된 시간은 각 회사마다 조금씩 달랐으나 모두 똑 같은 실험 결과의 답을 보내 왔습니다. ‘Reproducibility chance’가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국내 바이오 업체가 제공한 방법으로 실험을 하였을 때에 국내 바이오 업체가 제시한 결과와 같은 결과가 나오는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입니다. , 국내 바이오 업체가 제시한 이론적 근거가 현실에서는 제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국내 바이오 업체가 생산한 제품으로는 진단의 정확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 개월 전에 국내 바이오 업체는 코스닥 시장에 진단 관련 신제품 출시를 성공적으로 하였다는 공시를 하였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그 공시는 사실과 다른 것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주식시장 공시를 강력하게 규제하게 만든 사건이 몇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15~16 년 전에 있었던 급속냉각 캔 관련 공시입니다. 그 당시에 캔을 여는 즉시 캔 속의 음료 온도를 섭씨5도까지 낮출 수 있는 급속 냉각 촉매를 개발하였고, 가까운 장래에 이를 상용화할 것이라는 공시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1997_10_18_한겨레_늘냉각상태)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소위 IMF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주가는 단기간에 8배가 넘는 급등세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1998_2_27_매일경제_주가8배급등) 그러나 최초 공시가 발표되고 약 2년 후에 이 회사의 최고 경영자는 검찰에 고발됩니다. 혐의 내용은 주가조작입니다. (관련기사: 1999_11_11_동아일보_미래와사람대주주_고발) 만약 이 때에 공시되었던 내용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지금 급속 냉각이 가능한 캔에 담긴 맥주와 청량음료를 냉장고에 보관할 필요 없이 상온에 보관하였다가 마실 때에 캔을 따면서 급속 냉각된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저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상온에 보관된 음료의 캔을 따자마자 급속 냉각되어 시원해지는 맥주나 청량음료를 아직껏 구경해 보지 못하였습니다.

주가를 띄우려는 의도로 허황된 내용을 공시하여 일반 대중 투자자들을 현혹한 사례입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사례가 적지 않았으나 그 동안 관계 당국의 계속적인 단속과 감시로 지금은 많이 개선이 되었습니다.

불성실한 공시, 사실과 다른 공시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세계 어느 곳이나 자본시장이 있는 곳에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지난 화요일 (미국 시간 월요일 5/27) 월 스트리트 저널에는 공시에 관련된 또 하나의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기사 제목은 ‘Accounting Fraud Targeted’ (관련기사: wsj.com_5_27_2013_Accounting_fraud) 우리 말로 번역하면 회계 조작을 조준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용은 미국의 증권감독기관인 SEC (Securities & Exchange Commission, 증권거래위원회)가 회계 조작에 대하여 더욱 엄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는 보도입니다. 지난 2002 Enron WorldCom 의 사태에서 비롯된 Sarbanes-Oxley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Enron 사태는 부실 공시와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자본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 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 Enron은 미국의 텍사스에 본부를 둔 전기, 천연가스, 천연자원 등을 주업종으로 하는 회사로서 미국의 포츈-Fortune-잡지에 의하여서 가장 창조적인 회사로까지 칭송 받았으나, 2002년 회계 부정과 그에 관련된 공시로 관련자들이 형사 처벌을 받고, 회사는 증권거래소에서 퇴출되었음.) 당시에 Enron 사를 투자자들에게 매입 추천하였던 많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비판을 받기도 하였으나, 원천적으로 회계자료를 조작한 재무 책임자와 이에 동조한 회계사들이 원인 제공자였습니다. 잘 못된 회계 자료를 진실로 믿은 애널리스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좋은 회사의 주식을 매수 추천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공시는 매우 중요합니다. 투자자에게 기업이 알리고 싶은 내용, 또는 투자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공식적인 채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시가 나쁜 의도로 악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에서 시장 공시가 더 이상 주가조작을 위한 도구로 잘 못 사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 글의 독자분들께서는 공시 내용에 대하여 냉정하고 정확한 분석과 판단을 할 수 있는 투자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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