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모닝커피 2011~2013

4번 타자 투수- 2013. 6. 14.

jaykim1953 2013. 6. 17. 08:26

 

지금은 없어진 동대문 야구장을 제가 처음 가본 것은 1962년 가을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이름은 서울운동장 야구장이었습니다. 그 해에 정규 시즌을 일찍 마친 (플레이 오프에 출전을 못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팀이 일본에 순회 경기차 왔다가 하루 짬을 내어 서울에서 한국의 실업 선발팀과 친선 경기를 하였습니다. 저희 선친께서는 어렵사리 표를 구하셨고 저는 저희 선친의 손을 잡고 내야석의 홈 플레이트에 가까운 자리에서 경기를 지켜 볼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본국의 프로 야구팀이 온다고 하여서인지 많은 미군 장병들이 구경을 왔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영어로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며 당시로서는 흔치 않았던 미국의 프로야구팀 경기를 즐겼습니다. 우리나라의 선발 투수는 김청옥 선수였습니다. 처음에는 잘 던졌으나 조금 오버 페이스를 하였던지 중간에 무너지며 포볼을 남발하여 김성근 (*주: 요즘 야신-野神-이라고 불리는 전 SK팀 감독) 투수로 바뀌었습니다. 김성근 투수가 상대방에게 홈런을 허용하자 8회에 다시 농협팀의 에이스였던 백수웅 투수로 바뀌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우리나라 선수들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투수의 위력에 눌려 제대로 기량을 펼치지 못하다가 8회 말 투 아웃 이후에 9번 타자 투수 백수웅이 이루수 키를 넘기는 우전 안타를 쳤습니다. 운동장 전체가 떠나갈 듯한 함성 속에 백수웅 선수는 일루에 나갔으나 후속타 불발로 더 이상 진루에는 실패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9회말 투 아웃 후 아시아의 철인이라고 불리던 박현식 선수가 타석에 등장하였습니다. 박현식 선수는 야구의 모든 포지션을 공식 경기에서 플레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생애 100호 홈런을 기록한 대한민국의 4번 타자였습니다. 이분은 후에 우리나라에서 프로야구 출범 초기에 삼미 슈퍼스타스의 초대 감독을 역임한 분입니다. 타석에 나설 때 박현식 선수는 항상 검은색 배트를 들고 나오는 것으로도 유명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 검은 색 배트가 유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도 제 선친께 졸라서 검은 색 야구 배트를 하나 사서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야구의 우상이던 박현식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으니 야구장 안은 다시 한번 떠나갈 듯한 함성과 응원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허무하게도 2루수 플라이로 아웃 되면서 경기가 끝났습니다. 그리고는 경기가 끝난 것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그 당시에는 경기 시작과 끝에 사이렌을 울리던 시절입니다.

그 날의 경기에서는 투수이던 백수웅 선수가 거의 유일하게 제대로 된 안타를 쳤습니다. 그 당시에는 투수들 가운데 좋은 타격을 보이는 선수들이 꽤 많았습니다. MBC 청룡의 초대 코치, 뒤에는 감독까지 하였던 유백만 선수는 투수이며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지금 미국 프로야구에서 타자로 변신한 추신수, 일본 프로야구에서 부동의 4번 타자로 이름을 날리는 이대호, 삼성 라이온즈에서 국민타자라고까지 선전에 열을 올리는 이승엽 등도 모두 고등학교 시절에는 투수였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고등학교 야구에 심심치 않게 4번 타자 투수들이 있었습니다. 이미 고인이 된,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였다고 하는 최동원 투수는 고등학교 시절 경남고등학교의 4번 타자이며 투수였습니다. 홈런도 기록하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1, 대학 시절 1, 생애 통산 2 개의 홈런을 공식 경기에서 기록하였습니다. 투수로 야구의 재질을 보이는 선수는 근본적으로 야구에 대한 소질이 있어 타자로 전환하였을 때에도 좋은 타격을 보이기도 합니다.

야구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트레이딩에서도 전공의 전환이 가능합니다. 지금은 전문가들이 많이 있는 기술적 분석 (technical analysis) 분야는 1980년대 초만 하여도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외국 서적에 의존하여 기술적 분석을 배우는 것이 추세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환 트레이딩(foreign exchange trading)을 하면서 외국어에 노출이 많았던 외환딜러들이 초기의 기술적 분석의 선구자들이었습니다.  저도 1980년대 초에 기술적 분석을 접하고 열심히 공부를 하였던 사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국내 금융기관에 기술적 분석을 전파하기도 하였습니다. 요즈음에는 저의 후배 뻘 되는 사람들이 저보다 훨씬 더 많은 공부를 하여 훌륭한 기술적 분석의 이론적 무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기술적 분석에 소질이 있는 사람들은 분석 대상이 외환이 되었든, 주식이 되었든 가리지 않습니다. 마치 투수가 타자로 전향하듯 외환 트레이더가 주식 트레이더로 변신합니다. 지금의 시장에는 처음부터 주식으로 기술적 분석을 시작한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20여 년 전에는 기술적 분석을 공부한 사람들은 대부분 외환 트레이더 출신이었습니다. 마치 고등학교 야구에서 투수가 4번 타자를 하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투수 혹은 타자로 전업하는 것과 같습니다.제가 처음 기술적 분석을 배울 때에 공부한 책에는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Technical analysis is an ART.” 기술적 분석이란 하나의 ‘기술’ (혹은 ‘예술’)이라는 것입니다. 뒤 이어, 기술적 분석은 분석하는 사람의 시각과 해석에 따라 하나의 시장에 대한 분석과 예측이 다르게 나올 수가 있다고도 합니다. 마치 사물을 바라보는 화가의 눈 높이에 따라 물체가 다르게 그려질 수 있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 사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정확한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듯이 기술적 분석을 할 때에도 시각에 따라 잘 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제가 기술적 분석에 매료되었을 때에 보았던 몇 가지 금언을 소개합니다.

첫째, 추세(trend)는 지속되려는 경향이 있다.

둘째, 추세가 가파르면 가파를수록 꺾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추세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넷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세를 파악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추세란 간단합니다. ‘상승’ 아니면 ‘하락’입니다. 상승이란 당일의 최저가(最低價)가 전일의 최저가보다 높고, 당일의 최고가(最高價)가 전일의 최고가 보다 높거나 같을 때를 이르는 말입니다. 반대로 하락이란 당일의 최고가가 전일의 최고가보다 낮고, 당일의 최저가가 전일의 최저가보다 낮거나 같을 때를 말합니다. 기술적 분석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단순히 당일의 종가(終價)와 전일의 종가를 비교하여 상승 또는 하락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상승과 하락을 판단하는 기준은 종가가 아닌 최고가-최저가입니다.기술적 분석은 단순히 추세 분석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격 움직임에 대한 유형 (패턴, pattern), 각종 지수 등 기술적 분석과 관련하여 개발된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시장에서 거래하는 일부 사람들은 기술적 분석의 정확도에 대하여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술적 분석은 지금까지 알려진 시장분석 방법 가운데 매우 쓰임새가 높고 훌륭한 시장 예측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투수가 타격에도 뛰어난 재질을 보이는 것이 선천적인 야구에 대한 재질을 보여주듯이, 기술적 분석을 잘 활용하는 트레이더는 트레이더로서의 재질을 타고 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반면 기술적 분석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이 트레이더로서의 재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금융 시장에서 회자되는 이야기 가운데 이런 말이 있습니다.

Good traders are not made, but must be born.

훌륭한 트레이더는 타고난 트레이더이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타고난 재능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은 시장에서 도태되기 십상입니다. 타고난 재능을 찾아내어 자기가 가진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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